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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처리가 지은 詩'에 해당되는 글 23건
2015. 5. 18. 19:22

<봄날은 가지 않는다>


약간의 숙취를 벗삼아 터덜터덜 학교에 갔다 
어느 지인과 점심을 먹고 식당 옆 공원 벤치에 앉아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생활의 지루함을 토로했다
낡은 쇼파에 고단한 몸을 뉘여 잠시 꿈을 꾸기도 했다
그렇게 한나절을 보내고 다시 만망(晩望)의 시간.
턱을 괴고 창밖을 내다보며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늦봄의 하루를 비비었나




2014. 4. 1. 19:28

봄, 2014년

 

예년보다 개화시기가 빨라졌다 해서

부랴부랴 꽃구경을 가기로 했습니다

이곳저곳 어디를 갈까 부산을 떨기도 했고

봄꽃 이름도 찾아봅니다

개나리 벚꽃 목련

진달래 민들레 유채 산달래......

30가지가 넘는 봄꽃들은

하나하나 자태가 뛰어납니다

봄꽃도 한때라지만

그래도 당신과 함께 하는 나들이가 기다려집니다

많은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죠

올해는 2014년 봄입니다.

2013. 3. 3. 04:59

길을 걷다가, 또는 책상에 앉아 있다가

사뭇 낮볕이 따스해졌음에 소스라치게 놀라고는 한다

술을 마시고 들어오다가, 침대에 눕다가도

아직은 꽃샘추위가 우리들에게 좀처럼 곁을 주지 않음도 깨닫게 된다

 

벌써 3월,

계절은 다시 한 번 옷을 갈아입으려 한다

우리도 이내 옷을 갈아입을 것이지만

봄을 맞을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는지는 알 수 없다

봄이 나타났다가 어느날 자취를 감출 무렵에도

우리는 작은 탄식을 자아내며 허둥지둥댈 것이다

 

어떻게 봄을 정면으로 마주할 것인가

적어도 계절의 변화에 있어서만큼은

정든 이와 함께, 미운 이들과도 함께

뜻과 생각이 다를지언정 느끼는 바는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곧 우리는 같은 구름과 하늘을 보고

같은 훈풍과 꽃냄새를 느끼며 누군가에게 속삭일 것이다

봄이 왔다고.

 

 

사진: 2009년 12월, 호주 노스시드니 어느 작은공원

 

 

제대론 된 한 편.

 

백석을 읽는 밤

 

들어봐

밤이, 봄 밤이

오래된 애인들과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꽃들이, 등 아래 핀 벚꽃들이

서늘한 봄 비에 지면서도 얼마나 빛나는지

백석을 읽는 밤

내일을 돌보지 않아도

푸근하고 아린

이런 봄날, 봄밤

발치에 조으는 짐승의 착한 눈꺼풀과

이불 아래 방바닥의 온기와

주전자서 끓는 구수한 보리차 냄새

가지들 마른 울음 그치고

저리던 뿌리들도 축축히 잠드는

이런 봄, 밤

 

 -네이버 한글한글 아름답게 아름다운 우리시 공모전 대상작-

 

 

 

 

 

 

 

2012. 11. 17. 08:23

다시 날이 밝았다

비가 오고 온통 흐린 날씨가 계속된다

저기 멀리 헙수룩한 옷을 걸친 늙은이를 목도한다

어제 초저녁에는 통화하던 친구로부터 

은행잎이 떨어지는 길목이 너무 예쁘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심추深秋이었던가

가을이 옮아오고 가을이 떠남에 아주 깜깜하기 그지 없었다

아마 저 늙은이는 나보다 더 계절의 변화를 일찍 깨우쳤을 것이다

나는 어느새 한 달이 가고

일 년이 가는 데만 집착하는 사람이 되었다

따져보면 허름하고 박루한 일상을 

앞으로도 '진짜 삶'이라 믿을 것이다 

2011. 12. 5. 05:48
모든 사물이 희끗하게 얼기 시작했다.
차디 찬 공기는 절로 입김으로 손등을 덥히게 만든다.
겨울을 알리는 결정적인 증좌다.
"상관없어."
모든 것이 얼어붙는 이 계절에 거짓말이 아닌 거짓말을 일삼는다.

당신은 무엇을 생각하고 꿈꾸는가.
24시간, 10시간, 2시간, 1시간, 30분, 10분, 1분, 1초 단위로 문득 궁금해졌다. 
이윽고 나는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2011. 11. 15. 23:59


그림 출처: 행복한 문학편지 (http://letter.for-munhak.or.kr/) 송경동의 '오늘은 여기서 자고가야 겠다'중에서,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의 삽화.



땅거미가 지고 한 시간 뒤 쯤
이제껏 가 보지 못했던 거리에서 서성였다
오늘 이 곳은 상하이역 인근 어느 사거리
바삐 퇴근길을 재촉하는 사람들
시골에서 올라온 것으로 보이는 농민공과 그의 친구들
사거리에서 방황하는 나를 제외하곤 모두 갈 길을 안다
사실 나도 어디로 가야할 지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러나 가로등이 나를 비추자 이내 수많은 인파에 몸을 실었다
지하철은 또 그 인파를 먹어치웠다
그제서야 나는 현실로 귀환
습관처럼 창문 밖을 내다본다
저 많은 불켜진 공간에서는 어떤 사소함이 자리를 깔고 있을까
물음표와 함께 다시 '오늘 여기가' 고장난 바퀴를 굴리며 간다


 

2011. 2. 9. 19:11
오늘 어느 젊은 사람의 가난한 죽음을 알리는 기사를 읽었다
밥과 김치가 있으면 문을 두드려 달라고 이웃집에 남긴 그녀의 마지막 쪽지에 눈시울
을 붉혔지만 울지 않았다
사회적 타살, 죽음의 원인에 대한 공론화의 필요성, 남 일 같지 않다는 애도의 말들도 이어진다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는 食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말에 반박이라도 하듯
돈이 없어 한 두끼를 굶거나 돈을 빌려 끼니를 해결한 적이 있었다
차비가 없어 친구 결혼식에 가지 못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살아 있고
그녀의 죽음에 기대어 과거를 위무하고 싶지도 않다
살아 있어도 매일 가난하게 죽어 가기 때문이다
다수는 정도의 차이를 따지려 들지도 모르겠다
생존해 있으나 죽으나 무슨 차이가 있을까
아무튼 오늘은 이월 구일이다
많은 이들이 그네를 통한 산 자를 위한 격정 칸타타를 찍는다
그녀는 작은 쪽지를 남기며 창피해 했지만 이를 애도하는 우리는 앞으로도 창피하지 않을 것이다.
 
2011. 1. 23. 07:25
의미없는 문장 몇 줄을 쓰다 깔끔하게 지웠다
그렇게 내 산란한 마음도 지워졌으면 했다
시간이 많은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 우리는 믿는다
시간은 때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잉태한다
상처는 곳곳에 흔적을 남기지만, 자취를 알 수 없다
단지 내가 내 마음을 비켜가고
우리가 우리의 마음을 비켜갔기 때문은 아닐 터
제법 튼 입술이 내 생을 말해줄 수 있을까
이름이 있어 애써 부를 수 있다 해도
소리가 나지 않아 돌아보게 할 수 없다
도처에 소리가 나지 않는 울부짖음을 듣는다
그러자 갑자기 입술에 반짝반짝 윤이 돌기 시작한다
내 입술에 침을 바른 까닭이다
마침내 의미심장한 문장을 완성하였다
와~ 신난다
2010. 12. 18. 04:29
도대체 꿈은 무엇인가
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을 바라볼 때 일순간 터져나오는  탄성의 상태
가 바로 꿈의 시작이라 정의하고 싶다
그렇다면 신념은 무엇인가
언젠가부터 마음속에 감히 품어왔던 꿈을 구체화해 나가는 경로이자  방법으로서의 자신이 걷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의지는 뭐라고 해야 하는가
난 두 가지 단어로 표현하고 싶다
스스로의 지향에 대한 채찍과 감내이다
하지만 신념과 의지를 통해서도 결코 범접할 수 없는 지점에
꿈이란 전제가 반드시 자리잡아야 한다
그렇게 사붓사붓 다가설 때
사람을 미소짓게 만든다.

*주: 제목을 거꾸로.
2010. 12. 13. 08:32
비(雨)에 겨울이 한창 내리고 있다
아파트 현관 앞에서
파르르 몸을 떨어대는 고양이가 나를 쳐다본다
내가 고양이를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가 나를 보고 있는 것이다
주객의 세계가 전도된 것처럼
순간 난 너를 쳐다볼 수 없었다
나에게는 아무런 당참도 흔들림없는 둥치도 없는가
그저 비에 겨울이 내리고 있음만 목도한다
한편 가만히 눈을 감아 심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만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이 대륙의 허공에서 나를 발견할 수 조차 없는가
해가 보고 싶다는, 아니 별이라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별도 지고 해도 뜨지 않은 이 박명의 시간에
한줌 기댈수도 없는 헛헛한 욕망
2010. 11. 14. 04:58
다시 토일일이다
어제는 느즈막히 일어났다
팔 위안을 주고 자전거의 왼쪽 페달을 새로 달았다
새 페달과 낡은 페달을 교차적으로 바라본다
오늘은 이와 같기만 하다면

몸을 쭈욱 빼서 도서관에 들어 갔다
그러고는 다시 오그랑쪽박처럼 튕겨져 나왔다
일본어 단어를 미친 듯이 연습장에 써 재꼈다
가츠코우, 토시요칸와 소코데쓰, 도우모 우레시데쓰
손이 눈물을 흘린다

콧물이 나오지는 않고 자꾸만 뇌수로 흘러간다
이 때문에 고독하진 않았다
오늘 달았던 페달이, 아니 머리 속에서 빙빙 돌고 있는 단어들이 고독하였을 뿐

빨래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마치고 나니
그제서야 모든 것들이 분열하였다
불가역의 시간
지금은 토일일이다  
여기는 치유우고쿠데쓰
2008. 9. 10. 22:51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동안 찾아오지 않는 듯 해서 좋았는데 내 얄팍한 청춘이 또 다시 요동친다.  
삼십대에 '청춘'이란 단어가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면 '실존'이란 거창한 단어를 써도 좋다.
이렇듯 지칭하기 어려운 요 녀석이 사소함에서 나의 門을 쾅쾅 두드리면
내 마음은 소연(騷然)한 가운데 갈 곳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길을 알고 있지만 걷지 않으려는 것인지도 모르지.  


이천팔년의 구월에서, 나는 돈키호테와 같은 키호티즘(Quixotism)은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불굴의 용기와 고귀한 정신은 꺾일지언정 내 청춘만큼은 흔들리고 싶지 않았다.


내 오늘은 처절히도 멍들고 은결들어 간다.
그럼에도 다시 '꼿꼿이 걸어가야지'라고만 되뇐다.
관찰된 것을 설명도 하지 못한 채로 하늘에 박혀있는 달을 보다.




 
2008. 8. 25. 12:40

그토록 가슴 저리게 그리워 돌아가고 싶은 지난 날은

우리에게 있어 결국 돌아가지 않을 감수성일 뿐이다.

2008. 8. 25. 12:39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_ http://oktimes.cafe24.com/

글_비디아


겨울 어느 늦은 밤,

문을 나서면 얼굴을 때리고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는 차디찬 바람처럼

당신은 찬기운으로 내 몸을 관통해 스쳐갑니다.

거리에 당신은 켜켜이 쌓여갈 것이지만

 잠시 달떴던 마음은

매서운 바람이 기어코 떨구어 낼 것입니다.

2008. 8. 25. 12:37


시월 육일,

내 마음과 몸이 모두 온기 가득한 남쪽에 있지 않음을 알게 된다.

의식하지 못하는 동안 마음은 동쪽, 몸은 서쪽에 각각 외로이 떨어져 있었다.

아무려면 남루할지언정

몸과 마음이 항상 같은 곳에 처하고 있음이 순리란 것을 모를리가 없다.

2008. 8. 25. 12:36

살아가는 것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과 더불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님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서른을 살아가는 믿지못할 현재의 이야기.

2008. 8. 25. 12:35


오늘은 균일하게 잘려진 김밥말고 잘려지지 않은 김밥이 그립다.

나는 사뿐사뿐하되 침묵하지 않겠다.

이것이 나의 노선이다.

2008. 8. 25. 11:37

지금 밤하늘에 반짝이는 두 개의 별이

당신과 나의 별 같습니다.

내일은 날씨가 맑으려나 봅니다.

당신과 만나게 될 내일이 영원히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sungchulism

 

무심히 터덜터덜 계단을 오르다

모처럼 하늘에 총총한 별들을 보았습니다.

누군가와 감정을 키워가는 단계에 처한 젊은 사람들이라면

그 별들을 보며 내일 만나게 될 연인과의

데이트로 가슴 설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감히 그 설렘이 영원하기를 바랄런지도 모를테구요.

물론 저도 그랬었던 적이 있지요. 훗


2008. 8. 25. 11:34


적당히 이기적이고 적당히 친절한

이 도시남녀의 여행은 끝났다.

지난겨울 다정하지 않았던 너는

내게 지금 더욱 다정해졌다.

지난겨울 다정했던 나는

네게 이제는 더 이상 다정하지 않다.


봄이 되어

네가 아프자 내가 아팠고

사랑이 아프자 우리의 삶이 아파왔다.


살기 위해 억지로 밥을 많이 먹는다.

외롭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한다.

고독하지 않기 위해 다른 일을 찾는다.

슬픔을 잊기 위해 술을 더 마셔본다.

마음이 아프지 않기 위해 담배를 더 많이 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마음을 가꾼다.


나는 이제 지난 치명적인 사랑과

진실을 가장한 거짓도 증명할 수 없다.

허나 기억은

우리가 여전히 함께 여행중이라는

턱없이 날조된 사실을 확대 재생산하게 될 것.

이만큼 완벽한 유토피아적 시장경제도 더 이상 없음에

만족하며 웃는다. 흐흐흣


™sungchulism

2008. 8. 25. 06:27


무의식적으로 몸에 밴 '습관'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버려야지 마음 먹었던 '습관'을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반복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

'습관'이란 것은 입속의 혀처럼 공포스럽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겨야 하는 것일까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러나

이 '습관'이 머지않아 '관습'이 될 것이란 것을 잘 안다.

 

도처에서 시뻘건 눈을 부라리며

잡아채려 기회만 엿보고 있다.

흔해빠진 습관들.


™sungchulism

2008. 8. 25. 06:25


빨래를 했다.

 

아주 흔한 일상 속에서 가끔 얘기하며 웃는다.

"인생 별것 없지 않아?"

 

알고보면 별것 없는 오늘...

내일이면 후줄근해질 과거를...

날이 바뀌면 우리는 별난 것처럼 다시 오롯이 빨아 널고 있을테다.

 

난 별다른 과거가 될 미래를 증오한다.


™sungchulism

2008. 8. 25. 06:23


염양(艶陽)이 계속되는 오후였다.

너를 만난 것도...

사계절을 관통하는 시간에서도 나는 봄에 있었다.

 

쉼없이 흘러가는 일상에서

앙상한 그리움이란 길목이 자리잡았다.

그리고 난 그곳에서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훈풍이 불어오는 오후

'기억'이란 두 글자를

네가 있는 곳으로 후 날려보낸다.

 

길을 나서다 문득

네가 볼 수 있을까

봄이란 봉투와 그리움이란 편지지를...

 

발신인도 수신인도 없는 봉투에

또박또박 눌러쓴 두 글자.. '우리'를

네가 알아볼 수 있을까


봄을 좋아하는 당신에게 바친다.

2007. 04. 26

™sungchulism

 

당신이 이 글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화창하면서도 나른한 오후야.

청계천 청계광장이 코 앞에 있어

날씨가 좋으니 상춘객들로 인산인해야.

바쁘게 살고 있겠지?

궁금한데... 뭐 지금은...^^;

날씨가 좋은것에 취해 그냥 끄적거려봤는데

마음에 들지 모르겠어. 많이 유치하지.

역시 시는 아무나 쓰는 게 아닌가봐.qn

2008. 8. 25. 06:06
 
영화 속 요리 : 청춘스케치

 - 진로결정에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아이스커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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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학생활을 마칠 무렵 언제나 우리들에게 반갑게(?) 찾아오는 손님.

  진로결정!

  졸업을 앞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아주 즐겁게 이 손님을 맞이한 추억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우리들 대부분은 이 중요한 손님을 흔히 골치 아프다는 이유로 홀대하여 돌려보낸다. 그 후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종종 이 손님을 그렇게 쉽게 보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이 들기도 하지만 먹고 살기에 급급한 이 사회 속에서 이내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정신없는 일상 속으로 들어가 숨이 막힐 때까지 잘 나오지 않기 일쑤이다.

 

2.

  그렇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바로 이 사회는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곧 인생의 패배자로 인식되어진다. 실제로 어떤 직업인지, 연봉은 얼마인지, 그리고 어느 정도 안정적이냐는 바로 그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는 준거가 된다. 조금은 우습겠지만 이런 사회현실을 다음과 같은 소설로 비유해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일까?

 

  “이런 게 인생일까, K는 생각한다. 어차피 패는 처음에 정해지는 것이다. 내 인생의 패는 아마도 세 끗쯤 되는 별 볼 일 없는 것이었으리라. 세 끗이 광땡을 이길 가능성은 애당초 없다. 억세게 운이 좋아서 적당히 좋은 패를 가진 자들이 허세에 놀라 죽어주거나 아니면 두 끗이나 한 끗짜리만 있는 판에 끼게 되거나 그 둘 중의 하나뿐이다. 그래봐야 그가 긁을 수 있는 판돈이란 푼돈에 불과하다. 어서어서 판이 끝나고 새로운 패를 받는 길. 그 길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그러나 세 끗이라도 좋다. 승부가 결판나는 순간까지 나는 즐길 것이다.”

- 김영하,『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中 - 

 

  우리 사회의 구조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대학을 졸업하고 일단 결정된 진로는 일면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 한 번 경로가 결정되면 그 관성 때문에 궤도를 바꾸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현상)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미 고착화된 사회구조의 경직성과 인생은 하등의 관계가 없다. 또한 진로선택으로 결정되는 보이지 않는 계급의 모순과 행복도 역시나 별 관련이 없는 것이다. 이는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경험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문제로서 예전에 나도 느꼈던 문제이고 또 현재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내가 여태껏 이 진로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을 해왔는지에 대해 구구절절 늘어놓을 필요는 없겠지만, 어쨌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것에 대한 고민은 나에게 일종의 ‘보약’ 역할을 해 온 것이 아닌가 싶다. 때문에 진로문제에 대해 마냥 울고 웃기보다는 우리가 현재 젊음을 만끽하는 대신 안겨주는 즐거운 고민이라 잠깐 돌려 생각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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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영화 청춘스케치(Reality Bites, 1994, 벤 스틸러)는 장소를 다르지만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마땅히 갈 곳도 또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우리 청춘들에게 딱 공감을 얻을만한 영화이다. 마치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처럼...

  대학교에서 배운 것은 학생 번호밖에 없다는 베키와 동성연애에 대해 고민하는 새미, 아이큐 170의 천재지만 시시껄렁한 직장마저도 맨날 해고당하는 철학자 트로이, 비디오 회사의 능력있는 젊은 중역 마이클, 그리고 졸업 연사로 나왔을 정도로 우수한 재원이었지만, 사회에선 프로그램 진행자와의 갈등으로 직장을 잃는 레이나 등. 그들은 청춘 영화의 정해진 행로대로 추구하는 꿈과 부딪치는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고민한다.

  이 영화는 미래를 불안해하면서도 더 이상 꿈을 믿지 않는, 그러나 현재를 덤덤히 살아가는 청춘 군상을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다.   

 

4.

  영화 속에서 커피는 트로이의 명대사 속에서 나온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담배 몇 개비와 커피, 그리고 너와 나, 5달러... (See, Lainy, This is all we need. A couple of smokes, A cup of coffee, And A little bit of conversation, you and me and five bucks.  -Troy-) ”

  요즘 커피의 종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양하다. 어떤 종류의 커피를 마시든 그것은 기호일 뿐이듯, 연봉과 안정성 있는 직업이 우리 인생의 전부가 될 순 없다. 그렇지만 영화 속의 주인공들을 따라하려 한다면 다소 위험하겠다.

자, 그럼 진로결정에 있어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ICE-COFFEE 한 잔 마시면서 생각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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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커피

Recipe

 ▶ 재료

 1회용 커피믹스, 1회용 컵 or 유리컵, 끓인 물, 얼음, 스푼

 그리고 담배 한 개비

 ▶ 만드는 법

 1. 일단 1회용 컵(유리컵)에 커피믹스 하나를 개봉하여 넣는다.

 2. 끓인 물을 1/5정도만 넣고 스푼으로 젓는다.

 3. 준비한 얼음 3개를 넣고 녹이면서 저어준다.

 4. 마지막으로 얼음3개를 더 넣어주고 시원해지도록 잠시 기다렸다 마신다.

 

* 담배 한대와 같이 하면 대박이다.

인생문제 비전문가 *** (....)         

 

※ 이 글은 인터넷상에서 ‘영화 속 요리’란 제목으로 연재하였던 미스와플의 반짝이는 아이디어 플롯을 빌어와 쓴 것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모교 학과 전자신문 게재용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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