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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3. 3. 04:59

길을 걷다가, 또는 책상에 앉아 있다가

사뭇 낮볕이 따스해졌음에 소스라치게 놀라고는 한다

술을 마시고 들어오다가, 침대에 눕다가도

아직은 꽃샘추위가 우리들에게 좀처럼 곁을 주지 않음도 깨닫게 된다

 

벌써 3월,

계절은 다시 한 번 옷을 갈아입으려 한다

우리도 이내 옷을 갈아입을 것이지만

봄을 맞을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는지는 알 수 없다

봄이 나타났다가 어느날 자취를 감출 무렵에도

우리는 작은 탄식을 자아내며 허둥지둥댈 것이다

 

어떻게 봄을 정면으로 마주할 것인가

적어도 계절의 변화에 있어서만큼은

정든 이와 함께, 미운 이들과도 함께

뜻과 생각이 다를지언정 느끼는 바는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곧 우리는 같은 구름과 하늘을 보고

같은 훈풍과 꽃냄새를 느끼며 누군가에게 속삭일 것이다

봄이 왔다고.

 

 

사진: 2009년 12월, 호주 노스시드니 어느 작은공원

 

 

제대론 된 한 편.

 

백석을 읽는 밤

 

들어봐

밤이, 봄 밤이

오래된 애인들과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꽃들이, 등 아래 핀 벚꽃들이

서늘한 봄 비에 지면서도 얼마나 빛나는지

백석을 읽는 밤

내일을 돌보지 않아도

푸근하고 아린

이런 봄날, 봄밤

발치에 조으는 짐승의 착한 눈꺼풀과

이불 아래 방바닥의 온기와

주전자서 끓는 구수한 보리차 냄새

가지들 마른 울음 그치고

저리던 뿌리들도 축축히 잠드는

이런 봄, 밤

 

 -네이버 한글한글 아름답게 아름다운 우리시 공모전 대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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