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치료 일지
후두암(성문암)에 대한 실제적 정보는 인터넷에 많지 않다. 특히 방사선치료의 경우 기본적인 지식만 메이저병원 홈페이지에서 다룬다. 실제 환자의 기록은 거의 없어서 대비를 전혀 할 수가 없었다. 다른 환자를 위해 기록했다.
‐-‐----‐------------
2024. 08.22(목) 첫 방사선 치료 시작(눈 침침함과 작은 열감 30분 정도 느껴짐)
2024. 08.23(금) 2회 차 치료(별 이상 없었음)
2024.08.26(월) 3회 차 치료 (첫 주말 이후 세 번째 치료, 치료 후 목에 뭔가 치료가 된 듯한 느껴짐)
2024. 08.27(화) 4회 차 치료
2024. 08.28(수) 5회 차 치료
2024.08.29(목) 6회 차 치료, 2회 차 의사 진료
2024.. 08.30(금) 7회 차 치료
2024.09.02(월) 8회 차 치료, 목이 다시 미세하게 아프기 시작, 조직검사 전 염증과 유사.
2024. 09.03(화) 9회 차 치료
2024. 09.04(수) 10회 차 치료
2024. 09.05(목) 11회 차 치료, 식도에 연하작용 문제 본격화, 매운 음식 끊음
2024. 09.06(금) 12회 차 치료, 목이 타는 것 같고 침 삼킬 때마다 매우 힘들어짐, 물론 딱딱한 음식 먹는 것도 불편함이 심화됨.
2024.09.07(토) 주말 휴식
2024.09.08(일) 주말 휴식
2024. 09.09(월) 13회 차 치료, 3회 차 진료, 부작용 증상 호소 후 진통제(씨아이에이-식전, 저 중등도 마약성진통제) 등 2종 겔약(겔마현탁액-식도염 및 위염 등 식전, 리도카인비스코스-식전) 처방수령. 진통제 먹으면 증상 잠시 잊을만함.
아이스크림과 찬 얼음음료 많이 먹으라 들음.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삼성병원 등 방사선치료 환자에 관한 암 관련 홈페이지 자료 검색해 읽음.
종양방사선과로 간 후 이비인후과 첫 진료, 방사선치료 끝난 후 1개월 이후인 11월 11일에 진료받기로 함. 간단하게 진료보고 기존 비타민약과 호흡기질환 약 2개월치 처방수령(비맥스골드정-식후, 브롱코박솜캡슐-식전, 매일 1회)
방사선치료 이후 첫 피검사 진행
2024. 09.10(화) 14회 차 치료
2024.09.11(수) 15회 차 방사선치료(절반 텀), 통상 15회 차부터 본격적 방사선치료 효과가 나온다고 이틀 전 진료 시 청취. 가끔 목호흡 시 성대에서 쩍쩍하는 소리 남. 이는 이전에도 있던 증상.
치료선 2회째 덧칠(각 8일과 12일)
2024. 09. 12(목) 16회 차 치료, 치료 이후 목이 잠기는 느낌이 듦. 리도카인비스코액 2%를 가글 후 조금씩 삼켰는데 혹 그 때문? 아니면 자연적인 2-3주 차 증상?
2024. 09.13(금) 17회 차 치료, 자고 일어나 씻고 오전에 전화 와서 받으려는데 목소리가 완전히 잠김. 종일 노력해 봤지만, 개미 목소리만 나와 그냥 포기. 딱 한 번 정상적 소리 나왔으나 이내 잠김. 방사선치료과정에서 나타나는 음성변화임을 빅 5 병원 후두암 관련 정보에서 재인지함.
2024. 09.14(토)-09.18(수) 추석 5일 연휴 치료 휴식
누적된 피로감으로 인해서인지 본가에 가서 이틀간 쓰러져 거의 잠만 잤음. 약간의 빈혈도 동반되어 더 힘들었음. 음성휴식을 좀 해서인지 9월 16일(수)부터 목소리 높이가 커지긴 했는데 쇳소리는 여전함. 수요일 저녁 부산집으로 돌아갈 때 잠시 목소리가 좋아지나 했으나 이내 다시 이전상태로 돌아감.
2024. 09.19(목) 18회 차 치료
목소리 여전
2024. 09.20(금) 19회 차 치료
목소리 여전하나 방사선치료의 점막 손상에 따른 부작용; 목이 타들어가거나 침 삼킬 때마다 아픈 현상이 약간 완화되기 시작.
목소리가 개선이 약간 돼서 돌아올 수 있을까 기대감이 생김. 하지만 컨디션 상태에 따라 목소리의 변화는 이리저리 오가며 부정확하거나 쉰 목소리의 톤이 높아졌다 낮아졌다는 정도의 수준 유지.
2024.09.21(토) 휴무.
이날부터 목 넘김 시 통증이 대체로 완화된다는 느낌을 받음. 저녁때는 진통제 안 먹어도 될 것 같은 느낌인데 혹시 몰라 복용했다. 음식 넘김과 매운맛도 넘길 수 있을 것 같음.
음식을 먹고 연하작용 기능이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처럼 음식에 대한 강렬한 욕구가 사라지는 것 같고, 먹기 위해 먹는 것 같아 식사에 재미가 없어지는 느낌임.
매일매일 암환자에 관한 정보, 좋은 음식, 나쁜 음식과 관련한 정보를 습득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공부하게 됐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식단은 어디서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골고루 먹는다는 게 가장 어려운 난제가 되어가는 중이다.
이틀 전부터 기침의 횟수가 증가했다. 왜지?
2024.09.22(일) 휴무
2024. 09.23(월) 20회 차 치료
방사선종양학과 4회 차 진료. 피검사 진행.
하모닐란액 경장영양제 처방받아 7개만 받고 약국에서 나머지는 택배발송해 줬다.
2024.09.24(화) 21회 차 치료
2024.09.25(수) 22회 차 치료
하모닐란액은 식이섬유 공급 등을 위해 하루에 1개꼴로 먹는다. 커피두유맛(?)인데 나한테는 특별한 부작용이 없다.
2024.09.26(목) 23회 차 치료(기계 고장으로 취소)
한 4-5일간 연하작용에 큰 문제가 없고 진통제 덕분인지 통증도 잘 못 느꼈으나, 이날부터 다시 목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함. 하나 그전의 통증보다는 개선된 형태이고, 진통제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됨.
2024.09.27(금) 23회 차 치료, 마른기침의 횟수가 점차 증가? 방사선 폐렴?
2024.09.28(토) 기침을 가장 많이 한 날이다. 약간 자극적인 음식을 먹었더니 사레들리듯 기침도 나오고 호흡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한 두 차례 들었다.
2024.09.29(일)
2024.09.30(월) 24회 차 치료
2024.10.01(화) 국군의 날 휴식
2024.10.02(수) 25회 차 치료, 방사선종양학과 5회 차 진료, 치료가 잘 되고 있다는 이야기만 들음
2024.10.03(목) 개천절 휴식
2024.10.04(금) 26회 차 치료
2024.10.05(토)
2024. 10.06(일)
2024.10.07(월) 27회 차 치료, 6회 차 진료, 이비인후과에서 후두경검사하고 옴. 성대 양측에 염증으로 허옇게 된 부분들(점막염) 관찰. 성대 자체는 제대로 보지 못함.
2024.10.08(화) 28회 차 치료
치료하다가 기침이 많이 나와서 중도에 멈췄다가 다시 실시. 재실시 도중에도 기침을 해 제대로 방사선조사가 됐는지 모르겠음
2024.10.09(수) 한글날 휴무, 밥 먹고 낮잠도 내리 잤다. 쉬는 날은 이상하게 잠이 몰아친다
2024.10.10(목) 29회 차 치료
2024.10.11(금) 30회 차 치료. 마지막에도 호흡 정리 어려움으로 기침을 많이 하며 움직이게 되어 중간에 방사선 조사가 제대로 된 것 같지 않음.
2024. 10.21(월) 치료 완료 10일 차. 치료 후 첫 방사선과 진료. 10일이 지났으나 목소리는 제대로 돌아오지 않음. 목 안의 찌릿찌릿한 느낌이 간헐적으로 있음. 점막염 통증은 치료 완료 전보다 상대적으로 완화됨. 진통제 복용도 1일 2회 이상에서 1일 1회 정도로 감소. 음성 회복은 대략 1개월 정도 걸린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함. 아프기 전보다 더 좋아진다고 해서 안심은 됨. 대략 3개월 차에 CT촬영한다 함. 치료 완료 후 1개월 차인 11월 11일(월)에 이비인후과 진료와 방사선종양학과 동시 진료 예정. 이날 대략적인 치료 완료 경과에 대한 평가가 있을 듯.
2024. 10.23(수) 방사선치료 완료 12일 차. 아침에 일어나 혼자 말하면 말이 잘 나오는 것 같으나 통화나 타인과 대화 시 쉰 목소리는 여전함. 장시간 강의하면 목이 아파 기침을 하게 되고 힘이 듦. 돌이켜 보면 치료 중간 이후 막판까지 점막염이 고통스러웠고, 초반과 중반에는 음식 삼킴(연하)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음. 지금은 모든 상황이 나아졌고, 지인들은 목소리가 그대로라는 평이지만, 내 자신은 그전보다 목소리에 약간 힘이 들어간 건 느껴짐. 음성 변화가 급격히 온 14일째 전후보다 좀 더 낫다는 것이 자체적 평가임. 그러나 늘 목소리가 이대로 갈까 봐 두렵기는 함.
2024. 10.26(토) 방사선치료 완료 후 15일 차.
2024.10.27(일)
2024.10.28(월) 방사선치료 완료 후 17일 차. 중간고사 실시. 대화 시 여전한 쉰 목소리. 힘들여 얘기하는 게 어려움
2024.10.29(화) 18일 차. 듣는 사람마다 목소리를 알아듣는데 애로사항을 겪게 만든다. 그전보단 훨씬 낫지만.
2024. 10.30(수) 식도나 성대가 좀 더 가라앉는 것 같다. 성대 찌릿찌릿 느낌도 수치가 줄어듦. 마약성진통제는 1일 1회 정도로 축소. 침을 삼킬 때 역시 목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느낌 때문에 이것이 치유의 과정인지, 아님 잔존해 틈을 노리는 암세포인지 판단이 어려움. 공기가 안 좋은 곳에 당도하면 잦은 기침을 하게 됨.
2024.10.31(목) 이번주 월, 화, 수, 목은 음성이 조금씩 나아지는 추세이고, 방사선 부작용 염증도 완화되는 듯한 인상임.
2024.11.01(금) 식도점막염은 거의 다 진정이 됐다고 보인다. 다만 성대에서 느껴지는 그것이 죽어가는 암세포인지, 아니면 조직검사 때 떼간 생검이 살아나면서 성대 양쪽이 잘 아물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염증 감소로 목소리는 매일매일 편해지고 있다. 다만 힘이 들어가는 발성은 여전하며, 고음은 낼 수 없어 충분한 전달력이 이뤄지지 않는다. 가까이에서 대화하거나 통화는 한결 나아졌다. 앞으로 1주일 내로 확연한 음성회복이 있어야 의사 선생님 말대로 되는 것인데, 쉰 목소리 이게 맞나 싶다.
2024.11.02(토) 중증 발병이 진행되는 시기(2월-7월)의 음성변화도 다 달랐고, 입원 때 생검 이후 발성이 좀 회복되면서 강의에도 자신감이 생겨 이 주간 수업을 잘했다. 하지만 추석 이후 목소리가 확실히 잠기며 방사선치료 효과가 도드라졌다. 복기하면 그때부터의 음성과 비교하면 좋은 변화라 믿고 싶다. 한 번에 좋아지지 않는다란 의학정보를 믿을 뿐이다.
2024.11.03(일) 방사선치료 완료 23일 차
2024.11.04(월) 방사선치료 완료 24일 차
자고 일어나니 목소리가 많이 회복되었다. 19일 차부터 조금씩 좋아진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현재까지 가장 드라마틱한 음성 변화다. 학생들 성심당 빵 사다 줘서 그거 먹고 하느라 40분 남짓 강의했지만, 추석 명절 전 이후로 기침을 하거나 시간을 좀 단축해 아주 쉰 목소리로 강의를 겨우 이어 나갔다. 완전하진 않지만, 좋았다.
2024. 11.05(화) 방사선치료 완료 25일 차
아직 방사선 부작용이 남았는지 저녁 무렵 다소 귀가 먹먹하고 그랬다.
2024. 11.06(수) 내용상 유튜브 2편을 봤지만, 75분 풀강을 마쳤다. 지난 월요일보다 더 좋았다.
그래도 목의 염증 일부가 남아 있음을 느낀다.
2024. 11.07(목) 여전히 좀 피곤하고 미세한 증상들이 남아 있다. 그래도 목소리가 더 돌아오는 듯하다. 다음 주 진료도 있고, 먼 길이 남았지만, 암세포가 과연 사라진 것인지 늘 궁금하다. 소리 지르는 건 잘되지 않는다. 집에서 혼자 연습해 보지만, 겁이 나서 안된다.
(그다음 내용은 별도로 업데이트 예정. 진단까지 내용 역시 따로 업로드 생각 중.)
2024. 11.11(월) 방사선치료 완료 31일 차.
이비인후과 후두현미경 진찰 있는 날, 방사선종양학과도 같은 날 진료예정
이로부터 2개월 후 CT 찍는다는 얘기만 들어놓은 상태
2024. 11.12(화) 방사선치료 완료 32일차. 낮에 샌드위치를 먹은 뒤 목에 뭐가 계속 걸린듯한 느낌임. 어제 의사 선생님이 가래 끼냐고 물었는데 조금 있다고 했었음. 그런데 앞으로 그 가래증상이 계속 있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 그래서 약간 컨디션이 안좋음.
코노 가서 적당한 높이의 노래를 불러보는 것이 내 작은 소망이다.
(워커스 기고글)
창원대학교 중국학과 구성철
1. 미중 간 문제에서 세계화하는 화웨이 사태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미중 간 패권경쟁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의 홍콩 보안법 통과 문제는 외교적 문제라고 한다면 남중국해에서의 미국의 자유항행 의지는 군사적 경쟁의 문제이다. 화웨이(華爲) 문제는 5G 시장에서의 미래 표준을 누가 먼저 선점할 것인가를 두고 벌어지는 경제적 문제라고 분류해 말할 수 있다.
화웨이를 두고 제기된 사이버 안보 논란은 오래전부터 있어 온 일이다. 하지만 이 일이 외교적 현안으로 급부상하게 된 것은 2018년 2월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2018년 12월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의 첫째 딸인 멍완저우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캐나다에서 체포되면서부터였다. 2019년 5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민간기업들에게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요구했다. 미국 측의 주장은 화웨이 문제는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안보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화웨이 장비에 심어진 백도어를 통해 중대한 정보와 데이터가 누출될 수 있다고 미국은 주장한다. 이에 대해 화웨이와 중국 정부는 화웨이 통신장비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의심은 객관적인 근거가 없고, 되려 그 위협을 과장함으로써 이를 통해 모종의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속내가 있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며칠 전인 2020년 7월 14일 영국에서는 총리 주재로 국가안보회의가 열린 후 화웨이의 5G 장비구매는 2020년 말 이후 중단하고, 유선 인터넷망 부문에서도 화웨이의 장비 사용을 2년 안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즉 이동통신망 장비와 더불어 기존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모두 제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화웨이는 매우 실망스러운 결정이라면서 즉각 반발했다. 중국 정부도 이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브리핑이 있었다. 7월 15일 중국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기업들은 영국에서 투자 안전에 중대한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중국은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 기업의 권리를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가 5세대 이동통신망 구축사업에서 중국 화웨이 장비구매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미국의 다른 동맹국인 캐나다도 선택을 강요받게 될 전망이다. 캐나다가 바로 미국과 기밀을 공유하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이 파이브 아이즈에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영국 5개국이 가입했는데 캐나다를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모두 화웨이를 배제하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에 향후 캐나다도 화웨이 견제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화웨이가 이처럼 많은 견제를 받는 것은 바로 화웨이가 미래 기술과 경제의 중추신경계가 될 5G 이동통신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4G까지는 미국과 유럽의 통신회사가 이와 관련된 표준 제정을 주도했지만, AI,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 분야는 바로 5G이고 이와 관련된 특허 출원은 현재 화웨이(승인 건수는 삼성전자가 1위)가 1위이다.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에서 5G 기술을 언급하고, 2016년부터 시작된 13.5 계획에서도 5G 기술을 전략적 신흥 산업으로 지정하는 등 통신인프라 설치와 부가 서비스 확대에 대대적인 지원을 앞세우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화웨이에 대해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 새로운 제재를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화웨이가 독자 설계한 반도체 부품을 TSMC를 비롯한 세계 어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업체) 업체에 맡겨 생산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7월 17일 세계 파운드리 생산 1위인 대만의 TSMC는 오는 9월 14일 이후에는 화웨이의 반도체를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통신장비, 스마트폰, PC, 서버 등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반도체 부품 조달에 비상이 걸리게 되었고 향후 신제품 출시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미국의 화웨이 압박은 점점 강해지고 세밀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전방위적 제재에도 불구하고 화웨이는 중국 내에서 오히려 이른바 ‘애국 소비’라는 이름으로 화웨이 제품을 중국 인민들이 더 많이 사용함으로써 그 제재의 칼날을 우회하고 있다. 2020년 상반기 화웨이 매출은 2019년 23%의 증가율보다 둔화한 13% 증가에 그쳤다. 하지만 코로나19팬데믹 상황을 감안하면 상당히 선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중국 정부가 5G 통신장비에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중국 통신회사는 2020년 약 31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5G 통신망 구축에 투자하고, 50만 개 넘는 5G 기지국을 건설할 계획이다. 따라서 통신장비 시장에서의 화웨이의 시장점유율 1위도 무난히 수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2020년 4/4분기 이후에는 화웨이의 입지가 매우 좁아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상당한 편이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다. 또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이 세계화되면서 줄세우기식 외교가 치열하게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한국에 직접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해 요약해 보고자 한다.
2. 화웨이 사태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
화웨이 사태가 우리나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5G 통신장비 시장이다. 영국의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가 퇴출(스마트폰 판매는 제외)되면서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7월 14일(현지시각) “영국은 신뢰할 수 없는 기업의 제품을 금지해 국가안보를 지켰다”라고 평가하면서 “인도의 지오, 호주의 텔스트라, 한국의 SKT와 KT, 일본의 NTT처럼 깨끗한 통신사들과 다른 업체들이 그들의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해왔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의 우방국 사이에서는 탈 화웨이 움직임이 뚜렷하다. 이에 따라 유럽 시장과 동남아 시장에서 화웨이에게 선점당했던 5G 통신장비 시장에 삼성이 한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마침 영국은 2027년까지 이미 통신망에 들어간 화웨이 장비를 모두 교체하기로 하면서 영국이 삼성에 5G 통신망 장비를 제공할 수 있는지 의사를 타진했고 삼성전자 역시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이다. 독일과 프랑스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 유력해 보이는 상황이라 삼성이 가져갈 반사이익은 매우 클 것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 5G 기지국 시장은 화웨이와 에릭슨, 노키아가 80%를 상회하는 점유율을 차지하는 삼파전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 1분기 5세대 통신장비 시장점유율은 약 13.2%이다. 이는 2019년 4분기보다 3% 가까이 오른 것으로 화웨이에 대한 견제가 더 심해지면 5G 통신장비 시장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더욱 오를 것으로 보이고 관련 국내기업과 한국경제에 끼칠 전망은 일단 매우 긍정적인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2019년 5월 설립한 차세대통신연구센터에서 6세대 선행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6세대의 속도는 기존 5세대 기술 속도보다 50배나 빠르고, 무선 지연시간도 10분의 1로 감소한다. 이는 10년 뒤 기술을 미리 개발해 6세대의 표준화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긍정적인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3대 통신사 가운데 하나인 LG유플러스와 화웨이의 관계 변화는 한중관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중국의 화웨이는 한국의 106개 기업과 실질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며, 특히 LG유플러스는 화웨이 네트워크 장비를 30% 이상 사용하고 있다. SKT와 KT는 주로 삼성, 에릭슨, 노키아 장비만 주로 사용했다. LG가 화웨이를 사용했던 이유는 가성비 때문이다. LG는 SKT와 KT에 비해 늦게 네트워크 사업에 진출했고, 후발주자로서 초기 설치비가 20~30% 저렴한 화웨이 장비를 사용했다. 더 중요한 사실은 LG그룹의 전체 매출 비중에서 중국이 매우 큰 시장이라는 것이다. LG그룹은 전기차 배터리, 화장품, LED 등의 다양한 전자제품을 중국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압박에 따라 화웨이 네트워크 장비 사용을 중단할 경우, LG는 중국으로부터 제품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제2의 사드 사태까지는 아니더라도 한중관계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 LG그룹은 사이버 안보와 관련해 몇 가지 반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① 미국의 시스코 기업의 라우터를 활용해 백도어를 미국 정부를 위해 열어 준 적이 있다는 것 ② 국제공통평가기준(CC)으로부터 5G 기지국을 검증받고 안전한 평가를 받았다는 것 ③ 경쟁사들도 화웨이 유선 장비를 도입했지만, 보안사고가 없었으며, 5G 장비는 TV 안테나와 유사해 개인정보 탈취와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의 기업이나 중국의 기업 모두 사이버 보안을 훼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사이버 안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신업계는 인구의 절반이 몰린 서울과 수도권은 화웨이 장비로만 서비스 중이고, CC는 백도어 탐지능력이 부족하며, TV 안테나와 달리 5G는 쌍방향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이라 안심할 수 없다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비록 영국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영국의 통신장비 관련 업체에서는 수조 원 대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고, 정해진 시간표대로 화웨이 장비를 모두 교체하는 것도 불가능하며 5G 인프라 구축이 2~3년 지연될 수밖에 없게 되면서 그 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영국의 이러한 화웨이 배제 방침은 한국의 LG유플러스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딜레마도 점차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5G 시대, 화웨이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은 반도체 업계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만의 TSMC가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게 되면서 중국은 반도체의 국산화에 더 매진할 것이다. 단기간에는 어렵겠지만 향후 중국이 시스템 메모리 반도체 분야 국산화에 성공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과의 기술격차도 상당히 좁히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파급력을 발휘할 것이다.
화웨이라는 회사 명칭은 ‘중화민족을 위하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말로 화웨이는 외부의 호기심 어린 시선처럼 배후에 중국 정부를 업고 있는 기업으로 미국의 주장처럼 세계 각국의 사이버 안보를 위협하는가, 그도 아니면 중국의 기술 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이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볼모인가. 그 내막이야 어찌 됐든 기술패권 경쟁의 서막은 올랐고 여기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하는 국가가 바로 21세기 미래 기술의 표준을 선점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우리로서는 상당히 복잡한 국면을 초래하고 있는 화웨이 사태를 어떤 방식으로 현명하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많은 논의가 요구된다.
구성철(前동서대 중국연구센터)
동서중국 웹진 제6호 기고글
http://www.dsuchina.kr/201908/3-2.html
http://www.dsuchina.kr/user/0006/nd18626.do?menuCode=kor&zineInfoNo=0006&pubYear=2019&pubMonth=08
짜장면이 남긴 단절과 칭다오맥주와 마라의 상륙
짜장면이 남긴 단절과 칭다오맥주와 마라의 상륙 짜장면은 지난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한국의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일상적인 음식이었다. 누구든 짜장면과 관련된 스토리 하나 정도는 거론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와 매우 가까운 음식이다. 중국 대륙에서 건너온 중국인들에게 의
www.dsuchina.kr
짜장면은 지난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한국의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일상적인 음식이었다. 누구든 짜장면과 관련된 스토리 하나 정도는 거론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와 매우 가까운 음식이다. 중국 대륙에서 건너온 중국인들에게 의해 전해진 이 ‘작장면’이 한국에서 자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6.25전쟁을 거치면서 미국의 저렴한 밀가루 공급이 이뤄졌고 화교탄압정책으로 인한 중국음식점의 대량 개업과 캐러멜이 첨가되면서 한국화 된 짜장소스가 우리 생활 속에서 짜장면을 살아 숨 쉬게 만들었다. 짜장면은 한반도에서 중화제국이 남긴 마지막 유산이자 단절의 상징으로 꼽을 수 있다. 1894년 청일전쟁 이후 한반도, 특히 한국에서 중국이 가졌던 오랜 영향력은 하드파워부터 상실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냉전과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양국은 소프트파워 마저 상실하면서 완전히 단절되고 말았다. 아마 양 국가의 어느 누구도 양국관계가 이렇게 변화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120여 년은 중국과 한국은 적어도 네 세대 이상 단절되었다. 아마 양국 국민들의 첫 세대 정도는 청나라가 조선에 가지고 있던 권력(현대적인 관점의 하드파워)이 사라졌다고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세대는 제국주의의 침략 아래 신음하느라 아무런 정신이 없었던 것이 비참한 현실이었다. 마지막 네 번째 세대는 냉전의 대립 속에서 서로를 인식할 틈조차 없게 되면서 소프트파워도 상실했다. 마지막에는 한반도에 살던 사람이 스스로 인정했던 중국의 권위는 아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와 동시에 미국은 일제의 항복과 더불어 한국에 진출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조선 사람에게 미국은 그저 서방국가의 피부색이 다른 신기한 인종이었을 따름이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미국의 하드파워는 초콜릿으로부터 시작됐다. 전쟁의 상처와 가난 속에서 신음하던 한국인들은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던 초콜릿과 식량으로부터 미국의 하드파워를 인지하게 됐다. 이후에는 미국의 대중음악과 할리우드 영화 등을 통해 소프트파워를 전파 당했다(?). 그러나 미국의 권위는 미국 스스로가 만든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한국과 한국인이 만들어냈다.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 모두가 절정기에 접어들면서 스스로 미국이라는 권위를 인정하게 된 것이다.
국제정치에서는 흔히 A국가가 B국가에 가지는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의 정도가 바로 그 나라의 패권을 상징하는 지표라고 말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가장 마지막에 오는 것은 언어와 문화패권이라 생각한다. 그 나라의 ‘언어’가 타 국가의 생활 속에서 상용화되고, 문화가 한 국가의 국민들을 지배할 때 패권은 완성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중국은 짜장면이라는 유산을 통해 한반도에 단절을 남겼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1992년 한중수교가 이뤄지면서 단절됐던 가장 가까운 이웃인 중국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1990년대 대학가에서는 중국어와 관련된 학과가 많이 신설됐고, 보잘 것 없던 중국어 교재의 숫자도 대폭 증가했다. 또 타이완으로 유학을 가는 사람은 매우 적어지고, 대륙으로 유학을 떠나는 젊은이들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의 음식 또한 유입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산물이 바로 ‘양꼬치’와 ‘칭다오맥주’이다. 수년 전 한 희극인 정상훈이 ‘양꼬치엔칭다오’라는 말을 유행시키고 이와 관련한 TV광고까지 출연한 것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https://youtu.be/6O_5jH3bUA0
동영상출처: 2018칭따오 스페셜 에디션 복맥무비/유튜브
1903년 한 독일인과 영국인에 의해 칭다오에 설립된 것이 칭다오맥주다. 반식민지 시기 열강들에 의해 만들어진 맥주공장이 100년이 훨씬 지난 지금 세계로 다시 나아가고 있다. 그 특유의 풍미와 상쾌한 맛, 그리고 발음하고 외우기 쉬운 명칭으로 한국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2000년대 양꼬치에는 칭다오맥주를 마셔야지 하는 선입견을 먼저 만들어낸 이후 칭다오맥주는 중국맥주를 대표하는 대명사가 됐다. 이에 따라 칭다오맥주는 한국시장에서 3년 전부터 일본의 아사히, 네덜란드의 하이네캔 등을 제치고 수입맥주 시장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위 동영상의 조회 수는 250만회를 넘기면서 중독성 있는 광고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중국유학을 경험한 이들에 의해 중국의 하얼빈맥주와 쉐화맥주도 한국시장에 연이어 진입하면서 중국맥주의 한국시장 저변은 점차 넓어질 전망이다. 특히나 폭염이 시작된 요즘 각 가정에서 칭다오맥주를 친근하게 마시면서 소비한다는 것은 향후 한중관계가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문화적 조짐으로 읽을 수 있다.

한편 수년 전부터 조짐은 있었지만,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올해 열풍이 불기 시작한 ‘마라’ 역시 대륙에서 건너온 음식문화의 산물이다. 혀가 마비될 정도로 맵고 얼얼한 맛을 의미하는 ‘마라(麻辣)’는 매운 것을 사랑하는 한국인들의 정서와 잘 맞아 떨어졌다. 물론 현재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마라’의 맛은 쓰촨 정통의 맛이라 단언하기는 어렵다. 한국시장에 진입하면서 판매자들이 그 마라의 정도를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불고 있는 마라 열풍은 세 가지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첫 번째 점심이나 저녁식사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마라탕을 대표로 한 ‘외식업’의 대폭 증가이다. 이는 중국에서 한국인유학생들이 즐겨먹던 대표적인 음식이기도 했다. 따라서 마라탕의 한국 상륙은 시기의 문제였지, 결코 우연히 온 것은 아니라 볼 수 있다. 현재 강남역 상권에 마라탕 전문점이 18곳이 영업을 하고 있고 전국의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도심지역에 그 체인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라화쿵푸’, ‘라메이즈’, ‘탕화쿵푸’, ‘라공방’ 등 그 체인 역시 다양해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마라탕과 더불어 외식업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훠궈’, ‘마라샹궈’와 ‘마라롱샤’, ‘마라새우’ 등이다. 심지어 인터넷에서는 마라탕을 갈구하는 새로운 표현들도 유행하고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마라탕 이후의 대표주자는 ‘훠궈’와 ‘마라샹궈’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에서는 ‘쫜쫜훠궈’라는 1인 훠궈 전문점도 2018년에 생겨나 인기를 얻었고, ‘라라관’이라는 마라소고기전골을 전문 판매하는 음식점도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엄청난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편의점에서 부는 마라열풍이다. 아직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일단 맛보면 계속 먹게 된다는 마라는 편의점에서도 연일 신제품을 내놓으며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거의 모든 편의점에서 마라와 관련된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어서 정신을 못차릴 정도다. 편의점에서 내놓는 상품들의 이름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중화풍마라제육삼각김밥’, ‘꽐라돼지마라’, ‘마라닭발’, ‘마라볶음면’, ‘마라만두’, ‘마라탕면스낵’, ‘마라볶음 쌀국수’, ‘마라핫치킨도시락’, ‘마라닭강정’, ‘마라볶음삼각김밥’, ‘마라족발’ 등등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마라와 관련된 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혈중마라농도’, ‘마라권’, ‘마라위크’등의 유행어를 봤을 때 ‘마라’의 한국 연착륙과 정착은 기정사실로 봐야 할 것이다.
세 번째, ‘마라칸 치킨’, ‘마라볼케이노’ 등을 비롯한 치킨 배달업계 음식과 ‘포기하지 마라탕면’을 대표로 한 라면업계에서도 한동안 마라열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마라칸치킨’의 경우 인터넷에서 그 맛의 호불호와 관련해 극딜을 받고 있지만, 마라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한 번쯤은 먹어볼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포기하지 마라탕면’같은 제품은 프로야구팀 가운데 하나인 한화이글스의 최근 성적과 맞물려 콜라보 제품으로 나온 사례로 한화이글스 팬들의 경기관람을 잠정 중단시키고 먹방계로 입문해 잠시 마음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익’을 내야 하는 입장에서는 ‘열풍’이 중요하고 ‘트렌드’가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음식문화적 현상의 이면에 좀 더 주목하고 있다. 이 너머에는 또 어떤 관점의 전환이 생겨날 것인지 사뭇 궁금해지는 여름밤이다. 이번 8월은 한국과 중국이 교류를 시작한 지 이미 만 27년이 되는 달이다. 27살의 ‘한중이’는 어느덧 어엿한 젊은이가 됐고, 그는 칭다오맥주와 마라에 빠져 있다. 하지만 그 두 가지가 한중이의 삶을 지배하지는 못할 것이다. 한중이의 40살, 50살, 그리고 60살을 장기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중국의 음식문화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침투하면서 궁극적으로 중국의 대한반도 영향력이 얼마나 확장될 것인지 살펴보는 것은 한중관계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내 삶은 한중관계의 27년과 함께 해왔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정작 오늘밤의 현실 고민은 열대야가 지속되는 지금 이 기고를 마무리하고 중국산 칭다오 맥주느님과 한국산 삼겹느님의 은총을 받아야 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무더운 여름 노상과 작은 양꼬치 매장에서 수없이 먹었던 ‘꼬치’들이 그리워지는 밤이다.
젊었기에 더 맛있었던 그것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