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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7. 28. 17:27

(워커스 기고글)

 

창원대학교 중국학과 구성철

 

1. 미중 간 문제에서 세계화하는 화웨이 사태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미중 간 패권경쟁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의 홍콩 보안법 통과 문제는 외교적 문제라고 한다면 남중국해에서의 미국의 자유항행 의지는 군사적 경쟁의 문제이다. 화웨이(華爲) 문제는 5G 시장에서의 미래 표준을 누가 먼저 선점할 것인가를 두고 벌어지는 경제적 문제라고 분류해 말할 수 있다.

 

화웨이를 두고 제기된 사이버 안보 논란은 오래전부터 있어 온 일이다. 하지만 이 일이 외교적 현안으로 급부상하게 된 것은 20182월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201812월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의 첫째 딸인 멍완저우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캐나다에서 체포되면서부터였다. 20195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민간기업들에게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요구했다. 미국 측의 주장은 화웨이 문제는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안보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화웨이 장비에 심어진 백도어를 통해 중대한 정보와 데이터가 누출될 수 있다고 미국은 주장한다. 이에 대해 화웨이와 중국 정부는 화웨이 통신장비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의심은 객관적인 근거가 없고, 되려 그 위협을 과장함으로써 이를 통해 모종의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속내가 있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며칠 전인 2020714일 영국에서는 총리 주재로 국가안보회의가 열린 후 화웨이의 5G 장비구매는 2020년 말 이후 중단하고, 유선 인터넷망 부문에서도 화웨이의 장비 사용을 2년 안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즉 이동통신망 장비와 더불어 기존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모두 제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화웨이는 매우 실망스러운 결정이라면서 즉각 반발했다. 중국 정부도 이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브리핑이 있었다. 715일 중국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기업들은 영국에서 투자 안전에 중대한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중국은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 기업의 권리를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가 5세대 이동통신망 구축사업에서 중국 화웨이 장비구매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미국의 다른 동맹국인 캐나다도 선택을 강요받게 될 전망이다. 캐나다가 바로 미국과 기밀을 공유하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이 파이브 아이즈에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영국 5개국이 가입했는데 캐나다를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모두 화웨이를 배제하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에 향후 캐나다도 화웨이 견제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화웨이가 이처럼 많은 견제를 받는 것은 바로 화웨이가 미래 기술과 경제의 중추신경계가 될 5G 이동통신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4G까지는 미국과 유럽의 통신회사가 이와 관련된 표준 제정을 주도했지만, AI,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 분야는 바로 5G이고 이와 관련된 특허 출원은 현재 화웨이(승인 건수는 삼성전자가 1)1위이다.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에서 5G 기술을 언급하고, 2016년부터 시작된 13.5 계획에서도 5G 기술을 전략적 신흥 산업으로 지정하는 등 통신인프라 설치와 부가 서비스 확대에 대대적인 지원을 앞세우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화웨이에 대해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 새로운 제재를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화웨이가 독자 설계한 반도체 부품을 TSMC를 비롯한 세계 어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업체) 업체에 맡겨 생산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717일 세계 파운드리 생산 1위인 대만의 TSMC는 오는 914일 이후에는 화웨이의 반도체를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통신장비, 스마트폰, PC, 서버 등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반도체 부품 조달에 비상이 걸리게 되었고 향후 신제품 출시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미국의 화웨이 압박은 점점 강해지고 세밀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전방위적 제재에도 불구하고 화웨이는 중국 내에서 오히려 이른바 애국 소비라는 이름으로 화웨이 제품을 중국 인민들이 더 많이 사용함으로써 그 제재의 칼날을 우회하고 있다. 2020년 상반기 화웨이 매출은 201923%의 증가율보다 둔화한 13% 증가에 그쳤다. 하지만 코로나19팬데믹 상황을 감안하면 상당히 선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중국 정부가 5G 통신장비에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중국 통신회사는 2020년 약 31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5G 통신망 구축에 투자하고, 50만 개 넘는 5G 기지국을 건설할 계획이다. 따라서 통신장비 시장에서의 화웨이의 시장점유율 1위도 무난히 수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20204/4분기 이후에는 화웨이의 입지가 매우 좁아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상당한 편이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다. 또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이 세계화되면서 줄세우기식 외교가 치열하게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한국에 직접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해 요약해 보고자 한다.

 

2. 화웨이 사태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

 

화웨이 사태가 우리나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5G 통신장비 시장이다. 영국의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가 퇴출(스마트폰 판매는 제외)되면서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714(현지시각) “영국은 신뢰할 수 없는 기업의 제품을 금지해 국가안보를 지켰다라고 평가하면서 인도의 지오, 호주의 텔스트라, 한국의 SKTKT, 일본의 NTT처럼 깨끗한 통신사들과 다른 업체들이 그들의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해왔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의 우방국 사이에서는 탈 화웨이 움직임이 뚜렷하다. 이에 따라 유럽 시장과 동남아 시장에서 화웨이에게 선점당했던 5G 통신장비 시장에 삼성이 한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마침 영국은 2027년까지 이미 통신망에 들어간 화웨이 장비를 모두 교체하기로 하면서 영국이 삼성에 5G 통신망 장비를 제공할 수 있는지 의사를 타진했고 삼성전자 역시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이다. 독일과 프랑스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 유력해 보이는 상황이라 삼성이 가져갈 반사이익은 매우 클 것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 5G 기지국 시장은 화웨이와 에릭슨, 노키아가 80%를 상회하는 점유율을 차지하는 삼파전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20201분기 5세대 통신장비 시장점유율은 약 13.2%이다. 이는 20194분기보다 3% 가까이 오른 것으로 화웨이에 대한 견제가 더 심해지면 5G 통신장비 시장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더욱 오를 것으로 보이고 관련 국내기업과 한국경제에 끼칠 전망은 일단 매우 긍정적인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20195월 설립한 차세대통신연구센터에서 6세대 선행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6세대의 속도는 기존 5세대 기술 속도보다 50배나 빠르고, 무선 지연시간도 10분의 1로 감소한다. 이는 10년 뒤 기술을 미리 개발해 6세대의 표준화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긍정적인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3대 통신사 가운데 하나인 LG유플러스와 화웨이의 관계 변화는 한중관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중국의 화웨이는 한국의 106개 기업과 실질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며, 특히 LG유플러스는 화웨이 네트워크 장비를 30% 이상 사용하고 있다. SKTKT는 주로 삼성, 에릭슨, 노키아 장비만 주로 사용했다. LG가 화웨이를 사용했던 이유는 가성비 때문이다. LGSKTKT에 비해 늦게 네트워크 사업에 진출했고, 후발주자로서 초기 설치비가 20~30% 저렴한 화웨이 장비를 사용했다. 더 중요한 사실은 LG그룹의 전체 매출 비중에서 중국이 매우 큰 시장이라는 것이다. LG그룹은 전기차 배터리, 화장품, LED 등의 다양한 전자제품을 중국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압박에 따라 화웨이 네트워크 장비 사용을 중단할 경우, LG는 중국으로부터 제품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제2의 사드 사태까지는 아니더라도 한중관계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 LG그룹은 사이버 안보와 관련해 몇 가지 반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미국의 시스코 기업의 라우터를 활용해 백도어를 미국 정부를 위해 열어 준 적이 있다는 것 국제공통평가기준(CC)으로부터 5G 기지국을 검증받고 안전한 평가를 받았다는 것 경쟁사들도 화웨이 유선 장비를 도입했지만, 보안사고가 없었으며, 5G 장비는 TV 안테나와 유사해 개인정보 탈취와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의 기업이나 중국의 기업 모두 사이버 보안을 훼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사이버 안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신업계는 인구의 절반이 몰린 서울과 수도권은 화웨이 장비로만 서비스 중이고, CC는 백도어 탐지능력이 부족하며, TV 안테나와 달리 5G는 쌍방향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이라 안심할 수 없다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비록 영국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영국의 통신장비 관련 업체에서는 수조 원 대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고, 정해진 시간표대로 화웨이 장비를 모두 교체하는 것도 불가능하며 5G 인프라 구축이 2~3년 지연될 수밖에 없게 되면서 그 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영국의 이러한 화웨이 배제 방침은 한국의 LG유플러스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딜레마도 점차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5G 시대, 화웨이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은 반도체 업계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만의 TSMC가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게 되면서 중국은 반도체의 국산화에 더 매진할 것이다. 단기간에는 어렵겠지만 향후 중국이 시스템 메모리 반도체 분야 국산화에 성공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과의 기술격차도 상당히 좁히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파급력을 발휘할 것이다.

 

화웨이라는 회사 명칭은 중화민족을 위하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말로 화웨이는 외부의 호기심 어린 시선처럼 배후에 중국 정부를 업고 있는 기업으로 미국의 주장처럼 세계 각국의 사이버 안보를 위협하는가, 그도 아니면 중국의 기술 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이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볼모인가. 그 내막이야 어찌 됐든 기술패권 경쟁의 서막은 올랐고 여기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하는 국가가 바로 21세기 미래 기술의 표준을 선점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우리로서는 상당히 복잡한 국면을 초래하고 있는 화웨이 사태를 어떤 방식으로 현명하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많은 논의가 요구된다.

 

2019. 8. 13. 16:32

구성철(前동서대 중국연구센터)
동서중국 웹진 제6호 기고글

http://www.dsuchina.kr/201908/3-2.html

http://www.dsuchina.kr/user/0006/nd18626.do?menuCode=kor&zineInfoNo=0006&pubYear=2019&pubMonth=08

 

짜장면이 남긴 단절과 칭다오맥주와 마라의 상륙

짜장면이 남긴 단절과 칭다오맥주와 마라의 상륙 짜장면은 지난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한국의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일상적인 음식이었다. 누구든 짜장면과 관련된 스토리 하나 정도는 거론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와 매우 가까운 음식이다. 중국 대륙에서 건너온 중국인들에게 의

www.dsuchina.kr



짜장면은 지난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한국의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일상적인 음식이었다. 누구든 짜장면과 관련된 스토리 하나 정도는 거론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와 매우 가까운 음식이다. 중국 대륙에서 건너온 중국인들에게 의해 전해진 이 ‘작장면’이 한국에서 자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6.25전쟁을 거치면서 미국의 저렴한 밀가루 공급이 이뤄졌고 화교탄압정책으로 인한 중국음식점의 대량 개업과 캐러멜이 첨가되면서 한국화 된 짜장소스가 우리 생활 속에서 짜장면을 살아 숨 쉬게 만들었다. 짜장면은 한반도에서 중화제국이 남긴 마지막 유산이자 단절의 상징으로 꼽을 수 있다. 1894년 청일전쟁 이후 한반도, 특히 한국에서 중국이 가졌던 오랜 영향력은 하드파워부터 상실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냉전과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양국은 소프트파워 마저 상실하면서 완전히 단절되고 말았다. 아마 양 국가의 어느 누구도 양국관계가 이렇게 변화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120여 년은 중국과 한국은 적어도 네 세대 이상 단절되었다. 아마 양국 국민들의 첫 세대 정도는 청나라가 조선에 가지고 있던 권력(현대적인 관점의 하드파워)이 사라졌다고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세대는 제국주의의 침략 아래 신음하느라 아무런 정신이 없었던 것이 비참한 현실이었다. 마지막 네 번째 세대는 냉전의 대립 속에서 서로를 인식할 틈조차 없게 되면서 소프트파워도 상실했다. 마지막에는 한반도에 살던 사람이 스스로 인정했던 중국의 권위는 아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와 동시에 미국은 일제의 항복과 더불어 한국에 진출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조선 사람에게 미국은 그저 서방국가의 피부색이 다른 신기한 인종이었을 따름이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미국의 하드파워는 초콜릿으로부터 시작됐다. 전쟁의 상처와 가난 속에서 신음하던 한국인들은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던 초콜릿과 식량으로부터 미국의 하드파워를 인지하게 됐다. 이후에는 미국의 대중음악과 할리우드 영화 등을 통해 소프트파워를 전파 당했다(?). 그러나 미국의 권위는 미국 스스로가 만든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한국과 한국인이 만들어냈다.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 모두가 절정기에 접어들면서 스스로 미국이라는 권위를 인정하게 된 것이다.


국제정치에서는 흔히 A국가가 B국가에 가지는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의 정도가 바로 그 나라의 패권을 상징하는 지표라고 말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가장 마지막에 오는 것은 언어와 문화패권이라 생각한다. 그 나라의 ‘언어’가 타 국가의 생활 속에서 상용화되고, 문화가 한 국가의 국민들을 지배할 때 패권은 완성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중국은 짜장면이라는 유산을 통해 한반도에 단절을 남겼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1992년 한중수교가 이뤄지면서 단절됐던 가장 가까운 이웃인 중국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1990년대 대학가에서는 중국어와 관련된 학과가 많이 신설됐고, 보잘 것 없던 중국어 교재의 숫자도 대폭 증가했다. 또 타이완으로 유학을 가는 사람은 매우 적어지고, 대륙으로 유학을 떠나는 젊은이들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의 음식 또한 유입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산물이 바로 ‘양꼬치’와 ‘칭다오맥주’이다. 수년 전 한 희극인 정상훈이 ‘양꼬치엔칭다오’라는 말을 유행시키고 이와 관련한 TV광고까지 출연한 것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https://youtu.be/6O_5jH3bUA0

동영상출처: 2018칭따오 스페셜 에디션 복맥무비/유튜브

1903년 한 독일인과 영국인에 의해 칭다오에 설립된 것이 칭다오맥주다. 반식민지 시기 열강들에 의해 만들어진 맥주공장이 100년이 훨씬 지난 지금 세계로 다시 나아가고 있다. 그 특유의 풍미와 상쾌한 맛, 그리고 발음하고 외우기 쉬운 명칭으로 한국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2000년대 양꼬치에는 칭다오맥주를 마셔야지 하는 선입견을 먼저 만들어낸 이후 칭다오맥주는 중국맥주를 대표하는 대명사가 됐다. 이에 따라 칭다오맥주는 한국시장에서 3년 전부터 일본의 아사히, 네덜란드의 하이네캔 등을 제치고 수입맥주 시장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위 동영상의 조회 수는 250만회를 넘기면서 중독성 있는 광고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중국유학을 경험한 이들에 의해 중국의 하얼빈맥주와 쉐화맥주도 한국시장에 연이어 진입하면서 중국맥주의 한국시장 저변은 점차 넓어질 전망이다. 특히나 폭염이 시작된 요즘 각 가정에서 칭다오맥주를 친근하게 마시면서 소비한다는 것은 향후 한중관계가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문화적 조짐으로 읽을 수 있다.

사진출처: <카드뉴스> 대한민국 강타한 ‘마라 열풍’/매경이코노미/2019년 5월 23일.


한편 수년 전부터 조짐은 있었지만,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올해 열풍이 불기 시작한 ‘마라’ 역시 대륙에서 건너온 음식문화의 산물이다. 혀가 마비될 정도로 맵고 얼얼한 맛을 의미하는 ‘마라(麻辣)’는 매운 것을 사랑하는 한국인들의 정서와 잘 맞아 떨어졌다. 물론 현재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마라’의 맛은 쓰촨 정통의 맛이라 단언하기는 어렵다. 한국시장에 진입하면서 판매자들이 그 마라의 정도를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불고 있는 마라 열풍은 세 가지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첫 번째 점심이나 저녁식사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마라탕을 대표로 한 ‘외식업’의 대폭 증가이다. 이는 중국에서 한국인유학생들이 즐겨먹던 대표적인 음식이기도 했다. 따라서 마라탕의 한국 상륙은 시기의 문제였지, 결코 우연히 온 것은 아니라 볼 수 있다. 현재 강남역 상권에 마라탕 전문점이 18곳이 영업을 하고 있고 전국의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도심지역에 그 체인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라화쿵푸’, ‘라메이즈’, ‘탕화쿵푸’, ‘라공방’ 등 그 체인 역시 다양해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마라탕과 더불어 외식업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훠궈’, ‘마라샹궈’와 ‘마라롱샤’, ‘마라새우’ 등이다. 심지어 인터넷에서는 마라탕을 갈구하는 새로운 표현들도 유행하고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마라탕 이후의 대표주자는 ‘훠궈’와 ‘마라샹궈’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에서는 ‘쫜쫜훠궈’라는 1인 훠궈 전문점도 2018년에 생겨나 인기를 얻었고, ‘라라관’이라는 마라소고기전골을 전문 판매하는 음식점도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엄청난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출처: <카드뉴스> 대한민국 강타한 ‘마라 열풍’/매경이코노미/2019년 5월 23일.


두 번째, 편의점에서 부는 마라열풍이다. 아직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일단 맛보면 계속 먹게 된다는 마라는 편의점에서도 연일 신제품을 내놓으며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거의 모든 편의점에서 마라와 관련된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어서 정신을 못차릴 정도다. 편의점에서 내놓는 상품들의 이름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사진출처: Allure잡지 http://www.allurekorea.com/2019/07/30/%ed%8e%b8%ec%9d%98%ec%a0%90-%eb%a7%88%eb%9d%bc%eb%8c%80%ec%a0%84/

‘중화풍마라제육삼각김밥’, ‘꽐라돼지마라’, ‘마라닭발’, ‘마라볶음면’, ‘마라만두’, ‘마라탕면스낵’, ‘마라볶음 쌀국수’, ‘마라핫치킨도시락’, ‘마라닭강정’, ‘마라볶음삼각김밥’, ‘마라족발’ 등등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마라와 관련된 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혈중마라농도’, ‘마라권’, ‘마라위크’등의 유행어를 봤을 때 ‘마라’의 한국 연착륙과 정착은 기정사실로 봐야 할 것이다.


세 번째, ‘마라칸 치킨’, ‘마라볼케이노’ 등을 비롯한 치킨 배달업계 음식과 ‘포기하지 마라탕면’을 대표로 한 라면업계에서도 한동안 마라열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마라칸치킨’의 경우 인터넷에서 그 맛의 호불호와 관련해 극딜을 받고 있지만, 마라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한 번쯤은 먹어볼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포기하지 마라탕면’같은 제품은 프로야구팀 가운데 하나인 한화이글스의 최근 성적과 맞물려 콜라보 제품으로 나온 사례로 한화이글스 팬들의 경기관람을 잠정 중단시키고 먹방계로 입문해 잠시 마음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익’을 내야 하는 입장에서는 ‘열풍’이 중요하고 ‘트렌드’가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음식문화적 현상의 이면에 좀 더 주목하고 있다. 이 너머에는 또 어떤 관점의 전환이 생겨날 것인지 사뭇 궁금해지는 여름밤이다. 이번 8월은 한국과 중국이 교류를 시작한 지 이미 만 27년이 되는 달이다. 27살의 ‘한중이’는 어느덧 어엿한 젊은이가 됐고, 그는 칭다오맥주와 마라에 빠져 있다. 하지만 그 두 가지가 한중이의 삶을 지배하지는 못할 것이다. 한중이의 40살, 50살, 그리고 60살을 장기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중국의 음식문화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침투하면서 궁극적으로 중국의 대한반도 영향력이 얼마나 확장될 것인지 살펴보는 것은 한중관계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내 삶은 한중관계의 27년과 함께 해왔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정작 오늘밤의 현실 고민은 열대야가 지속되는 지금 이 기고를 마무리하고 중국산 칭다오 맥주느님과 한국산 삼겹느님의 은총을 받아야 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무더운 여름 노상과 작은 양꼬치 매장에서 수없이 먹었던 ‘꼬치’들이 그리워지는 밤이다.

젊었기에 더 맛있었던 그것들.

2018. 8. 30. 19:33

며칠 전 홀로 자취하는 집의 실내 형광등 세 개 가운데 두 개가 갑자기 깜빡이기 시작했다. 왜 이럴까 하고 보니 형광등 가장 자리가 새까맣게 돼 있었다. 그래서 형광등을 교체할 때가 됐구나 여기고 무심코 동네 마트에 들러 50W 미색형광을 두 개를 구입했다. 집에 들어와 형광등을 갈아 끼우고 이제 문제없이 살 수 있겠다 했지만, 그것은 나의 오산이었다. 분명 새 것인데 다시 '명멸'하기 시작했다. 다음날 관리사무실을 찾아 상황을 설명하니 당연하다는 듯이 "안정기가 문제인 것 같은데요."라는 답변을 받았다. 기억을 더듬었다. 작년에 분명 안정기를 교체했었는데 불과 1년 사이에 벌써 문제가 생겼단 말인가. 다시 생각해 보니 안정기를 하나만 교체했던 것이고, 교체된 안정기에는 교체 연도와 날짜가 적혀져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교체 날짜가 적혀 있지 않던 것이 탈이 난 것이 분명하다. 부산에서 살다보니 배운 사투리 가운데 하나가 '천지삐까리(많다. 넓은 범위로 널려 있다는 의미)'. 일상에서 생겨나는 사소한 문제들은 그야말로 천지삐까리다. 정말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역설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북중 관계'에 대한 글을 쓰기로 해놓고 한동안 무엇을 써야 하나 싶었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북중 관계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세간에 잘 알려진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원칙이 있다. 어떤 현상과 사실에 대한 설명 중 논리적으로 가장 단순한 것이 진실일 것이라는 원칙을 의미한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는 이를 두고 '건전한 추론을 위한 방법론으로서, 단순성의 원칙 또는 논리절약의 원칙으로도 지칭된다고 풀이한다. 즉 동일한 현상을 설명하는 두 개의 주장 가운데 가정이 많은 쪽을 피하라는 것이다.

 

 

 

 

 

 

 

사진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집에서 명멸하던 형광등처럼 작금의 북한과 중국 간의 관계는 바로 '명멸하는 관계'라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순망치한'의 관계, 전통적인 우방 또는 혈맹관계, 또 정상국가와 정상국가간의 관계 등의 관점에서 이해를 도모했다. 일면 맞는 표현이다. 북한이 붕괴해 미국과 직접 마주치게 되는 것은 중국에게 영 불편한 일이다. 중국은 이러한 미래를 방지하기 위해 북한을 전략적인 안전판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역으로 북한은 핵과 중국을 활용해 미국에 대응하고자 한다. 또 한국전쟁에 함께 피를 나누면서 시작된 관계, 그리고 사회주의를 함께 실천했던 우방의 관계 역시 역사적 사실이다. 1992824일 한중수교와 1990년대 중후반 김일성과 덩샤오핑의 연이은 사망과 시대적 변화는 또 중국과 북한 간 관계를 정상국가간의 관계로 전환하게 하는 요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두 국가 간의 관계를 전통적인 관점에만 의존해 판단해야 할 시기는 지났다고 봐야 적절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북한과 중국은 깜빡이는 관계인 것인가 설명이 돼야 한다.

 

 

한반도가 분단되고 냉전이 고착화됐을 때는 그저 북한과 중국은 우리의 명확한 '적'일 따름이었다.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환경은 크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북중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동하고 새롭게 재편된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중국의 개혁개방'이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통해 전통적인 사회주의 노선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개혁개방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얼마 전 휴가 기간 중국에 여행 갔을 때 어떤 친구가 "나는 마오쩌둥이 좋아요."라고 했다. 순간 이 친구가 정치에 관심이 많구나 했지만 이 역시 나의 오해였다. 그 친구가 얘기한 것은 바로 마오쩌둥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100위안짜리 지폐였던 것이다. '사회주의'는 '사회주의시장경제'로 이행하다가 '자본주의'로 변질됐다. 중국사회는 급변했고, 중국인들의 시각도 나날이 변했다. 자본주의화 되고 개방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중국인들의 시각에서는 북한은 3대 세습 독재국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특히 2011년 말 김정일이 사망하고, 김정은이 그 뒤를 이으면서 중국의 온라인을 중심으로 북한을 희화화하는 여러 표현과 패러디가 유행했다. 라오바이싱(인민)을 대체적인 정서가 이러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중국 영도자들도 북한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북한의 연이은 핵개발과 미사일 도발만이 중국인들의 정서를 변화시키게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 자체의 사회변화와 맞물린 자연스런 조정이었다. 김정은이 집권 이후 2017년까지 중국을 한 번도 공식방문하지 못했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둘째, '한중관계의 시작과 발전'이다. 잘 알려져 있듯 중국이 한국과 수교했을 당시 북한은 중국에게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이후 북한은 고난의 행군시기를 겪었고, 미국에 의해 스러져 가는 몇몇 독재자들의 말로를 두 눈으로 분명히 지켜봤다. 우리는 결코 그렇게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북한의 자각이었다. 핵과 미사일의 개발은 이로부터 기인했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시대적 변화 앞에서 북한의 체제를 보장받기 위해 가장 손쉬운 길이었다. 중국은 한국과 북한 양자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거듭했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 또 중국의 한국에 대한 접점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중국을 결코 신뢰해서는 안 된다'라는 표현은 북한 지도부에게 현실로 다가왔을 것이다. 사회주의와는 고별하고 이제 두 나라 사이에는 '국가이익'만 남았다. 상호간 국가이익을 위해 서로를 활용하는 것만이 이제 시대적 사명이 된 것이다.            

 

 

셋째, '미중간의 관계에 의한 구조적 변화'다. 냉전시기 미국은 공동의 적이었다. 하지만 미중수교와 중국의 개혁개방 등으로 인해 미국은 중국의 친구이자 경쟁자로 그 역할이 변모되었다. 아니 사업 지분을 나눠 갖는 비즈니스 관계로 가고 있다는 것이 더욱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중국이 부상하면서 세계를 움직이는 두 국가 간 관계는 동북아 지역에서 고착화되고 구조화되어 가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 상실을 우려하고, 중국은 적어도 동아시아 지역에서만큼은 미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지역강국으로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북한의 지나친 도발은 매우 위험하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존재한다.  하지만 최근 북한과 미국이 역사상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비핵화 문제의 급진전으로 미국과 북한이 너무 가까워지는 것 역시 달갑지 않다. 올해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세 차례나 방문하고 북한에 한 번도 가지 않았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북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에는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대목이 존재한다.

      

 

 

누가 더 잘 웃나 속에 감춰진 비밀은?

사진출처: 신화망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시대적 변화는 북중 관계를 보다 본질적으로 전환하게 만들었다.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 것이다, 또는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리의 전통적 시각을 버려야 한다. 북중 간의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기 위해서는 북중 관계는 변화해 왔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변모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2018년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 변화가 그야말로 숨 가쁜 일정으로 이어졌던 해로 기억될 것이다. 김정은 세 차례 방중, 곧 있을 시진핑의 방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두 번의 만남과 앞으로 세 번째 정상회담도 예상된다. 아울러 트럼프와 김정은의 2차 정상회담 여부도 관전포인트다. 수많은 만남 속에서 그 어떤 결실을 맺어야 한다. '정전협정'과 '한반도 비핵화', 그리고 '한반도 평화협정 구축'이 의미 없는 만남이 되지 않을 수 있게 할 성과다.     

 

 

한반도에서 진정한 평화의 기운이 싹틀 때 북중 관계는 더 이상 명멸하지 않을 것이다. 평창에서 쏘아 올린 작은 공을 평양에서 발견하게 될 그 날을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 관리사무소 기사님이 휴가를 가신 관계로 안정기 문제는 며칠 더 기다려야 해 형광등 하나로 버티고 있다.)

 

 

동서중국 웹진 제2호 게재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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