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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8. 9. 23:53
1. 내가 있는 유스호스텔은 잘해야 3박 보통 2박 정도 하면 물이 크게 바뀌곤 한다. 나만 여기서 줄창 머물고 있으니 내가 주인이 된 듯한 기분이다. 가끔 마음 맞는 친구들 만나면(주로 여성 동지들) 같이 놀러 나가기도 한다. 그래서 최근 2~3일은 통 공부를 못했다. 어제는 여기 와서 최고로 청명한 날씨였다. 배를 3시간 넘게 타다 얼굴은 다 타고, 저녁에는 빨래 돌리느라 반팔 잠시 입었다 감기 들 뻔 했다. 그래도 최저온도 13도- 최고온도 23도의 즐거운 날씨를 매일 겪고 있다. 친구들 덕분에 매일 중국어는 열심히 하게 되는데 이게 느는 건지 뭔지 잘 모르겠다. 뭐 상하이 돌아갈 때 쯤이면 원어민 되서 가지 않을 것은 자명한 사실.

2. 오늘따라 한국에서 전화들이 많이 왔다. 상하이에 휴가로 왔다가 얼굴 못 보고 혼자 놀다가는 후배, 그 후배에게 내 전화번호를 알려준 후배, 또 고등학교 친구들. 술 마시고 전화해서 교수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 헛소리들 남발하다 끊는다. 여긴 내가 깔아준 음악들이 흐르고 있다. 그래서 한국어로 된 음악들도 많이 흘러 나온다. 순간 다시 여기가 어디인지 불분명해졌다. 중국어를 하면 좀 정신이 들려나. 

3. 내가 앉아 있는 이 자리에 어둠이 깔려 온 8시 반 이후에는 밖에서 별들이 총총히 박히기 시작한다. 자리 옆에 통유리가 있는데 그 밖에도 내가 앉아 있는 테이블과 비슷한 것이 놓여져 있다. 저녁부터 검은 강아지 녀석이 한 마리 그 곳에 퍼져 있었다. 그런데 온 동네 강아지들이 이 강아지한테 들렀다 가는 것이다. 잠시 고개를 돌릴 때마다 웬 녀석들이 와서 항문을 애무(?)한다. 열 마리도 넘게 왔다 간 것 같은데, 내 얼굴이 다 빨개진다. 지금 또 흰 녀석이 왔다. 이 자식들이 오늘 내 공부를 다 망치고 있다. 그래서 나 공부 안해!
2011. 7. 10. 02:52
현재 집안 상태도, 내 기분도 완전 엉망진창이다. 집은 술 취한 녀석이 헤집고 다녀 식탁이고, 탁자고 쇼파고 간에 모두 헝크러져 있다. 토를 두 군데에 해놓고 지금은 식탁 아래를 벗삼아 잔다고 한다. 집에 데려온 지 한 시간이 지났는데, 쇼파에서도 잔다고 하다 안방에서 잔다고 하다 다시 쇼파에 왔다, 이번에는 식탁이다.

선배 형 제자 녀석으로 여기 올 때 소개를 받았었다. 전공은 다르지만 처음 왔을 때는 유학생활의 적적함을 위로해주고, 한동안 잘 지내긴 했는데 여러모로 살아가는 방식이 맞지 않는 건 사실이었다. 이 녀석도 그랬을 것이다. 지난 방학 때 우리 집에 한동안 머물다 이 녀석은 산동에 간다고 하고, 나는 한국에 다녀오느라 만나지 않다가 이번 학기 3월 초 쯤에 한 번 이 녀석 집에 다녀온 다음으로는 별 연락도 없고 해서 그냥 그러려니 했다. 아무리 선배한테 소개받았다 하더라도 얘가 나한테 예의를 갖출 필요도 없겠고, 또 잘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걸 잘 안다. 그러나 난 대체로 타자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아니, 오히려 이해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자고 생각을 하는 편이었다. 오히려 맞는다 안 맞는다 이런 것으로 자기합리화를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학기 중에 두 어번 마주친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 갑자기 광석이가 한국에 간 이틀 전 초저녁에 연락이 와서 잠시 통화를 했었다. 집에 놀러 오겠다고 하더니  깜깜 무소식이라도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오늘 밤 10시가 좀 되지 않은 시각에 다시 연락이 왔다. 술에 좀 취한 목소리였다. 집 부근의 양꼬치 집에 오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가 기다렸다. 30분이 넘도록 오지 않았고, 연락도 되질 않았다. 그래서 다시 집에 들어와 있었는데, 다시 연락이 왔다. 근처 한국식당으로 나오라 해서 갔다. 술에 잔뜩 취한 상태였다. 한 병 남짓 남은 맥주라 좀 있다 집에 데려오려고 했었고, 술에 취한 사람 특유의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해대는 것이었다. 그냥 그럭저럭 잘 받아주었다. 그러다 갑자기 일어나 내 머리끄댕이를 잡더니 나를 치더라. 세 대. 덕분에 농구하다 부러진 안경을 접착해서 쓰고 있었는데 날아가면서 다시 부러졌다. 술집 주인 두 사람이 뜯어 말리고, 주인들한테 혹은 나한테 욕설을 해도 참았다. 

여긴 엄연히 외국이고, 어쨌든 나한테는 이 아이를 처음 소개받은 선배 때문이라도 보살펴야 겠다는 모종의 의무감이 있었다. 결국 우리 집에 데려와 앞에 언급한 내용대로 시간이 흘렀다. 중간에 잠시 혼자 내버려 두면 자겠지 해서 자전거를 찾으러 다시 그 가게 다녀온 게 전부이다. 술에 취해 잠시 얘기를 나눴을 때 나한테 한 얘기가 "노력을 알아.." 어쩌구 저쩌구 했다. 취중의 말들을 조합해 보면 그간 좀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놈이 완전히 정신줄을 놔버린 것이다.

집에 들어와 이 녀석과 씨름을 좀 하다 보니 또 메신저에서 한 달 반 정도 전에 책을 빌려간 학부 여학생이 말을 걸어왔다. 짬이 여간 나지 않아서 택배로 책을 보내면 안 되겠냐는 얘기였다. 그냥 가져도 되고, 편한대로 하라 했는데 굳이 보내겠다고 하더라. 이미 한 사람 때문에 경황이 없는데 이 사람도 참 어이가 없다. 그냥 어려서 그런가 보다 넘어 가기에는 정말 황당할 정도이다. 당초 복단대커뮤니티에 글 올렸던 것을 보고, 먼저 쪽지를 보내와서 가끔 얘기하고 지냈으면 좋겠다 해서 나도 나를 좋게 생각해주는 사람이니 감사한 마음에 흔쾌히 그러자 했고, 그러다 메신저로 좀 이야기를 하다 책을 빌려주기로 했었다. 또 중간에 학교 부근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적도 있었다. 책도 타교에서 강의를 하는 날 내가 일부러 시내에 나가 빌려주고 왔었다. 그 날 손님을 가게에 청해 놓고 나를 대하는 태도에도 살짝 불쾌했었는데 사람은 한 두 번 보고 모르는 것이라 생각하며 스스로 되뇌었다. 당초 이 친구 싸이월드를 보면서 나이에 비해 성숙할 것이란 오해를 했었다. 

얼마나 나를 우습게 알면 두 사람이 동시에 이런 해괴한 짓을 벌이는 지 알 수가 없다. 너무 이기적인 사람들을 만났다고 치부하고 넘어가야 하는 일인가. 술에 취한 녀석 때문에 후자의 여학생이 약간 영향을 받는 것은 부정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한 두달을 지켜보는 동안 알 수가 없었다. 중간에는 그저 나를 좋게 생각해 줬던 사람이니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해서 호감어린 문자 정도 보냈었는데, 내 중국어 문자를 오해하고 책을 일찍 돌려주겠노라 하면서 신경질을 낸 적도 있다. 책을 빌려주러 몸소 그네가 일하는 곳까지 갔고, 중간에 문자 때문에 내 호의에 대한 오해도 받았다. 그런데 오늘 하는 언행까지 보니 도저히 묵과할 수가 없다. 이 사람이 쓰는 글은 대체로 가식적이었거나 혹은 실제로는 너무나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책을 좋아하고,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과 노력이 있으면 무엇하랴. 전자의 녀석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타인에 대한 예의인 지 이들은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오늘은 화를 참을 수 없어 창피함을 무릅쓰고 글을 쓴다. 난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 둘의 공통점은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애착이 무척이나 강한 사람들이란 것이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면서 어찌 타인에게 이럴 수 있는지 난 도저히 모르겠다. 살면서 수없이 넘어지고 깨졌지만, 이런 대책없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적어도 오늘은 이들의 행위를 묵과할 수 없다. 앞으로는 어떨 지 모르겠지만...     
2011. 6. 28. 04:57
언젠가 한 번 언급했던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상하이 체류 10개월 남짓 동안의 시간에 지인 및 지인의 소개로 만난 손님들이 꽤 된다. 이미 한 달에 한 차례는 깨져 버린 지 두 달이 넘었고, 이번 달만 들어서도 벌써 세 번째 손님을 오늘 맞았다. 상해에 있으면 손님들이 많이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제2의 도시는 도시인지 심심할 만하면 누군가 와서 적적함을 풀어주곤 한다. 이게 좀 더 잦아지면 귀찮음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시험기간에 오시는 분들은 좀 난감한 정도에 불과하다. 

오늘은 경성대로 자리를 옮긴 스승의 동료교수 분이 오셨었다. 목적은 정주에 한 학기 연수 보낸 학생들을 상해에서 픽업해 인솔해 돌아가는 것이라 한다. (시험만 아니면 체류하는 동안 좀 따라다니며 학부생들 젊은 기운 좀 받아보는 거였는데;;;) 내가 강의 나가는 상해제2공대에서 올해부터 상해시정부 지침에 따라 외국인 유학생을 받아야 하는 관계로 이쪽과 연계를 시켜준 바가 있었다. 상해 오는 김에 그냥 학교나 한 번 둘러보겠다고 했고, 나도 마침 그 학교에 제출해야 할 서류가 있어 만남이 미리 예정되어 있었다. 

어제는 벼락을 쳐가며 일본어 단어를 외우다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부동산에서 집을 보러 오는 관계로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상태에서 깨어난 덕분에 일찍 연락을 드리고 같이 점심도 먹고 이동했다.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기숙사로 예정된 곳도 안내해 드렸는데 어찌될 진 모르겠다. 재미있는 것은 학교 구경 다 시켜드리고 서류제출하러 잠시 올라갔었는데, 내가 속한 외국어학원 원장이 단기연수와 교류관련해서 사적인 루트로 소개시켜준 점에 감사하다며, 500위안(8만 5천원 상당)의 '격려금'이 다음 달 통장에 입금될 거라고 말하더라. 아직 유학을 보내고 받고 하는 것에 전혀 체계가 없는 학교라 중간에서 좀 다리를 놔준 것 이외에는 한 게 없는데 적은 돈이지만 이런 걸 준다고 하니 당황하며 감사하단 인사를 간단히 하는 것 이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 이런 게 말로만 듣던 회색수입인가 싶기도 하고... 
여튼 2주 전 국방연구원에서 온 손님들 이틀 안내하고 2,000위안 정도 수입이 생길 것 같아 급한대로 넷북을 사려 했었는데, 일정이 바뀌어 하루만 안내한 덕에 수입이 반으로 줄어 넷북구매에 차질이 좀 생겼었는데 그나마 이에 보탬이 되겠다.

그 선생님과 발맛사지까지 같이 받고, 저녁까지 먹고 헤어진 덕에 저녁에 들어와 밀린 잠 자고 일어나 좀 빈둥대다 보니 오늘은 별로 한 일도 없다. 일본어는 정말 시험기간이 다가올수록 하기 싫다. 뭔가 끊임없이 외워야 하는 것이 정말 버겁긴 하다. 여튼 또 지난 학기 짝 안 나려면 남은 이틀동안 전력투구는 해야겠지만, 재시험은 생각만 해도 싫은데 한 과만 넘어가면 왜 이렇게 생각이 안 나는지, 소싯적 암기과목의 천재가 불과 20년도 안 되어 왜 이런 쓸모없게 되어 버렸는지;;;

실로 오랜만에 술 한잔 걸친 남석이가 집에 들어가다 좀 아까 전화 주었는데, 이문동에서 지낼 때 초여름 밤에 술 마시고 새벽에 얘기하던 장면들이 생각이 나더라. 인터넷 전화 있으니 이런 것도 가능하지 안 그랬으면 이런 위로도 없었을텐테 문명의 이기한테 감사를 하긴 해야 하는구나. 한 두 시간 일본어 끄적거리다 오늘은 쑝~해야겠다.     

유부남은 유부남대로 마음이 허하고, 노총각은 노총각대로 마음이 허한 법이니 지식이 제 아무리 늘어도 자기 인생에는 별 방책이 없긴 하네. 그치? 어렸을 때 생각했던 것처럼 순간이동해서 보고싶은 사람들 얼굴만 보고 왔으면 좋겠다. 한국 가려는 디데이 7개월도 안 남았다.      
2011. 6. 23. 04:11

이 새벽에 창을 열자 이내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겨울에는 그리도 혹독했던 바람이 비가 내린 뒤 지금은 축복이나 다름없다. 어제는 장마기간에 어울리지 않는 쾌청한 하늘을 보았고, 오늘 밤에는 반달도 볼 수 있고 총총히 박힌 별의 무리들도 헤아릴 수 있다. 처음에는 가장 밝은 하나의 별만이 시야에 들어왔지만, 내 좁은 시야를 비웃기라도 하듯 곧 다른 별들도 내 눈에 쏟아졌다.

지금 이 시간, 나에게는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 창을 닫자 다시 현실의 창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수없이 많은 욕망들과 결핍의 곧달음. 내가 어떤 것들을 욕망하고 무엇에 결핍되어 있는 지 모르지 않는다. 그네들이 내 앙상한 심신을 수없이 자극하지만, 나는 지금 욕망도 결핍에 대해 아무런 것도 갈구하지 않는다. 단지 도란대며 저 하늘에 대해 바람의 향방에 관하여 가벼운 농을 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할 뿐이다. 

현실은 우리에게 진심어린 친구가 되지 못하도록 온갖 덫을 던져 놓는다. 난 그 덫에 진심을 던져 놓겠다. 그리고 머뭇거리지 않고 욕망과 결핍의 현실로 돌아가리라.





장나라 - 마녀, 여행을 떠나다. (드라마 동안미녀 中: 원곡- 코나의 마녀 여행을 떠나다.)
2011. 5. 25. 20:51
간만에 한 2주간 여유있을 것 같아 오늘은 퍼질러 있는 중이다.
우연히 우석훈 박사의 블로그에 들어 갔다가 "도대체 이 블로그에는 누가 오는가"라는 글을 발견했다.
http://retired.tistory.com/1309

내 블로그의 방문자 수는 상기 블로그의 40분의 1에 지나지 않으니(물론 초창기 음악을 많이 올리던 시절에는 하루 3,000명씩 유입되다가, 일 70~100명에서 지금은 하루 30~40명으로 주저 앉았다.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지금이 좋다.), 그런 기대는 하지 않지만 나도 내내 궁금했다. 

꼭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자문해 봤지만, 그래도 이렇게 퍼질러 있을 때 한 번 저질러 보기로 했다. 유입경로나 키워드로 대충 어떤 검색어로 들어오는 지는 알고 있다. 가끔은 내 블로그를 둘러싼 지인들의 검색어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한 번 왔다 가는 분들 말고, 우연히 왔다 가끔이라도 한 번씩 오는 분들이 도대체 누군가 궁금했다는 얘기다.

얼마 전에 내가 알고 있는 soo자 들어가는 사람은 아주 소수에 불과한데도, 마치 내 얼굴을 아는 사람처럼 댓글을 달아 내 호기심을 증폭시킨 덕도 있다. 

우석훈 씨처럼 나도 성별, 연령, 간단한 소개 받고 싶다.

댓글이 하나도 안 달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팍팍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쩝~

내가 충분히 알고 있고, 또 예상하는 사람들은 제외하고 완전한 눈팅족의 정체를 알고 싶다. 
2011. 5. 4. 19:05
공부를 왜 하느냐에 대한 이유는 세월이 흐르면서 또 사고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졌다. 하지만 큰 틀에서 이야기를 하자면 하나는 이 세계를 둘러싼 아니, 내가 옳다고 믿는 가치투쟁의 가장 나이브한 방식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 가치의 전파, 즉 교육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학위과정은 그 길을 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늘 강변한다. 

나와 다른 삶을 선택한 많은 사람들도 모두 각자가 믿는 가치를 위해 살아갈 것이다. 삶의 양태는 다양하지만, 종착점은 대동소이한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염두해 둔 몇 가지 가치를 위해 우리는 일상을 살아낸다(고 믿는다.)

허나 과연 그러한가?

가치실현을 위해서는 당장의 성과를 요구받는다. 나의 경우를 예를 들면 학위과정의 불가피한 부분에서 오는 여러가지 것들. 이를테면 작은 숙제부터 시작하여 발표, 논문 등. 트레이닝의 일환이라 순진하게 생각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으리라. 하지만 정말 그러한가. 가만 들여다 보면 그 성과는 외부에서 요구받는 것이 아니라 대체로 내 자신 내부로부터 요구받는다. '효율'과 '속도'에 지독한 거부반응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무수한 나날들을 이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즐거워서라기 보다는 하지 않으면 이내 불안해지고, 가치를 위한 순정보다 오히려 단기적인 성과나 명성에 집착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있게 말한다. 훗날을 도모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직업은 가치실현의 하나의 도구일 뿐 삶의 전체가 될 수 없다.'라는 명제가 참이라 한다면, 도구가 오히려 목적이 되는, 치명적 오류를 오류가 아니라 부정하는 일상을 가열차게 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는 효율과 속도를 거부하기 위한 삶이 명실상부 이를 위해 전방에서 깃발을 흔들어대는 전도사로서의 생으로 역전되기도 하는 것이다. 

일상은 이렇듯 가치를 짓밟으며 군림한다.

그렇다고 이로 인해 자괴감에 빠지진 않는다. 언제라도 복기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만 가지고 있다면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다만 항상 두려운 것은 내가 그린 도화지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놓고, 새 도화지에 그린 것이라 냉큼 새침을 떼는 태연자약한 미래의 나이다. 그때의 나는 과연 세상의 어떠한 부러진 권력을 가지고 있을 것인가.
2011. 5. 1. 05:51
여기 날씨는 딱 봄과 여름에 걸쳐 있는 중이다. 여름 옷으로 완전히 갈아입기에는 미심쩍지만, 그렇다고 긴팔만 입고 다니는 것도 좀 불편하다. 불과 일주일 전에는 긴 남방에 뭘 하나 더 걸칠까 말까 했는데. 1년을 온전히 다 살아봐야 여기 날씨에 적응할 수 있을 듯 싶다. 하지만 다습함이 벌써부터 조금씩 신경을 건드리고 있기도 한 걸 보면 올해 여름도 어지간히 더울려나 보다.  

생활은 슬슬 더 바빠지고 있다. 얼마간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좀 굴러다니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학기는 이제 겨우 절반 넘어간데다 해야 할 일들이 조금 쌓여 있는 상황이다. 외국인 강사로 나가는 학교는 이제 7주 정도 남았고, 복단대는 9주가 정확히 더 남았다. 5월 달은 이런저런 발표들이 몰려 있어 그것들 처리하다 보면 한 달 다 보낼 듯 싶어 3월부터 꾸준히 하려고 노력한 독서량이 좀 지장을 받지 않을까 싶다. 그나마 최근 대만에서 온 후배 덕에 밥 먹을 때 심심하지 않고, 공부 얘기도 자주 할 수 있어 좋다. 다만 최근 술 마시는 일이 잦아 피곤함이 더 쌓이고 있지만은... 
 
금요일에는 최근에 월급을 받은 김에 가장 친하게 지내는 중국 통쉐들 5명, 광석, 하우스메이트 윤석, 또 최근 알게 된 경제학원 미영을 불러 삼겹살을 먹었다. 그런 다음 노래방 가서 4시간을 놀았는데...(여긴 노래방 갔다 하면 기본이 2시간 이상이다.) 시간이 12시가 살짝 넘은 이후, 저녁으로 먹은 삼겹살과 술이 다 깨었다는 이유로 좀 피곤해하는 중국친구들을 잡아세워 마지막은 양꼬치와 맥주로 마무리하였다. 중국친구들에게는 적이 늦은 시각인지라 그들을 위해 재빠르게 알콜을 몸에 축적시키고 들어왔다. 덕분에 오전에 일어났더니 간만에 편도선이 부어 그냥 하루를 쉬어 버렸다. 아, 기름기 많은 중국음식, 잦은 야식과 술이 조금씩 나를 살찌우고 있어 난생 처음 다이어트에 대한 생각도 하고 있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온다. 

논문에 대한 생각을 간간히 하고 있는 데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 가끔 쪽글로 메모하는 정도이다. 학교 수업과 알바에 쫒기다 보니 체계적으로 정리할 시간은 방학이나 되어야 가능할 것 같다. 방학 때는 최종 주제선정과 아울러 번역이나 한 권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한 권 골라두긴 했는데, 시간될 때 좀 읽어보고 학술적인 가치가 있는 지 따져봐야겠다. 이후 문제는 그 다음에 생각해 봐야 할테고. 

그리고 한 일주일 전이던가, 가끔 심심할 때 내가 이곳에 있는 글을 복단대 카페에 올리곤 했는데 내가 올린 글을 보고 한 젊디 젊은 여학생이 쪽지를 보내주었다. 내가 쓰는 글들이 그리 재미있는 글은 아닐텐데, 내가 그동안 올린 글들을 정독했고 가끔 수다 상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친구는 싸이월드를 하기에 나도 마실 가서 이것저것 구경을 했다. 싸이월드 특성상 글보다는 사진이 더 많았지만, 그 사이에 보이는 짧은 댓글이나 글귀를 보니 그네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명랑함이라는 맥락 속에 숨어 있었다. 다만 댓글들을 해독하는데(?) 좀 시간이 걸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나 싶은 생각이 불쑥 들었다. 외면적으로는 개그스럽지만 책도 무척 좋아하는 것 같고, 꽤 감성적인 친구인 것 같아 나이에 상관없이 한 번쯤 대면해서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데 앞으로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여튼 최근에 있던 소소한 즐거움 가운데 주목할 만한 사건이었다. 

일본어 수업시간에 본 'ぼくはくま'(나는 곰이야)란 노래다. 은근 중독성 있다.



  
2011. 3. 14. 02:15
담배를 피우러 나가니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릴 것이라는 것은 일기예보를 통해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 시간에는 의외였다. 손바닥을 내밀고 빗방울에게 조곤조곤 인사를 건넸다. "안녕! 오랜만이야." 오고 감에 다른 말이 없더라도 나는 봄을 이해한다. 봄 역시 미처 마중 나오지 않았다고 나에게 핀잔을 줄 생각도 없는 모양이다. 봄에는 이런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나부터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11. 1. 19. 03:55


"이 밤에 쥐는 나무를 깎고, 나는 가슴을 깍는다."란 대목에서 자연스레 창 너머 켜켜이 적첩한 눈을 응시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난 무엇을 깎는가.
2011. 1. 10. 06:59

3일 후 일본어 시험이 있어 그것을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집중이 필요해야 할 과목임에도 통 집중을 할 수 없다. 이틀 전 내가 저지른 일 때문에 마음이 부풀린 풍선처럼 빵~터져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전에 내가 날려보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도 오버랩된다.

여기 와서 사귀게 된 한국인 친구들이 4명 있다. 같은 과 석사생 두 명과 선배한테 소개받은 후배 한 명, 그리고 하우스메이트이다. 이 가운데 같은 과 두 명과의 관계에 불시에 '오컴의 면도날'을 들이대고 만 것이다.

일련의 소소한 사건에 이 면도날을 들이대 해결하려고 했던 것은 분명 내 저열함을 보여준 것이었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나 역시 깨끗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반추해 보면, 이런 결과에 나 역시 어느 정도 일조했던 것은 사실이었을테니까. 관계란 것이 어찌 일방적일 수 있겠는가.

지금은 관계의 단절이라는 기로에 놓여 있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 수도 있고, 그들이 손을 내밀 수도 있다. 그렇게 있는 그대로 서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단절을 막는 가장 현명한 해결책이겠지만,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어떤 경우에든 난 솔직하게 대처할 것이다. 또한 그네들이 솔직하기를 바라지만, 남학생은 이미 내 기대를 저버렸다. 그렇다고 그와의 관계를 잘라버리겠다는 것도 아니다. 아마 시시비비를 떠나 이번 일에 내 오해도 상당 부분 자리잡고 있을 것이고, 의도적이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겁하게 날 스스로 보호하려는 본능적 언행도 두렵다. 이번 계기가 서로의 마음을 꺼내 보게 되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지만, 그러기가 용이치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이대로 제대로 쌓아보지도 못한 관계가 모래알처럼 빠져나갈 지도 모른다.

아울러 내 마음이 이리 허하고 아픈데, 혹시 그들에게 보낸 내 메일이 그들의 마음에 날을 벼린 비수가 되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든다. 훗. 그런 포용력이 내게 있었다면 아마 모든 걸 덮고 그냥 넘어갔을테지만은...  

사실 장문의 글을 썼었는데, 모두 지워버렸다. 다 부질없기 때문이다. 이 글을 올린다고 해결될 것도 없다.

2010. 12. 27. 02:42
한 두번 보내는 연말이 아니지만, 연말이 혼자 보내는 생일이나 성탄절보다 쓸쓸한 이유는 대체로 두 가지인 것 같다. 첫 번째, 지난 일년 간 자신이 걷고자 했던 그 길의 흔적에서 기인한다. 이는 외적인 성취의 문제보다는 내적인 만족도의 문제이다. 또 내가 걸어 온 그 길이 과연 얼마나 가치 있었던가.

두 번째, 나를 둘러싼 관계의 총체이다. 나를 중심으로 한 모든 관계도에 대한 복기. 의도와 관계없이 얼마나 상처되는 말을 던져왔던가, 그리고 난 어떤 것에 상처를 받았던가. 나이를 먹는 것의 고통은 해마다 새로운 인연을 만나지만 그 관계의 벼리를 엮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극히 적다는 것에 있다. 그만큼 내 자신이 탄력적이지 못하고, 고형화되었기 때문이다.

전자는 '새해'가 있기에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문제라지만, 후자는 다시 돌이키기 힘든 것이다. 또한 후자는 전자에 의해 그 성장이 부단히 침범당하기 일쑤이다. 때문에 쓸쓸한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해봤다. 2010년이 나를 떠나서가 아닌, 내가 이 해를 떠나가서 자못 안타깝다.  


kathryn williams - Sustain Pedal
2010. 10. 10. 03:56

600원짜리 싼더리 맥주(三得利 啤酒)두 병과 10월.

2010. 8. 26. 21:59
내내 접속이 안되다가 상해에서 티스토리에 첫 접속했습니다. 전에 한 번 들었다가 잊고 있었는데 중국에서는 티스토리에 중국에 비판적인 시선이 실린 글을 많이 올린다는 이유로 2년 전부터인가 차단된 사이트라고 합니다. 지금도 검색을 통해 프로그램을 받아 겨우 우회해서 들어왔습니다. 앞으로 이 방법을 당분간 쓸 것 같은데 언제까지 잘 될까 걱정입니다. 복단대 중앙캠퍼스는 도로를 가운데 두고 이공계와 학생기숙사, 유학생기숙사 등이 있는 북구(北區)지역과 각 인문사회계열의 학과들이 있는 남구(南區)지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전 북구 유학생기숙사 뒷편의 한국학생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의 아파트에 입주했습니다. 제가 공부하는 곳은 자전거로 10~15분 가량 걸릴 것 같구요.

중대 대학원생으로 복단대와 교류협정에 따라 1년간 이쪽에서 공부하게 된  친구와 미리 한국에서 만나 같이 살기로 한 까닭에 함께 들어와 집도 같이 구했습니다. 집은 비교적 넓은 편입니다. 복단대 인근 아파트 월세가 외국인들에게만 유독 높게 책정되는 이유로 80년대에 지어진 샤오취나 90년대 말 혹은 2000년대 초반에 지어진 고층아파트 모두 턱없이 높게 올랐습니다. 이번에 새 입학생을 받으면서 더욱 오르게 되었구요. 그래도 기숙사 들어가는 것보다는 아직 저렴한 까닭, 그리고 1인실보다는 형편이 낫다는 이유 등으로 2인실(여기서는 방 두칸, 거실 하나를 그렇게 일컫습니다.)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월세는 대략 인민폐 4,500위안(현재 환율로 1인당 400,000원 정도 합니다.)  와서 집을 대략 여섯 군데 정도 보았는데, 워낙 더운 날씨에 돌아다니는 것이 너무도 힘들었던데다 기타 등등의 이유로 앞으로 1년간은 여기에서 거주하게 될 것 같네요.

오늘은 인터넷이 들어왔고, 어제는 김치 등 한국식자재를 다소 구입했으며, 엊그제는 근처 오각장(복단대 인근에서 그나마 괜찮은 쇼핑단지)의 월마트에서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건을 구입했습니다. 자전거도 170원짜리 가장 싸구려로 구입했습니다. 새 것이 벌써 덜덜 거리긴 하지만, 탈 만은 합니다. 오늘 저녁에는 밥도 처음 해 먹었습니다.

한국에서 부친 짐들도 다 들어와 정리했고, 이제 욕실과 주방 등의 대청소만 마무리하면 대충 정착에 필요한 웬만한 것들이 처리가 될 것 같네요. 다음 주는 등록기간 및 외국인 주숙등기, 거류증, 장학생 환영회, 수강신청 등의 일로 한 주를 보내게 될 것 같습니다.

형편없던 중국어는 일주일의 시간으로는 회복되질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듣기는 한결 나아졌지만, 앞으로 갈 길이 더 험난할 것 같네요. 그래서 아직 지도교수와의 연락을 회피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대충 마무리되면 이제 슬슬 학업에 매진할 수 있겠지요.

다음주에는 사진도 있는 블로깅을 했으면 좋겠네요. 참...아래 중국 휴대폰 번호 새로 업데이트 해두었습니다. 포맷하고 다시 설치하는 와중이라 오늘은 길게 소식 전하지 못합니다. 에어컨이 있는 집은 시원하지만 밖에 나가면 무지 덥습니다. 빨리 더위가 수그러 들었으면 합니다.

  
2010. 8. 18. 02:11
오늘 상해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모든 걸 다 준비하고도 정말 가는 것인가 싶네요. 낯설지는 않지만, 낯선 곳에서의 생활이 저어되는 까닭입니다. 뻔뻔한 적응력으로 승부해 볼까 합니다. 앞으로는 주로 복단대학에서의 생활과 학업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될 것 같네요. 모두들 건승하시고, 자리 잡히는대로 소식 전하겠습니다.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상해연락처: 한국인터넷폰을 들고 갑니다. 070-7531-9733(집) 휴대폰은 추후 이곳에 다시 업데이트 하겠음.

상해 휴대폰: 132-6256-0901
2010. 6. 21. 04:13
선선한 초여름의 새벽이다. 이 시각, 얼마나 많은 이들이 무엇을 하며 밤을 지새우고 있을까. 한 달만의 포스팅에 역시나 날씨타령이 빠질 수 있을까. 그동안 계절은 여름으로 순간이동하였고, 나의 백수생활은 큰 틀의 변화없이 계속되었다.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다. 한 보름 가까이는 선거캠프에서 운동원 아주머니들의 운송을 책임지는 장시간의 고된 일을 했고, 그 다음은 좀 쉬고 또 다른 중요한 일 하나를 치르고 나니 어느덧 이렇게 훌쩍 시간이 흘러버린 것이다.

술을 마실 때마다 이유란 것이 있지는 않았지만, 오늘은 선선함에 찾게 된다. 목을 타고 흘러내려가는 알콜의 느낌을 느끼고 싶어 인근 편의점에서 소주를 샀다. 젊은 연인이 파라솔에 앉아 맥주를 홀짝이며 들이키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난 소주 일병과 번데기를 고집하기로 했다. 요즘 부쩍 주량이 늘은 탓인지, 아니면 낮아진 알콜도수 탓인지는 알 수 없어도... 기대와는 다르지만 그래도 이미 들이킨 두 잔의 알콜이 온몸을 적셔나가는 느낌은 확실하다. 술에 취한 글은 되지 않고자 한다. 술에 취해 떠벌린 무의미했던 설화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위기와 기회의 공존이란 것이 있다. 그것의 한 가운데 벌거벗은 채로 서 있는 요즘의 기분은 글이나 말로 표현하기 조차 힘들다. 후자가 떨어져 나간 다음에 있을 전자에 대한 공포감을 납량영화 따위가 따라올 수 있을까. 전자의 도래없이 후자만에 기댈 수도 없는 이도저도 아닌 그런 상황. 좋은 소식을 이곳에 알릴 수 있는 날에 대한 상상도 해 보았다. 그리고 술을 이겨내지 못하고 먹은 것을 게워내는 날들도 있었다. 그렇다고 알콜의 힘으로 잠을 청하는 타입도 정작 아니다. (물론 그런 때도 다수 존재해 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게 오늘 밤의 선선함 탓이다. 소주를 산 것도, 이렇게 오랜만에 블로깅을 하게 된 것도... 사실 아무 것도 하기 귀찮은 나날들이다. 그야말로 내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나를 보내고 있는 형국이다. 책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음악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참 떠들썩한 월드컵 경기도 한국팀 경기 이외에는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신문기사를 봐도 텅, 누워 있어도 텅, 누군가와 이야기를 해도 텅, 밥을 먹어도 텅 비어 있다. 때문에 텅 빈 내가 글을 쓰는 것이 선선한 날씨 때문이란 것에는 매우 타당성이 있는 것이다.

나의 이것들이 매우 고루함을 익히 알고 있다. 이 시간에 깨어있는 적지 않은 이들의 가치있는 상념과는 정확히 대치한다. 적어도 이 고루함과 최소한 열흘 이상은 벗으로 지내야 한다.

'초조하다'는 것을 짧지 않게 표현했다.    
2010. 5. 13. 03:45
지난 8일, 동네 인근 전원주택 조성 단지 내 공터에 부모님이 불법점거한 텃밭에 다녀왔다. 비단 이 곳에서만 그런 것인지, 전국적인 추세인지는 알 수 없어도 요즘 곳곳의 공터만 있다 하면 비교적 젊은 40대에서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타인의 사유지에 텃밭을 조성하는 것을 흔히 보게 된다. 젊은 층의 경우에는 자녀교육 차원이기도 한 것 같고, 노령층은 대체로 투자에 비해 생산력이 높기 때문이다. 그 생산력이란 것이 보통 한 해동안 20~30만원 차이에 불과하지만, 노인네들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을 것이 틀림없다.  

이 날의 목적은 고추모종 심기. 사실 호주에 계신 어머니의 아버지를 도와 심으라는 명령도 떨어진 바 있지만,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어도 농사 관련 일은 정말 손꼽을 정도였기 때문에 경험해 보고 싶다는 충동이 더 근원적인 이유였다. 그런데 정작 그 날 내가 일을 한 것이라곤 딱 두 단계였다. 구멍파기와 물 주기. 그렇지만 세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작업시간에 저질체력은 정말이지 퍼져버리고 말았다. 물론 중간에 이웃 무단점거 경작 아저씨가 사온 막걸리 세 잔을 넙죽 받아 먹다가 더 체력이 소모된 것이 주효했지만... 여튼 저질체력을 유감없이 과시하고, 며칠째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사 일이라는 것이 녹록치 않다는 것은 굳이 많이 경험하지 않아도 인지할 수 있는 것. 한국의 경제발전 시기, 도시로 많은 인구가 유입되는 한편, 1차 산업보다는 2차 산업이, 2차 산업보다는 3차 산업의 비중이 더 커졌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편함을 추구했다는 이야기나 다를 바 없다. 현대자본주의의 병폐도 문제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오히려 이런 요인들이 더 큰 문제로 자리잡지 않을까 하는 거창한(?) 생각을 잠시 했었다.

어쨌든 지독히도 게으른 몸이지만, 몸을 쓰는 원초적 노동이 고되지만 즐겁긴 하다. 계속 하라고 한다면 나자빠질 것이 뻔한 사람 입에서 나오는 소리이니 신경 쓸 가치는 없다. 다만 그 어떤 일보다 정직하다는 것 정도는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겠지만, 텃밭 가꾸기가 별다른 취미생활이 없는 도시민들의 한낱 유희에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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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아는 사람들은 아는, '기다림'은 계속 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준비들도 진행중이다. 한 가지는 결국 생각했던대로 좋지 않은 소식이 왔고, 또 별 기대하지 않았던 기회가 한 두번 더 주어질 것 같기도 하다. 그 끝은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마침내 그 시간은 도래할테지만, 기다림은 때로 한없이 지루하고, 초조하다. 한 석 달간 할 일자리를 찾는 중이다. 천하에 없는 백수 짓도 슬슬 지겨워지는 와중이다.  




박새별 1집 새벽별 中 - 물망초
2010. 3. 21. 01:56
1,我看了你的文章,感觉还有很大差距。在复旦读博士,需要撰写20万字的论文,这个任务是很难完成的。
2,鉴于你的求学心切,我同意向学院推荐录取,学院会讨论一下,请你等正式通知。
3,如果录取,你一定要在今后几年努力学习,进一步提高写作能力。

祝好!

소위 명문대 자부심이 있어 그런지 좀 돌려서 말하는 듯. '讨论‘이란 말도 은근 신경 쓰이고...-.- 그럭저럭 무난하게 한 것 같은데, '感觉还有很大差异'란 문맥에 좀 기분도 상하고 그러함. 내가 예민한 탓인지, 아님 문화적인 차이인지 모르겠군요. 대체적으로는 일단 한 고비는 넘기고, 我只能碰运气了。중국어공부 좀 다시 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는 중. 도움주신 여러분의 후의에 감사드려요. 
2010. 3. 9. 01:15

퇴직과 출국과 급거 귀국 여파 등으로 푹 쉬다가 도서관 열람실로 출근하기 시작한 지 이제 조금 더 지나면 두 달이 다 되어 간다. 첫 한 달은 기상시간을 아침 7시로 맞추는 것과, 또 차붓하게 앉아 책을 들여다 보는 연습을 하는데 시간을 들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 달이 지나면서 직장 생활 몇 년에도 바뀔 생각을 않던 늦은 기상시각이 상상할 수 없던 시간으로 맞춰지는 것이었다. 아침형 인간도 아닌 것이 이러면 안되는 것인데 말이지. 다음은 책 보는 것도 다시 많이 익숙해지는 상황이다. 물론 이런저런 이유로 속도가 좀 더디고 속된 말로 효율적이지 못한 것이 좀 답답할 때도 있지만 역시 '공부란 것도 몸으로 하는 것'인지라 지속적으로 참을성을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떠벌이가 말로 스트레스를 풀 수 없는 환경에 처했다는 것이 좀 불우한 상황이다. 솔직히 공부보다는 생계중시의 대학원생활을 타파하고, 학문적인 떠벌이로 거듭나기 위해 치르는 댓가 치고는 좀 가혹하긴 하다. 기실 잇단 작년부터 불어닥친 두 세번의 시행착오와 보장되지 않은 미래에 대한 초조함이 더 나를 흔드는 것이긴 하지만은. 뭐 오늘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 보니 공부란 걸 하기로 한 이후부터 언제 그렇지 않았던 때도 없었으니 그냥 덮어두기로 했다.

공부 얘기로 잠시 돌아가서 본격적으로 다시 책을 집어 들면서 결정한 것이 이론서들의 경우 천천히 읽되, 독서노트에 중요한 사항들을 필사(筆寫)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루에 서 너장씩 옮겨 적으면서 좋은 것은 책을 한 번에 두 번에 가깝게 읽게 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과, 또 필사를 하면서 한 번 더 여과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다는 장점이 발생한다. 또 이런저런 의구심과 단상들이 떠오를 때는(아직은 아주 가끔이지만) 다른 색상의 펜으로 적어 두기도 한다. 이 노트는 한 두달에 한 번씩 다시 정리하면 생각을 정립하는 데 일정한 도움이 될 듯 싶다. 다만 부작용은 오래도록 컴퓨터의 노예로 거침없이 살아온 내가 손을 혹사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손도 많이 아프고 또한 그냥 봐도 오래 걸릴 이론서들이 필사하는 덕에 한 달에 읽을 수 있는 양도 많지 않다. 그런 것들을 예상해서 6~700페이지 정도의 이론서를 기준으로 한 달에 4~5권 정도만 읽어도 되겠단 생각은 했지만, 여전히 양에 집착하는 버릇을 뜯어 고치지 못한 탓인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번 주 전후로는 중국어 답변도 좀 준비해서 연습 좀 해볼까 한다. 한국어는 그리 떠들어 대면서 한어구어는 왜 그리 하기 싫은지 이것 역시 나를 심란하게 한다. 체계적이지 못한 공부가 좀 더 자리 잡으면 7개월 넘게 듣지 못했던 신곡도 좀 듣고, 애증의 대상이 되어 가고 있는 기타연습도 좀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겠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와(SIWA)의 1집이 드디어 나왔다는데, 제대로 갖춰진 사운드로 듣지 못하고 본인이 직접 올린 것으로 보이는 유튜브 동영상으로 지금은 만족해야 할 듯.

摘要: 감내할 것은 감내하고, 일정하게 낙관적이며, 또 그에 못지 않게 번민하며 살고 있다. 지극히 이기적인 형태로.

 

시와(SIWA) - 작은 씨(Little Things)    

 

2010. 2. 7. 21:34

어젯밤, 모처럼 집 근처의 영화관으로 츄리닝 입고 편하게 나가 요즘 개봉중인 '하모니' 심야를 보고 왔다. 영화는 재미있는 편이었다. 예전에 유사한 내용을 가진 영화도 있었고 작위적이란 느낌도 좀 있었지만 엔딩씬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이따금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소위 '싸구려 눈물'을 만들어 낸다고 비판조의 이야기를 하는 때가 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눈물이 흐르는 것에 수준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저마다의 사연의 곡절을 내밀하게 관찰하지 못한 채 표피적인 이야기들로 덮어버리는 것은 아닐런지. 문화든 지식이든 모든 층위의 이야기들이 대체로 그렇다. 타인들의 사연을 들을 수도 없고, 듣지도 않으니 마음이 움직일 리도 없고 움직일 수 조차 없다.

남들의 사연을 알고자 하기엔 너무나 숨가쁜 세상에 살고 있다.



늦봄 - 오늘 하루 어땠나요

2010. 1. 28. 23:55

1. 인터넷에서 도는 독서취향 테스트

http://book.idsolution.co.kr/

난 다음과 같은 '우아하고 속깊은 '서안 해양성 ' 독서 취향이란 결과 도출. 뭥미?
http://book.idsolution.co.kr/chart/main.php?tribe_no=11

2. 숙고와 뻘짓 끝에 일단 이 사람과 같이 공부하기로 하였음. 허나 같이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

http://homepage.fudan.edu.cn/~ZhongqiPAN/

3. 중국 서점(중국 아마존) 첫 이용기

마땅히 크게 필요하지 않아 산 적 없었지만, 이번 기회에 이용해 봄.  11권 295원 어치 샀는데 배송비 495원 나옴. 배송기간은 25~27일로 일반배송의 경우임. 열흘 정도 걸리는 걸 이용할 때는 배송료가 700원까지 갔었음. 4만원 절감을 위해 차분히 기다려 보기로 함.
 
제대로 읽기나 할지 걱정되지만 이런 책들을 구입하였음. 필요하신 책 2월 이후 제본 가능.
http://www.amazon.cn/gp/product/B00116K8Y0/ref=ox_ya_oh_product
http://www.amazon.cn/gp/product/B001146V9S/ref=ox_ya_oh_product
http://www.amazon.cn/gp/product/B0011B36CQ/ref=ox_ya_oh_produ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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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amazon.cn/gp/product/B0011CS8LY/ref=ox_ya_oh_product
http://www.amazon.cn/gp/product/B001FWYK8A/ref=ox_ya_oh_product
http://www.amazon.cn/gp/product/B002T9VHDE/ref=ox_ya_oh_product
http://www.amazon.cn/gp/product/B001LA26V4/ref=ox_ya_oh_product
http://www.amazon.cn/gp/product/B002TSBA14/ref=ox_ya_os_product


4. 예전부터 소개하고 싶었는데 가장 편리한 구글 중국어입력기 소개
http://www.google.com/ime/pinyin/

짤방~제니퍼 코넬리.


 

2009. 12. 12. 01:03
최소한 내년 여름까진 돌아오지 않을거라 장담하며 떠난다는 글을 쓴지 얼마 되지 않아 컴백의 글을 쓰게 되었네요. 두 개 정도의 모임과 개인별 환송회도 거치고 온터라 낯선 시드니 땅을 밟은 지 열흘도 채 되지 않아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 글을 쓰고 있는 제 자신도 당황스러울 정도입니다. 돌아가는 이유에 대해 점잖게 강변하자면 수십 년에 걸쳐 복잡하게 얽혀왔던 가정사 때문입니다. 기실 떠나오기 전부터 내내 마음에서 저어되었던 불안한 요소 가 오자마자 터져 버렸던 것인데 5~6일간의 고민 끝에 귀국하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 싶어 어제 웃돈을 줘가며 돌아가는 항공권을 구했습니다. 로컬시각 월요일 정오에 출발하여 화요일 새벽 5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합니다. 거처도 이미 옮겨버린 상황이라 얼마간은 어머니가 계시는 천호동의 형수집과 대전 본가를 오가며 지낼 것 같은데 몇몇 일들이 정리가 된 다음에는 서울에 있을지 대전에 내려가 있을지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일단은 다음 학기까지는 강의나 다른 돈벌이 같은 것은 가급적 하지 않고, 실업급여로 근근히 버텨 볼 생각입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우선 얼마 되지 않은 시드니에서의 생활을 좀 얘기해볼까 합니다. 지난 목요일 밤에 도착해서 그동안 이 집과 한 시간 거리의 시티(시내이면서 유학생이 밀집된 곳)란 곳에 두 번, 집 앞 쇼핑센터 및 카페 두 번 정도, 한인촌인 스트라스필드란 곳에 한 번 다닌 것이 다입니다. 버스 타고 가다 오페라하우스 지붕만 봤고, 유명하다는 달링하버도 가보질 못해 시드니 생활을 이야기 한다는 것이 민망스럽군요. 하늘과 달, 그리고 공원을 찍은 사진 몇 장이 있지만은 올리기도 뭣하구요. 

돌아가겠다는 마음을 먹고 난 다음에는 좀 암담하다가 이내 다른 계획을 하나 세웠습니다. 현실적 실현가능성이 꽤 있긴 한데 이렇게 돌아가게 되어서인지 의욕은 있지만, 자신감은 떨어지고 두려움이 먼저 앞서기 시작했네요. 한국에 돌아가면 상의도 해볼 생각인데 어떨까 모르겠네요. 아울러 여기 오는 것에 꽤나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비하였지만, 지금은 착잡할 따름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영어공부야 한국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란 생각도 들면서, 외국생활은 제가 잘 적응하는 편이고 계속 있었더라면 여러 삶의 경험은 축적할 수 있지 않았을까란 아쉬움도 자꾸 고개를 쳐듭니다. 

이곳에서의 소득이 있다면..음. 골프가 보편화 된 나라인데다 여기에서 배워가는 것이 좋다란 형의 강권으로 골프레슨을 4~5차례 받았다는 것입니다. 잠재력이 있다고 하더군요. 훗. 여튼 스윙은 몇 백번 하다 갑니다.  날씨는 참 좋은 나라이고, 넓은 대지위의 그득한 나무들이 부러운 나라입니다. 하지만 이곳도 돈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영락없는 자본주의 국가더군요.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해 결혼을 선택하거나 혹은 갖가지 일을 도모하는 한국인들의 애달픈 모습도 봤습니다. 이민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말이 자꾸 길어지게 되네요. 돌아간다는 소식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며칠간 반팔 입다 코트로 돌아갈 생각하니 아득하지만 "안녕! 다시 보게 되어 반가워."라고 말할 수 있는 벗들과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       

2009. 12. 2. 03:21

제가 어느 곳에서 직장생활을 했는지 아시는 분들은 제가 퇴직했을 것임도 짐작하리라 여겨집니다. 제 주위사람들은 다 알고 있지만 블로그에선 여태 한 번도 공지를 한 적이 없네요. 저도 준비하느라 나름 바빴답니다. 11월 30일 부로 4년 4개월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퇴직했습니다. 이제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데 실로 오랜만에 외국에 나가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홍콩을 경유하여 목요일 저녁 10시 경 호주 시드니에서 생활하게 될 것 같습니다.

기한은 일 년 전후로 예상하고 있고, 7~8월 쯤에 비자문제로 한 번쯤 들어와 한 달 가까이 체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생활이 그닥 재미가 없다면 이 때 완전히 돌아올 수도 있구요. 비교적 효율적인 생활이 되고, 여러 가지 여건이 맞아 떨어진다면 2011년 1월 즈음  개강 전에 돌아올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대체적으로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불구하고, 퇴직 다음 날 바로 이사를 하고 또 그 다음날 출국하게 된 관계로 아직도 부족한 점들이 보여 인터넷으로 서핑하다 이제서야 글을 올리게 되네요. 좀 쉬고 싶었는데 시드니에 가서 쉬어야 겠군요. 쿨럭~

내일 일정은 오후 3시 비행기로 떠나면 저녁에 홍콩에서 선생님 한 분과 술 한잔할 것 같네요. 그리고 목요일 아침 9시에 바로 또 비행기를 타야할 것 같구요. 호주에는 친형이 살고 있습니다. 가서 제가 하는 일은 주로 형 일을 도우며(비교적 앉아서 편하게 할 수 있는 일 같다는...다만 현재는 형수의 출산문제로 형 혼자 있어 당분간 집안 일에 더 치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사무실 귀퉁이 책상에 앉아 읽고 싶었던 책들 읽고 영어 공부 더듬더듬 하며 일주일을 소비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학위논문 준비도 슬슬 시작하게 될 것 같구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길 희망하지만, 솔직히 어렸을 때 떠났던 외유를 생각하면 두려움이 먼저 앞섭니다. 이제 세상이 더 이상 무섭지도 또 더 무서운 나이가 되어 버렸거든요. 그래도 혼자 몸이니 뭔들 못하겠습니까.

친구도 없어 꽤나 심심하기도 할 터이고, 아시아를 벗어난(?) 곳은 처음인지라 호기심도 좀 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여기서 추운 겨울 안 보낸다는 점, 거기는 지금 무지 덥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지요. 자리잡는대로 바로 염장샷들로 도배를 할 생각이니 걱정들 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시차는 현재 섬머타임 적용으로 두 시간 차이가 납니다. 여기가 오전 10시라면 거긴 정오 12시가 되는 셈이죠. 내년 4월 첫째 주까지 시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점을 참고하셔서 저와의 연락을 취해 주시면 됩니다. 사실 이 글은 연락처를 남기기 위함입니다. LG 070인터넷 전화를 들고 가서 한국내 휴대폰 통화보다 더 저렴한 인터넷시내요금(분당 50원 미만)이 적용되니 심심할 때마다 전화를 돌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번호를 일단 남기니 적으실 분들은 바로 적으세요. 제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 북시드니 자택 전화번호: 
- 4월 첫주까지 : 대략 한국시각 6시 이후부터 통화 가능하고, 제가 안 받으면 바꿔달라 하면 됨.
- 4월 첫주이후: 한국시각 7시 이후부터 통화 가능.

* 사무실 전화번호: 
 - 4월 초까지: 한국시각 9시부터 4~5시 무렵까지
 - 4월 초순 이후: 위와 마찬가지

이 기준은 현지에 가서 일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변동될 수 있지만, 큰 변화가 없는 한 유지될 것 같네요. 환송회 하느라 고생하신 분들, 또 나이 들어 간다 불쌍하여 전화주신 여러 분들, 또 블로그에 자주 왕림해 주시는 소중한 이웃분들, 그리고 저. 모두 건강해욧~ 시원한 사진들과 소감들로 여러분의 추운 겨울을 달뜨게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이 글을 보고 삶은 도전이라 생각지 마시길. 때로는 이렇게 정신없게도 후다닥 지나가기도 합니다. 부디 정신줄 놓지 맙시다~ 속된 말로 한 방에 훅 간다고 합디다. ㅎㅎ

2009. 10. 10. 02:08
1. 완연하게 세상을 덮은 가을이 계속되고 있다. 날씨와는 상반된 푸른 생각들이 머리를 지끈지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다소 흠이다. 아직 블로그에서는 한 번도 밝힌 바 없지만, 주위에서는 웬만큼 알고 있는 나의 향후 일정에 문제가 발생했다. 총론에서는 크게 바뀔 것은 없지만, 각론에서 많은 수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제 형한테 다녀온 이후로 오늘까지 화가 단단히 났다. 물론 추석 때부터 지속되어 왔던 것이지만, '가족'에 대한 이런저런 잡을 수 없는 감정들. 가족들과 나는 '사는 방식'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내가 그들을 쉽게 이해할 수 없듯이 그들도 나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지극히 닮았으면서도 닮지 않은 것이라 여기는 까닭은 바로 우리가 그렇게 부르짖는 '소통의 부재'일 것이다. 차근차근 설명하지 않고 또한 같이 고민해 보자는 태도가 보이지 않은 것에 화가 났던 것인데  돌이켜 보니 나 역시 명확함을 보이지 못했던 구석이 있는 듯 싶다. 그리 따진다면 이해못할 바도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 마음은 푸르다. 지난 주 누나로 인해 푸르렀던 것처럼. 잠 이루지 못하고 하루를 꼬박 정리한 생각에 대한 동의를 내일 구할까 하는데 원만히 해결될진 모르겠다.


2. 여하히 굳은 결심과 실천이 필요하게 되었다. 과거에 유사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도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은 어쩔 수 없겠고, 하나 둘씩 차근차근 정리하고 처리해 나갈 수 밖엔 없겠다. 완전히 뒤집는 것에 대해서도 다시 되짚어 보았는데 그러진 않기로 했다. 그 기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또 결국은 어찌 마음먹느냐로 귀결될 뿐이니. 정리해야 할 것도 준비해야 할 일도 많은 요즘이다. 그래서 블로그도 한동안 소홀했다. 얼마 남지 않은 이 가을을 계절답게 보내야 할텐데. 


3. 생각의 갈피 끝에 또아리를 트는 의문. 나의 '치열함'에는 무엇이 들어 있고, 너의 '치열함'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 것인지. 결국 '만져지는 모든 몸을 붉게붉게 물들이며 석양과 같이 저물어간 세월'은 아닐 것이다. 아래 노래는 여름을 넘겨 가며 가을을 기다렸다. 헌데 나는 이 짧은 가을을 채 기다리지 못했으니. 



인디언 수니 - 붉은 감
2009. 7. 10. 02:26

이 땅의 왜곡된 열기를 식혀주기라도 하듯 여름비는 세차게도 대지를 때렸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던 아침 넓다란 창문 밖으로 전해져 오던 그 빗소리는 왜 그리도 좋았던 것일까. 사무실 비상구 계단 창문 너머로 보이는 청계천의 잠수는 비가 내리는 현실을 방증하였지만 강화유리 안에서도 들릴만큼의 강렬한 비였다. 20대에는 비가 오는 것이 마냥 싫기만 했다. 비가 온 뒤의 수증기가 얼마나 좋은 것인지. 또 내리는 빗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채 알지 못했던 시기였다. 그런 것을 지금에서야 느끼는 것을 보면 오히려 20대의 내가 더 보수적이고 현실적이었던 것은 아닐까란 되물음. 빗소리가 좋아졌다는 사실은 단순히 '나이가 듦'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집 창문에 서린 김과 맺힌 빗방울은 지난 날의 비의 흔적은 마치도 우리가 지나 온 궤적을 비웃기라도 하듯 당당하다. 오늘같은 날에 듣는 음악은 귓전을 유난히도 때렸고, 또 일손이 전혀 잡히지 않는 오후에는 문득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던 그에게는 웨스에이치큐의 "친애하는 재연씨"에게란 노래선물을 전자우편으로 띄우기도 했다. 그리고 시원하고 그지없던 저녁에는 조금만 자고 일어나야지 했던 다짐도 무색하게끔 너무 많이 자 버리고 말았다. 또 출근을 위해 소주 한 잔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집앞 슈퍼도 문을 닫은 시각, 배달광고지에서 어렵지 않게 선택한 호호곱창에 "아주 맵게 해주세요."라 얘기하고 기다리는 중이다.

혼자 듣는 빗소리 혹은 비가 갠 후의 밤시간을 누리는 것에는 역시나 '사람'만큼 좋은 것이 없다. 글을 쓰는 지금 문득문득 대화를 나누는 친구든 띄엄띄엄 연상해 나가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우리. 오늘 들었던 여러 노래 가운데 무엇을 선곡할까 고민했다. 앞에서 언급했던 그 음악을 할까 하다가 포스트에 맞는 노래제목으로 하기로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다. 아니다. 두 곡을 모두 올리면 되지. 이런 바보같은. 곱창이 도착하고 소주를 꺼낼 생각을 하니 갑자기 두뇌가 기민하게 돌아간다. 비가 고인 아스팔트 위로 떠오르는 배달 스쿠터들의 소음 조차 좋게 들리는 밤이다. 아무래도 내가 오늘은 미쳤나보다.

비가 내리는 날에도 세상은 힘을 좇는 사람들의 모습은 여실하게 드러난다. 신문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여러 사람들과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의 그들도 아마 그 자신들도 채 인식은 못하는가 보다. 좀 더 가지려고 하는 것이, 또 힘을 악용하여 행사하는 것이 그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허위와 가식도 '진정성'과 '진실'로 둔갑하는 세상. 여기서 난 또 '모르겠다'란 말을 되풀이 할 수 밖에 없다. 도착한 곱창을 소주와 함께 하여 알콜기운이 올라와도 채 모를 일이다. 34살의 '웨스에이치큐'와 25살의 '1984'년생들의 그녀들은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1. 1984- 우산
2. 웨스에이치큐 - 친애하는 재연씨


 
2009. 6. 26. 02:25

아직 성적은 받지 못했지만 무리없이 진행 된다면 이제 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는 일은 하지 않는 흔한 말로 '수료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2000년 가을, 석사과정에 들어갔으니 만 9년 여에 가까운 세월을 대학원과 주변을 맴돌며 보낸 셈이다. 석사 2년 6개월, 박사 1년 6개월의 휴학기간과 과정입학 준비기간 6개월을 제하고 남는 시간은 4년 반이다. 그러고 보니 딱 절반의 시간은 학교에서 그리고 나머지는 학업을 유지하기 위해 뛰어다녔던 시간이다. 그런데 엄밀하게 따지자면 철저하게 학업만을 위해 모든 것을 투자할 수 있었던 시간은 석사 1학기와 석사논문을 쓰던 4학기를 합쳐 고작 1년에 불과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때마다 학업유지를 위하여 두 번의 취직을 단행했었고.


살다보니 어떤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공부할 수 없는 환경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전히 난 절대적인 시간을 갈망한다. 이제 온전한 학생으로서의 시간도 마감하였으니 다시는 그런 세월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곧 강의 등의 일을 하며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형태로 내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자유'를 쟁취하게 된다. 그 길지 않은 쟁취의 시간 자체는 나의 청년(?)시절을 마감하는 양상으로, 또 이후 남은 반평생의 세월을 보낼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하는 시간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조직에 매여있던 지난 4년 간은 정말 물질적인 큰 걱정없이 살았던 터이고, 꽤나 관성이 생기기도 하여 향후 예상되는 경제적 어려움 정도는 무난히 돌파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다만 좀 걱정이 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우선 하나는 어설픈 신분에서 파생되는 어려움이다. 예컨대 강의를 구한다거나 하는 것인데 석사과정 때만 하더라도 상급과정에 진학하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강의 구하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막상 그런 상황에 오니 녹록한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원인을 따져 보면 아직은 직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환경과 좁다란 근본적 인맥의 한계를 지적할 수 있겠다. 물론 좁은 인맥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행동을 취한다면 구하기 어려운 것도 아닌 듯 싶다. 그런데 선생들이 먼저 배려해 주지 않는 이상 그 얘기를 먼저 꺼내는 것이 금기처럼 되어 있는 현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대체로 이런 문제는 학위취득 후 인사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당이 되고는 하는데 난 학위취득자도 아니고 또 간접적이나 혹은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사회성도 가지고 있질 못하다. 어쩌면 빚을 남기고 싶지 않다는 알량한 강박관념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 하기는 하지만 직장을 그만 둘 시간이 다가오니 좀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듯 싶다. 그렇다고 아무 강의나 덥썩 받는 일도 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1년 간의 경험상 내가 흥미를 갖고 열심히 할 수 있는 영역이거나 철저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강의를 하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 민폐라는 것 역시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현재 계획하고 있는 내년의 일정 이후 문제다. 논문을 집필해야 하는 시기라 할 수 있는데 내년의 일정을 진행한 다음에 오는 불가피한 현실을 감내할 수 있느냐가 핵심인데 작금의 생각으로는 '인생 뭐 별거 있어. 결정을 내린 이상 추진하고 보자'는 약간의 무대포정신으로 무장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가서 쉴 수도 없는 상황이겠지만 일단은 지난 9년 간 방출되었던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긴 하다. 차분히 앉아 책을 읽거나 한 두가지 일에만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서 결정한 것이니 차후의 문제야 그 때 가서 감당을 하더라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 여기기로 했다.


뭐 내 주위를 둘러 싼 여러 환경적 문제들을 차치한다면 가장 큰 문제는 '스스로의 마음에 대한 적의'이다. 상반기에 약간의 실패(?)를 맛 봤던 경험에다, 이런저런 외로움으로부터 길게 늘어 선 무료함은 올해 들어 내 자신을 부단히 괴롭히고 있다. 차츰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은 미흡하기 짝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근자에는 책을 조금이라도 읽거나 음악을 듣고 기타를 치거나 하는 소일거리를 찾으면서 탈피하고자 하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 

점차 더워지고 있다...  

 


한희정 - 끈          

 

2009. 5. 29. 03:09

일상의 무료함이 사라지지 않고 외로움이 깊어진다. 헤어나올 수 있을지. 그의 죽음에 나를 투영하는 가식도 깨닫다. 나는 여전히 서른 다섯의 어린아이.

2009. 4. 8. 01:38

한동안 쓰지 않았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예정되었던 기타레슨이 갑자기 취소되면서 연습부족으로 못내 답답했던 마음의 긴장이 다소 풀어졌으나, 넘쳐나는 시간이 문제였다. 그래도 까짓 것 시작된 봄인데 무엇을 한들 어떠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의 불편했던 마음이, 그리고 봄을 맞이하여 정리되지 않았던 시간들을 차곡차곡 글로 채우고 싶다며 스스로를 이끌었다.  

몇 시간이 지나고 컴퓨터 앞에 자리잡은 이 밤,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을 먹지 않는 내게는 저녁이나 다를 바 없는 야식을 차려 먹고 자리에 앉았다. 담배를 몇 대 물어 피웠고, 그새 요거트를 먹으며 마감뉴스를 보고 EBS스페이스공감의 공연을 잠시 봤다. 잠시 창을 열었다. 그나마 지금 이 시각에는 정말 시기에 적합한 봄밤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설마 계속 그러진 않겠지만은 어제 오늘과 예보된 내일 낮의 날씨는 이미 5월이나 다름없다. 긴 겨울, 사람들이 그토록 그리던 순간을 너무도 순식간에 이 녀석은 가져와 버렸다. 내가 다니는 곳에서는 아직 제대로 꽃구경을 해 본적도 없는데 도처에는 꽃이 만개했다는 소식 뿐이다. 앗~하는 사이에 수없는 밤을 보내며 기다려 온 봄을 보내고 싶진 않다.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풀며 뭔가 정리하고 싶었다라는 마음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그만 두기로 했다. 왜 그런 밤이 있지 않은가. 치렁치렁 늘어 놓으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꽃피우고 싶었지만 문득 모든 게 무의미해지는 그런 밤 말이다. 자고로 이런 시기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쳐봐야 쓸데없는 짓이다. 아침에는 거리에 오가는 젊음을 만끽하고, 낮에는 지인들과 도란도란 이야기의 꽃을 피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저녁에는 명멸하는 밤하늘을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 밖의 일들은 미처 겨울을 벗어나지 못한 육신의 미련과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만 자판치는 것을 멈춘다. 멈춰야 할 때, 가야할 때가 좀 더 명확해지는 서른 다섯이 되었으면 한다. 허나 그럴 순 없겠지.

   

Kathryn Williams - Flicker


 

2009. 2. 6. 20:23


드디어 오랜 탐색 끝에 기타를 샀다. 사무실에 잠시 몰래 빠져 나가 용산 아이파크백화점 내에 위치한 인터넷 스쿨뮤직의 매장에서 바로 모셔왔는데, 아무 것도 알지 못하니 마구잡이로 튕겨 보기만 해보니 마치 첫 경험을 할 때처럼 맹랑하기 그지 없다. 동영상 강의를 무료로 한 달 정도 들을 수 있으니 주말에는 그것을 보고 다음 주부터 퇴근 후 사무실로 모시기로 한 레슨 선생님을 1주일에 한 차례씩 괴롭히며 나도 '연주'란 걸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바야흐로 타악기 '장구'의 지진아적 상처는 모두 잊고, 이제 현악기의 리더로 자리매김할 자세만 충만하다. 용산에서 불과 세 정거장을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기타가방 메고 오는 기분이란 흡사 내가 무슨 거창한 뮤지션이 된 듯한 기분이라니 이 정도면 착각도' 명텐도급'이다.

매장에서 들려주던 그 깊고 맑은 음색과 아름답던 선율! EQ를 꼽고 취미밴드에서 활동하는 그 날까지, 시나브로 고고씽이다. 이제 이 기타 소리로 누구든 잠시라도 행복해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줄테다.

스윙의 506CE 구매가격은 391,000원으로 소위 잘 나간다는 501CE와 다른 점이라고는 오로지 측후판을 마호가니가 아닌 로즈우드를 쓴다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난 사실 그게 뭔 차이인지도 모른다. 그냥 음색이 좀 더 따뜻하다고 하니 산 것. 컷어웨이 바디에 최저가부터 30만원대까지의 제품 중 가격대비 최고의 성능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녀석이다.  

기타를 통해 학업과 일상에도 좋은 작용을 해주었으면 기대한다. 나의 기타를 봐주세요. 실제로는 더 반짝반짝하답니다. :)으하핫.공수래공수거 인생에도 소유하는 것들이 점차 늘어난다. 욕심도 같이 느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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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31. 05:53

삶이란 것이 대체로 그러하다는 것을 짐작하고는 있지만 언제나 짐작은 짐작에 그칠 뿐, 퇴행과 진화가 상호교차하는 일상을 달리 막을 도리가 없다. 퇴행 속에는 꽤나 많은 즉흥적이고 단순한 논리들이 작용을 하고 있고, 진화에는 언제나 긴 호흡을 가진다. 그리고 때로는 자발적인 단순함을 의도하기도 하며, 비자발적인 단순함으로 점철되는 일상에 흐뭇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 연유는 무엇인지.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것은 내가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인식에서 오는 것은 아닌가 싶다.

끝내 이기지도 못할 술을 마시고 사망하게 되는 날에도 자행되는 순간의 유희에도 '나'라는 존재는 퇴행되면서 진화한다. 스스로 너무 옭아매는 일들은 만들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 조금만 더 길게 평온한 나를 만들어 지켜나가고 싶지만 그렇지 못함은 늘 수많은 아쉬움만을 뒤로 하게 된다. 그 아쉬움들은 또 내 앞에 놓여진 많은 날들에 다시금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터다.

내게 있어 성숙한 자아를 찾아간다는 것은 늘 어렵기만 한 일이다. 종국에는 그 어떤 도그마에 빠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혹여나 허무한 외침에 불과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두려움이 늘 앞서기 때문이다. '인생 뭐 별거 있어'란 흔하디 흔한 자위도 어쩌면 이것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공부란 것을 내 본업으로 삼게 된 이후로 내 삶과 사회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앞으로도 그런 삶이 일관되게 유지될 테지만은 가끔은 여전히 곤혹스러운 부분들이 돌출될 것이다. 하지만 퇴행과 진화가 공존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고 바란다. 퇴행의 행위는 늘 상처만을 남기고, 그 상처가 내게 늘 득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험한 것으로부터 경험하지 못한 것을 추론하는 것은 정당한가(D.Hume)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학문의 영역에서 존재해야 할 것이지 일상의 영역까지 침범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삶' 역시 존재할테니까.

 아래 노래를 반복해 들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어쩌면 의도된 절절함인지도 모르겠다는..."  긴 호흡을 가진 나를 좀 더 자주 그리고 길게 대면했으면 좋겠다. 또한 의도된 절절함으로 내 일상을 채워 나갈 수 있음을 역시나.


Brandi Carlile - The Story
2008. 12. 27. 02:01

2008년 12월 26일 오늘은 오지은의 공연을 보고 왔다. 그런데 이 공연을 보러가기 전 의도치 않게 여러 민폐를 끼치는 일이 발생한 바 이에 대한 진상규명 차원에서 포스팅한다. 오지은이 자가제작과 향뮤직에서의 판매를 거쳐 해피로봇레이블과 계약을 맺으면서 드디어 12월 초순경 전국발매에 들어갔다. 디지팩으로 발매된 앨범소식을 접하고 향뮤직과 교보에서 가격비교를 하고는 교보에서 구매를 하게 되어 한 두차례 듣고는 잊고 있었는데 지난 주말이 시작되기 전 교보문고에서 나도 모르는 이벤트에 당첨이 되었다고 연락이 온 것이었다. 오지은 콘서트 소식은 이미 접했었고 민트페이지에서 저렴한 가격 덕택에 구매를 할까 하다가 마땅히 갈 사람도 없고 해서 그냥 포기한 바 있는데 다시 1인2매의 곤혹스러운 유혹이 들이닥친 것이었다. 물론 그 소식 듣고 남은 텀페이퍼 한 건과 크리스마스로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다시 출근한 오늘, 기왕 광화문까지 나와서 홍대까지 진출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오후 3시 넘어 들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사무실은 연말과 연휴를 낀 덕에 절반 이상의 인력이 초토화된 상황이었고, 오지은에게 관심을 가질만한 사람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따라서 가긴 해야겠는데 지난 여름 제이슨 므라즈 단독관람의 뼈아픈 추억 이후, 혼자 간다는 것이 영 내키지 않았고 같이 놀아줄 친구가 절실히 필요했다. 그래서 사무실 층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낚을 사람을 찾다가 이내 포기하고는 cd를 보냈던 이웃들에게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음악도 잘 듣는 사람들이면 관심을 갖겠지 하는 아둔하고 짧은 생각으로 말이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시린콧날님이 가장 유력했는데 아..한 사람이 더 있는 관계로 아쉽게 불발로 돌아간 뒤 그 다음부터는 정말 민폐의 연속이었다. 연말 송년회에 시험기간이 끝나지 않은 학생 분들 등등... 시기와 시각의 촉박함을 고려하지 않은 나의 민폐는 극도로 치달으면서 6시를 훌쩍 넘기고 말았다. 밥도 먹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리다 7시가 가까워지면서 일단 1층으로 내려와 역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마지막 희망으로 휴가 중이던 위사모(위원회를 사랑하는 모임; 집에 있는 시간보다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많은..)의 회장님에게 연락을 취했고 마침내 동의를 받은 것이었다. 내가 먼저 홍대역에 가서 기다리고 있다가 급접선 후 클럽 타로 자리를 옮겼으나 8시가 가까운 시각에 입장한 관계로 두 시간 내내 노구(?)를 이끌고 서서 공연을 관람해야 했던 것이다. 흑. 동행이 남자라도 오늘만큼은 기뻤다.


여튼 공연을 관람하고 아픈 다리를 쉴 겸 커피 한 잔 마시고, 때마침 산울림으로 '고도를 기다리며'를 관람하러 온 후배와 연락을 취하여 집에 같이 돌아오게 되면서 오늘의 파란만장했던 민폐 사건은 그 종말을 고했다. 공연에 가면서 한 번 만나지 못했던 나의 전화가 이웃들에게 얼마나 황당하게 전해졌을까란 생각이 드니 민망하기 그지 없었다. 더구나 나름 고려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한 두사람을 염두에 둔 전화도 아닌 거의 무작위처럼 되어버린 연락행태는 졸렬함을 면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을 주워담을 수도 없으니,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오지은 콘서트의 대미를 장식한 두 곡으로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  저 지금 두 손 번쩍 들고 반성하고 있답니다.  


부언하자면
1. 개인적으로 시린콧날님은 같이 오셔도 될 뻔 했습니다. 클럽공연 특성상 늦게 가도 얼마든지 한 사람 정도는 더 살 수 있었습니다. 우리 둘 다 판단착오한 듯 싶습니다. ㅎㅎ

2. 사막님이 답례로 보내주신 책 정말 잘 읽겠습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대중소설을 읽을 일이 거의 없는데 대전을 오가는 주말에 반드시 다 읽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은 이런 것에 함부로 고무되지 마시길 바랍니다. 정성어린 포스팅과 자필편지, 소설책(이는 다른 하나의 사유가 더 있어서로 보여짐) 세 건만 하더라도 제 마음은 부서질 듯 훈훈합니다.
 






1. 오지은 -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
2. 오지은 - 화(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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