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604)
우리의 체온과 사색 (61)
성처리가 지은 詩 (23)
일상의 BGM (293)
復旦大學 生活과 工夫 (77)
上海의 外國 人民 이야기 (2)
주소없는 사서함 (0)
Diary (81)
Kommentar (27)
Idea Bank (2)
11년 루구후 독서여행 (8)
09년 전남여행 (3)
Coffee break (27)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2012/05'에 해당되는 글 3건
2012. 5. 26. 19:10

나만의 인생 

                                                        -하재연

내 눈동자는 나의 것
눈썹을 깜박이는 것도 나의 의지입니다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보는 것도 나의 의지
내 손의 나의 것
담배를 피우거나
비벼 끄는 것은 나의 의지입니다
연기가 피어올라 공중으로 사라져가듯,
나의 말은 나에게서 나와
당신에게로 흘러들어갑니다
당신이 나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면
그것은 내 뜻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어느 날 당신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거리에 불이 켜지면
나는 거리로 나갑니다
어느 날 가로등들이 꺼졌다 켜졌다 하듯이
당신은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나는 쏟아지는 불빛을 거리에서 맞습니다

나의 의지는 나만의 것이지만,



요즘 종종 마실가는 어느 커뮤니티에서 발견한 시다. 글을 쓴 사람은 '소통'의 슬픈 실패를 용기있게 담아낸 시라고 표현하였다. 이에 매우 동의한다. 내가 살아온 20대와 30대 전체를 관통하는 서사는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지금 어느 지점에 위태롭게 서 있을까란 생각에 이르자 순간 또 먹먹해지고 만다. 


위의 시를 아래처럼 바꿔보면 어떨까. 다른 느낌이 물씬하다.


당신만의 인생 



당신의 눈동자는 당신의 것
눈썹을 깜박이는 것도 당신의 의지입니다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것도 당신의 의지
당신 손의 당신의 것
담배를 피우거나
비벼 끄는 것은 당신의 의지입니다
연기가 피어올라 공중으로 사라져가듯,
당신의 말은 당신에게서 나와
나에게로 흘러들어옵니다
내가 당신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면
그것은 당신의 뜻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어느 날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거리에 불이 켜지면
당신은 거리로 나갑니다
어느 날 가로등들이 꺼졌다 켜졌다 하듯이
나는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당신은 쏟아지는 불빛을 거리에서 맞습니다

당신의 의지는 당신만의 것이지만,



2012. 5. 16. 20:18

 

출처: http://www.21ccom.net/articles/zgyj/gqmq/2012/0428/58663.html

2012. 5. 8. 02:19

밤이 깊어가는 그 시점에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릴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이 새삼스러운 의아함은 뭐람. 요즘은 적당히 방심하고 긴장한 채 살고 있다. 의미없이 내뱉어지는 말 속에 진실이 내포되어 있기 마련이지만, 허구적 사실일 뿐이다.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지면 날이 밝아올까, 아니면 날이 밝아오면 더 약해질까. 또 모르지. 언제나 삶은 사소함에 요동치면서도 적요의 짙은 색깔이 깃들여져 있다. 멀리 보이는 가로등에 빗방울이 묻어나는 것이 보인다.물론 농담(弄談)이다. 그와 함께 오늘이라는 농담(濃淡)이 자라난다. 

 

 죽은 이선생님이 이런 얘기를 했었다.

숲속에 마른 열매 하나가 툭 떨어졌다. 나무 밑에 있던 여우가 그 소리에 깜짝 놀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멀리서 호랑이가 그 여우를 보았다. 꾀보 여우가 저렇게 다급하게 뛸 때는 분명 굉장한 위험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호랑이도 뛰기 시작했다. 호랑이의 뛰는 모습을 숲속 동물들이 보았다. 산중호걸인 호랑이가 저렇게 도망을 칠 정도면 굉장한 천지지변이거나 외계인의 출현이다. 그래서 숲속의 모든 동물이 다 뛰었다. 온 숲이 뒤집혀졌고 숲은 그 숲이 생긴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삶도 그런 것이다. 어이없고 하찮은 우연이 삶을 이끌어간다. 그러니 뜻을 캐내려고 애쓰지 마라. 삶은 농담인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울고 있는 순간까지도 라디오는 60년대가 가고 70년대가 온다는 얘기를 떠들어대고 있었다. 나는 그런 구획의 의미를 애써 생각해보았다. 만약 그 옛날 기원을 정할 때 조금 앞이나 뒤로 잡았다면(물론 지극히 사소한 이유로) 70년대는 이미 왔거나 혹은 아직 오지 않았다. 시간의 구분은 사물의 뜻을 공유하고 분류하기 위해 고안한 일종의 장치일 뿐이다. 절대시간이란 것은 없다. 그런데 70년대가 오면 새로운 삶이 시작되기라도 할 듯이 떠들어대는 저 사람들. 70년대라고? 새로운 농담인가?

 

은희경, 새의 선물, pp.404-405. (서울: 문학동네, 1995) 

 

 

 

회기동 단편선 - 이상한 목

prev"" #1 next
요즘 읽거나 예정인 책들
예스24 | 애드온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