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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5. 3. 06:36
[Diary]
이제 반팔 면티를 입고도 새벽바람이 그리 차지 않다.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존재일까. 기숙사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며 새벽하늘을 바라보다 이런 생각에 미쳤다. 자신있게 답할 수 없었다. 나는 쓸데없이 무겁고 진지했다. 이 무겁고 진지함을 버릴 필요까지는 없다 하더라도, 이것이 어쩌면 다른 사람을 웃게 만드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사실 이렇게 살게 된 것도 다른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이기도 했는데. 나는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에게 차츰 어렵고 다가서기 힘든 존재가 되어갔고, 계속 그렇게 변화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내 개인적인 문제에 국한된다고 단정짓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남들보다 많이 늦게 유학을 오게 되었다는 것과 교류다운 교류가 그다지 없는 한국유학생사회의 특유의 분위기도 한몫했을 것이다.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타인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마음은 바람보다 쉽게 흐른다'고 했던가. 내 마음도 그렇고 봄바람도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