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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에 해당되는 글 1건
2013. 7. 7. 00:46

사람 사는 정이 다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지난달엔가 깍두기를 담고 나서 평상시 마주칠 때마다 늘 반갑게 인사해주는 중문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친구가 생각나서 작은 통에 담아 건네준 적이 있다. 당시 그 친구가 카톡으로 나중에 통을 돌려주겠다고 한 다음에는 마무리하기 바빠 잊고 있었는데, 어제 갑자기 반찬통을 돌려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마침 밖에서 저녁을 먹고 있던 참이었고 속으로는 굳이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데 했는데, 무튼 기숙사로 돌아가서 연락하겠노라 답했다. 기숙사에 돌아와 다시 연락했더니 그 친구가 내 방으로 와 반찬통을 돌려주면서 몇 마디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그 친구는 이번에 석사를 졸업하고, 다음 학기에 이곳에서 다시 박사를 밟기로 예정이 되어 있고, 오늘 한국에 돌아가는 날이었다. 


얘기할 때 우선 반찬통이 담긴 작은 쇼핑 봉지를 냉장고 위에 올려두었다가, 조금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떠올라서 반찬통을 꺼냈더니 아래와 같은 글이 적힌 작은 엽서가 한 장 들어있었다. 그리고 통 안에는 작은 봉지에 포장된 비타C박스(이건 더 나중에 발견했다.)가 담겨 있었다. 3년간 잦은 접촉도 없었고, 따로 밥을 먹은 것도 최근에 한 번뿐이고, 입학 첫 학기 때와 지난겨울에 술자리 한 번같이 한 게 전부였다. 그저 기숙사 주변에서 마주칠 때마다 반갑게 인사하고 지냈는데, 그저 그런 작은 인사들이 늘 고마웠다. (6월부터는 이렇게 나를 대해준 몇몇 친구들에게 밥을 한 끼니씩 대접했다.) 


여하튼 나는 늘 선물보다는 이런 소소한 마음이 담긴 글귀가 더 좋다. 그래서 고마운 마음에 지난 3년간 석사과정에 대한 수고와 앞으로의 공부에 대한 덕담을 좀 길게 카톡으로 써서 보냈더니, 오늘 새벽 공항에 가는 버스 안이라면서 다음의 답장을 보내왔다. 


"오빠.... 긴 편지 너무 감사해요! 어제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잠들어 지금 공항 가는 길에 글을 보게 되네요. 오빠를 너무 늦게 알게 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오빠도 상해 올 일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주시구요, 또 뵐 날을 기다리고 있을께요:~) 잘 챙겨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분명 좋은 선생님이 되실꺼에요. 오빠 화이팅!!!"


사람 사이에는 늘 작은 위로와 감사의 표현이 서로 북돋아 주고, 따스하게 만든다. 지난날 꽤 날이 선 삶을 살면서 이런저런 사람들에게도 상처의 말을 한 적도 많았다. 같이 산다는 것은 알고 보면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닌데, 우리는 그 방법을 잘 알면서도 쉽게 잊고 지낼 때가 많다. 또 능동적이고 낙관적이기보다는, 수동적이고 비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가 많다. 나는 괜찮은데 사람들에게 문제가 많다는 생각도 많이 한다. 그래서 또 어려울 때도 잦다. 


이 모두가 '용기'가 없어서라 생각한다.


"오늘은 좋지만, 내일은 괴로울 지도 모를 사람 사이의 관계." 쉬우면서도 어려운 이 문제는 평생 고민하더라도 다 풀지 못할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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