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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루구후 독서여행'에 해당되는 글 8건
2011. 9. 27. 03:42
8월 24일-25일 청뚜에서 루구후에서 만난 청뚜 미인 친구 任晓琳과 함께. 청뚜는 정말 다시 가고 싶은 곳이고, 쓰촨도 엄청난 매력을 가진 관광지일 것 같다. 단 덥지만 않다면...

사진 순서대로. 콴자이샹즈 거리, 청뚜 정통 黄牛肉(난생 처음 정통 麻婆豆腐를 맛 봄.정말 맛있고 저렴함), 호우시절의 주무대 두보초당, 마지막으로 청뚜 명물 버스


2011. 9. 27. 03:20
지난 여름방학 루구후에서 지내는 동안 만났던 여행객이나 현지 사람들의 사진을 뒤늦게 올린다. 한 달 가까이 쓸데없이 무척 바빴고, 또 아프기도 했었다. 조만간 오는 국경절 휴가기간에 한숨 돌리며 본격적인 한 학기를 준비할 수 있을 듯 싶다.

이 밖에도 미처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많은 친구들이 있었다.
1. 처음 이틀간 같이 시간을 보낸 미주에서 유학중인 중국인 고등학생 두 친구.



2. 루구후 체류 어느 날, 우연히 카메라에 잡힌 현지 사람들

 

3. 老谢车马青年旅舍(泸沽湖店)에서 만난 친구들(우연히 만나게 된 한국인 가족 포함)



3. 青年旅舍 주변 사람들과 단골식당과 사람

마지막 사진은 객잔 식구들이 나를 위해 해 준 음식.



 

2011. 8. 21. 00:06


이 곳에 온 지도 벌써 27일이 지났다. 3일 있으면 여기를 떠나게 된다. 다시 언제 또 올 수 있을까. 그새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내 곁을 스쳐갔다. 그 중에 친구가 된 이들도 있고, 정든 사람들도 있으며, 그냥 그렇게 여행지에서 말 그대로 스쳐가는 인연이 된 사람들도 있다. 그들에 대한 기록은 이 다음 편인 '사람편'에 남기기로 한다. 어제는 핀처(拼车:모르는 이들끼리 차를 한 대 빌려 비용을 나누어 지불하는 것)를 이용하여 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이에 대한 기록을 오늘 남기는 한편, 그 전에 찍었던 몇몇 사진들과 배를 타고 따루어수이(大落水)란 마을 쪽으로 넘어가던 날의 사진들을 올리고자 한다. 중간중간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설명을 넣고자 한다. 앞으로 루구후에 들르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1. 핀처 후안후(拼车 环湖:차를 타고 호수 전체의 주요지역을 도는 것을 일컬음)


루구후 투어는 이렇게 '핀처(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여 차  한 대에 나눠 타는 형태, 5명을 기준으로 하면 1인당 30위안-아래 사진 참조)'라는 것을 이용하여 호수를 돌 수도 있고, 적정 인원 7인 이하 정도의 사람이 함께 올 수 있다면 또 빠오처(包车)란 것을 이용하여 빵차를 전세 내어 투어를 할 수 있다. 차로 하는 투어는 보통 4시간이 소요되는 데, 중간에 식사를 하게 된다면 보통 6시간 정도 걸린다. 

그리고 이것보다 루구후 호수를 도는 것의 가장 압권은 자전거에 있다. 해발이 워낙 높은 곳이다 보니 경사가 있는 곳은 끌고가야 하는 등 난관이 많지만, 많은 젊은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호수를 도는 경우가 많다. 보통 아침 9~10시 경에 출발해서 8시간 정도 소요되고, 숙소로 돌아오게 되면 저녁먹을 시간이 된다. 천천히 가면 갈수록 더 많이 본다고 한다고 했던가. 이것의 매력이 자전거에 있다. 

차를 타고 가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은 일반적으로 주혼교가 있는 차오하이(草海: 호수인데 습지로 되어 있음)까지 다녀오게 된다. 차를 탈 경우 赵家湾이란 곳을 추가할 수 있는데 보통 차 한대에 150위안인데, 이 곳을 추가하게 되면 200위안이 소요된다. 난 6명의 성인과 아동 한 명이 같이 움직이는 차를 타게 되어 30위안을 내고 다녔다. 중간에 밥 먹는 것은 30위안이 소요되었다. 참고로 루구후든 리장이든 물가가 대도시 못지 않다는 점을 알아두길 바란다.

한편, 간혹 걸어서 호수를 도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는데 이건 이틀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난 개인적으로 리장에서 이 곳까지 걸어 오거나(200km이니 대략 6~7일 걸릴까) 아니면 이 곳에서 쓰촨의 샹그릴라라 불리는 야딩(亚丁)까지 걸어가고는 싶지만 기회가 다시 있을까 싶다. 그리고 이 것은 중간에 숙박이 문제다. 워낙에 조명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조명도 문제지만 말이다. 그런데 가끔 이 짓을 하는 중국인들이 있다고 한다. 

내가 있는 곳은 리거춘(里格村)이란 동네다. 행정상으로는 윈난성 닝랑현에 속한다. 리거춘에 오기 전에 거치는 곳이 따루어수이(落水)란 곳인데 이 곳에도 숙박시설이 갖춰져 있다. 그러나 이 곳보다는 리거춘이 더 숙박시설로는 만족할 만하다. 개인적으로 난 유스호스텔을 이용할 것을 권장하며, 유스호스텔 이용 정보에 대해서는 전 포스팅에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호수 투어 중에 샤오루오수이(小落水)란 동네도 거치는데, 이 곳에도 胡思青旅라는 유스호스텔이 있다. 정말 작고 조용하며, 바로 앞이 호수이다. 사람들 적은 것을 선호한다면 이 곳에서 묵는 것도 권할 만하다. 그러나 이 곳은 나중에 리장이나 시창으로 넘어갈 때 다시 리거춘이나 루구후쩐 등으로 차로 이동해야 한다는 난점이 있다. 추가 교통비용 문제이다. 보통 이렇게 근거리 이동하려면 50~100위안이 드는데, 이 금액은 여기에서 리장을 가거나 쓰촨 시창으로 넘어가는 버스비용과 비슷하다. 

루구후는 전체 면적이 3분의 2는 쓰촨성에 속하며, 3분의 1은 윈난에 속한다. 내가 있는 리거는 윈난에 속한다. 대부분의 숙박객들은 윈난에서 머문다. 리장에서 오거나 쓰촨 시창(西昌)에서 오는 경우가 많은데, 양쪽 다 가격은 유사하며, 시간은 대략 6~8시간이 소요된다. 시창으로 넘어가 청뚜로 이동하는 등 쓰촨 여행자들이 있고, 다시 리장으로 돌어가 샹그릴라나 위벙마을(雨崩村)등으로 여행하는 사람들로 나뉜다. 윈난성 여행은 대략의 주요 지점들을 보려면, 보통 2주 정도에서 한 달 정도 잡는 것이 좋다. 한 달에 가까울 수록 윈난 여행 후 쓰촨 일부 지역 혹은 티벳 쪽으로 넘어가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내 생각에는 한국에서 온다면 여름이 가장 적기이다. 여기가 5~8월이 우기라고 하나, 비가 끊임없이 내리는 것도 아니다. 산발적인 우기라 할 수 있다. 내 생각엔 윈난은 한국이 더운 8월에 오면 가장 좋다. 그 밖에는 봄도 가을도 좋겠지만, 중국 국경절인 10월 초 전후는 비추다. 그리고 여름에 쓰촨으로 넘어갈 때는 날씨를 유의해야 한다. 며칠 전 여기 놀다 간 청뚜 친구가 하는 말이 지금 청뚜는 41도 전후라 한다. 이건 뭐 여행가서 고생하는 거다. 

여러 여행자와 얘기를 나눠본 결과, 아직까지 윈난에서 쓸 만한 지역은 따리, 루구후, 위벙 마을 등이다. 리장과 샹그릴라는 너무 상업화가 진행되어 여행지로서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다만 리장이나 샹그릴라도 다른 곳을 가기 위해서는 꼭 거쳐가야 하는 곳이라 어쩔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2. 배 타고 따루어수이(落落水) 가던 8월, 어느 날
  

2011. 8. 4. 12:42
`어제 낮에 잠시 산책을 나갔다가 찍은 허접한 동영상과 현재 묵고 있는 유스호스텔 숙소(泸沽湖 老谢车马店)의 모습이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야경과 여기서 주로 먹는 음식들, 그리고 아직 못한 전체 호수 일주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올리고자 한다.  

 
남성 뒤로 보이는 창문 끝에 책이 놓여있는 자리가 현재 나의 아지트이다.



숙소 내부와 숙소 앞과 주변의 모습을 담았다. 




리거촌 나루터 주변 풍경

2011. 7. 28. 23:38
8년 만에 다시 찾은 루구후다. 이제는 웬만큼 상업화 된 관광지처럼 보여 당초 조금은 낯설었다. 오늘 자전거를 타고 호수 전체를 돌지는 못하고, 3분의 1바퀴 정도는 돌고 나니 아직까지 그렇게 훼손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여행객들이 묵는 객잔 주변으로는 식당과 사람들로 조금은 북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리나 리장에 비한다면 여전히 고적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여행에서 사진을 찍는 이유는 무엇일까. 망각하지 않기 위해서, 아니면 추억하기 위해서인가. 우리가 여행을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좀 더 색다른 물건을 보고 사기 위함인가,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함인가, 멋진 풍경을 보기 위한 것인가,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한 것인지, 그저 단순히 일상을 탈출하기 위한 것일까 다시 한 번 묻게 된다. 다른 사람과 같이 왔다면 관계에 얽매여 이런 생각들을 하지 못했을텐데 이런 것들에 대해서 자문할 수 있다는 것은 나쁘지 않다. 사실 여행은 정말 취향이 비슷하거나 서로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면 같이 하기 힘들다. 같이 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혼자 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는 역시나 상황에 따라 다르다. 

약간의 실망은 하루가 지나지 않아 다시 벅찬 느낌으로 다가왔다. 루구후라는 호수는 여전히 하늘과 바람, 구름과 산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아지고, 건물이 늘어났지만 다시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다. 몇 년이 다시 지나면서 공항이 생길 것이고, 오는 길에 산사태 혹은 여전히 정비되지 않은 길도 제대로 정비가 될 것이다. 

여기도 자본이 들어오고, 외지인이 들어오면서 서서히 망가질 것이다. 여행객들은 이런 부분을 아쉬워 하지만,  사실 여행지를 망가뜨리는 공범이 아니던가. 관광객들로 인해 먹고 살게 되었는데, 이를 두고 많은 것이 소실되었다고 하는 건 사실 너무나 이기적인 소리가 아니던가. 다만 좀 더 아쉬운 것은 현지인보다 외지인들이 이 이익에 좀 더 깊숙이 관계되었다는 점이다. 다른 것들은 몰라도 이 곳을 오시는 분들이 있다면 대부분 모수어인들이 노를 젓는 배 타는 가격을 깍지 않고, 현지인이 운영하는 식당도 자주 이용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느 관광지나 다 그렇겠지만, 물가는 상하이와 다를 바 없다.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다 돌아와, 10위안을 내고 30분 정도 배를 탔다. 호수물을 손으로 떠서 마셨는데 1급 청정수임을 알겠다. 생수 사서 마시지 말고, 물병에다 떠서 마셔도 괜찮을 것 같다. 나루터 옆으로 난 오솔길 쪽으로 낮에 산보하고, 책을 볼 곳을 눈여겨 봐 두었다. 오전과 저녁에는 유스호스텔 1층이 잘 되어 있어 여기서 보낼 것이다. 오늘로 여행은 끝, 다만 간간히 하지 못한 이야기와 사진들을 업데이트하려고 한다. 기술 따위는 전혀 들어가지 않은 막사진.








2011. 7. 26. 02:23
37시간을 달려 오전 일찍 쿤밍에 도착한 다음, 두 시간 반 정도 대기하다 다시 리장으로 8시간 반을 달려 도착했다. 미리 예약해 둔 숙소로 들어와 짐을 풀었다. 늦은 저녁을 광동식으로 간단히 먹고, 신속한 속도로 변화된 리장고성의 모습을 스캔해 나갔다. 내일 루구후 가는 것이 좀 걱정되서 일찍 들어와 모처럼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주인이 문을 두드린다. 내일 루구후 가는 길이 큰 비로 길이 좋지 않아 루구후행 버스가 취소됐다고 한다. 안 그래도 평소 가격 80위안 보다 날씨가 안 좋아 200위안으로 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참았는데, 이건 정말 뭥미?
7~8시간 걸리던 거리를 다른 루트로 12시간 가도 가격이 오르는 희안한 구조. 덕분에 하루 더 체류하게 되어 이 곳에서 푹 쉬고 가면 될 것 같다. 내일은 반나절 정도 천천히 둘러보고 난 다음, 독서와 인터넷하며 보내야겠다.
2011. 7. 26. 01:46

우리네 인생에서 사랑에 대한 정의만큼 다채로운 것은 없지만, 이에 필적할 만한 것을 굳이 꼽는다면 여행(旅行)이 아닐까 싶다. 어느 누구 하나 이에 대해 정의를 내리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다. 게다가 우리가 일컫는 여행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이지만, 떠나는 자와 남는 자 모두 그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복기하는 것은 쉽사리 목도된다. 그만큼 여행이란 것의 삶에 대한 영향력만을 두고 보면 대단한 권력이 아닐 수 없다.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과도한 해석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 엄청난 권력은 때로는 우리의 삶을 뿌리 채 흔들기도 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타당성이 있는 얘기라 주장하고 싶다. 여하튼 이번 행로는 일면 보통의 여행의 목적에는 부합하지 않지만, 떠나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2011년 이백 네 번째 날 오후 6 24, 상하이 남역(上海南站)을 떠났다. 이제 두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다. 중국어를 좀 배운 사람들은 모두가 아는 잉워(硬卧: 2등 침대 칸, 매 두 칸에 3층침대로 된 개방형이다)에 몸을 싣고 있는 중이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정확히 13년 만이다. 그 동안 중국을 꽤나 오고 가면서도 어쩌다 단거리의 고속철도를 탄 적은 있지만, 일반 열차는 실로 오랜만이다. 처음 타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적당한 긴장감을 온 몸에 느끼고 있다. 상하이와 같은 대도시에 산 지도 이제 만 1년 째 접어든다. 대도시 중국 명문대에서의 생활과 한국유학생을 위해 충분히 갖춰진 생활조건 등은 내가 중국에 있음을 가끔 잊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다시 라오바이씽(老百姓:서민)의 삶에 그대로 노출된 듯한 느낌이다. 조금 전 기차에서 사 먹은 허판(盒饭:도시락<20위안-한화3,400원 상당>)이 어디로 들어갔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13년 동안 중국 열차문화에 커다란 변화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상하이 남역의 시설과 규모만 보자면 꽤 많은 변화가 있었음이 감지되지만, 열차 안의 분위기는 조금 더 위생적으로 바뀐 것 이외에는 커다란 변화가 없는 것 같다. 살짝 거짓말이지만, 13년 전의 나로 돌아간 기분이다.

현재 시각 저녁 8 31, 아직 어느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지 않아 아무도 내가 외국인이라는 걸 모른다. 옆 침대 칸의 아저씨들은 중국식 포커에 빠져 있고, 우리 칸 맨 아래 샤푸(下铺:上,中,下铺로 낮은 칸이 가장 가격이 비쌈. 예전에는 5위안 정도의 차이였는데, 지금은 각 10위안 이상 차이가 난다. 역시 큰 차이는 아님.) 내 침대는 중푸(中铺) 자리이지만, 두 시간이 넘는 동안 아직 침대로 올라가지 않고 통로의 간이의자에 앉아 있다. 여기서 저녁을 대충 때웠고, 잠시 밖으로 나가 담배도 두 세 가치를 태운 다음 컴퓨터를 켜서 이 글을 쓰는 중이다.


상하이에서 쿤밍
(
昆明)까지 도합 37시간의 여정이다. 이제 곧 세 번째 정착역인 항저우 남역에 도착할 것이고, 앞으로 스무 개의 역을 더 거쳐야 한다. 사실 고백하자면, 중국 여행자치고는 좀 부끄럽게도 이런 긴 여정은 처음이다. 13년 전 베이징-옌지 노선의 27시간은 정말이지 힘들었다. 이런 것을 감안하자면, 이 곳이 대국은 대국임을 인정해야 한다. 잘 모르는 한국 사람들은 37시간이란 얘기를 들으면 속으로 소리가 자연히 나온다. 그런데 십 몇 년을 중국을 지켜보며 살아온 나로서는 이제 조금은 이러한 시간 개념에 익숙해졌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서울-부산 간을 멀다고 하지만, 중국에만 오면 2~3시간은 그냥 가깝단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저 공간이 달라지는 것에서 오는 순응일 따름이다.


푸단에서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은 내가 윈난에 가서 방학을 보낼 것이라 했을 때 왜 비행기 타고 가지 않느냐고 했다
. 그냥 속으로는 돈 없으니까 그러지 이 녀석들아 했다. 그러면서도 평범한 중국 동학들보다는 더 윤택하게 산다는 점에서는 이중적이다. 내가 아무리 공부하러 가는 것이라 강조해도 다들 떠나는 것을 부러워하는 것은 다를 바 없다. 이제 저녁 9시가 넘어가고 있다. 지금은 초반이라 체력도 좋은 편이고, 방금 지나가는 음료수 차에서 맥주 한 캔과 생수 한 병도 구입해서 챙겨놓고 있는 중이다. 오늘 밤은 맥주도 홀짝이고, 넷북의 남은 배터리로 외장하드에 저장해 뒀던 영화 한 편 정도는 골라 보고 잘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다. 정작 문제는 오늘 밤을 보내고 난 내일 아침부터이다. 24시간을 더 견뎌야 할 텐데, 뾰족한 수가 없으면 두툼한 책 한 권 흔들흔들 하며 다 읽는 수 밖에……


옌지 가던 그 시절
, 열차에서 만난 조선족 여학생이 떠오른다. 언젠가 선쩐으로 직장을 옮겨 갔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그녀의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이번 여정에서는 어떤 인연들을 만나게 될 지 사뭇 기대된다. 중국어만 어느 정도 가능하다면 이것이 바로 중국여행의 묘미이다. 여행은 사람을 기대하게 만들고, 특별하게 만든다. 일상에서 이런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옆으로는 미쏀(过桥米线: 운남성 특산 면요리.)을 파는 차가 지나가고 있고, 그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다시 군침이 돈다.

 
속절없는 세월을 받아내며  K79 열차 안에서 각필함.

2011년 7
23일 밤

 


2011. 7. 17. 09:35
1. 방학동안 운남에서 지내기로 생각했었는데, 구체적인 계획도 세우고 실행에 옮기고 있는 중이다. 운남에 가는 이유는 경제적인 면에서 상해에서의 한 달 방세와 생활비를 감안하면 크게 가산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도 상해의 무더위를 견디면서 1년을 보내는 것은 여러모로 득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편도 3박4일의 이동경로만 고생하면 그런대로 시원하게 여름을 나면서 생각한 공부들도 좀 하고 올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이기도 하다. 아울러 공간이동으로 이제 1년 다 되어 가는 이 곳에서 생겨나는 권태도 좀 날려 보낼 수 있겠다는 판단이다. 마지막으로 8년 전 하루의 기억이 나를 다시 흡인할만큼 그 곳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자못 궁금하다.

따라서 돌아오는 22일 금요일에 계약만료되는 집을 빼서, 짐을 비어 있는 중국친구 기숙사에 몰아놓은 다음 근처 복단민박에서 하루 묵고 다음 날 바로 운남성으로 떠나는 계획이다. 


1) 여행 일정
※ 총 35박 36일(유스호스텔 31박- 리장 2박, 루구후 29박)

2011년 7월 23일(토) 오후 6시 24분 상하이 남역 출발
2011년 7월 25일(월) 오전 7시 26분 윈난 쿤밍역 도착(37시간 2분 소요)
2011년 7월 25일(월) 오전 10시 12분 쿤밍역 출발
2011년 7월 25일(월) 오후 6시 7분 리장 동역 도착(7시간 55분 소요) 후 1박(丽江 寻寻客栈:유스호스텔이 예약이 꽉 차서 급하게 찾은 다른 숙소, 성수기라 다소 비싸게 불렀는데 100위안으로 일단 합의함. )
숙소 안내: http://blog.naver.com/sineee/110093599274
2011년 7월 26일(화) 오전 8시경 리장 출발
2011년 7월 26일(화) 오후 3-4시경 루구후 도착(7-8시간 소요) 후 29박 30일 시작 (泸沽湖 老谢车马店:Luguhu, LAO SHAY Youth Hostel)
http://www.laoshay.com/hostel/lugu/lugu.html

※ 별다른 변동이 없는 이상, 이 숙박업소에서 계속 지냄

2011년 8월 24일(수) 오전 8시경 루구후 출발
2011년 8월 24일(수) 오후 3-4시경 리장 도착 후 1박 (7-8시간 소요)
위의 기재된 숙소가 마음에 들면 돌아올 때도 묵거나 (丽江 老谢车马店:Lijiang, LAO SHAY Youth Hostel)로 예약 예정.
2011년 8월 25일(목) 오전 8시 57분 리장 동역 출발
2011년 8월 25일(목) 오후 4시 31분 쿤밍역 도착 (7시간 34분 소요)
2011년 8월 25일(목) 오후 18시 31분 쿤밍역 출발
2011년 8월 27일(토) 오전 11시 57분 상하이 남역 도착 (41시간 26분 소요)
2011년 8월 28일(일) 전일 복단민박 숙박 후 오전 유학생 기숙사 1인실로 이사
2011년 9월 1일(목) 상해제2공업대학교 한국어과 계절학기 시작
2011년 9월 2일(금) 2012년도 1학기 등록

※ 쿤밍에서 상하이로 돌아올 때, 기차표 예매가 여의치 않을 경우 卧铺를 软卧로 변경하거나, 쿤밍-상하이 항공 편도노선 고려할 것임. 이렇게 되면 루구후 출발이 하루 이틀 늦어질 수 있음. 

2) 여행 경비
교통비: 1,475위안 (철도 4회 편도, 버스 2회 편도, 귀로시에 침대칸 변경 혹은 항공편 변경되면 300-600위안 가량 상향 조정됨)
숙박비: 1,764위안 (50위안 15박, 79위안 16박 기준, 유스호스텔 예약상황에 따라 매번 방배정 변경하나, 총예산에 가급적 맞춤)
생활비: 3,000위안(36일간, 일평균 83위안)

3) 루구후에서의 계획
오전, 오후에는 식사와 산보시간 제외하고는 독서와 논문 고민. 저녁에는 각지에서 온 유스호스텔 여객들과 한담 등을 하며 보냄. 식사는 현지 상황 봐가며 해결해 나감. 

4) 준비물
준비물은 별도 기재. 
   

2. 이사준비와 여행계획은 세워졌지만, 여전히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은 계속된다. 당장 제출해야 할 텀페이퍼에 대한 생각, 이 곳에서의 공부진척에 대한 고민, 논문에 대한 고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 경제적인 걱정 등이다. 다른 것들이야 나 혼자서 감내하면 될 문제이지만, 마지막 것은 혼자서 감수할 문제는 아니다. 이 곳에서 모든 경제조건을 다 해결해 나갈 수 없고, 다른 아르바이트를 더 찾는 것은 학업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발생한다. 공부 때문에 스스로 많은 것을 희생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근래 들어 공부 때문에 내가 많은 것을 희생시켜 온 주범이 아닌가란 생각이 내 폐부를 날카롭게 파고 든다. 언제나 해답은 최선을 다 하자는 공허한 해답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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