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보통 11시 조금 넘어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어제는 중간에 볼 일도 좀 있고, 온수기 새로 설치해준다고 시끄러워 다른 곳으로 도망가고 그러느라 하던 작업이 더뎌져 이제서야 목표량을 겨우 맞췄다. 이번 주까진 해야 하는 작업이 있어 논문에 집중을 못했지만, 다음 주부터 앞으로 석 달 정도는 확실히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정규유학으로 중국에 다시 온 지도 어느덧 2년 8개월이 되었다. 처음에는 적응한다고 중국친구들 사귄다고 바빴고, 그 다음에는 학점 따느라 바빴고, 또 다른 무언가에 빠지다 보니 벌써 이렇게 되었다. 지난 학기까지는 일면 참으로 고달프고 지루했는데, 이번 학기를 끝으로 귀국을 한다고 생각하니 하루하루가 아쉬우면서 즐겁기도 하다. 한국 다녀온 지도 한 달 반 정도 되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일들이 좀 뒤로 밀린 것 말고는 그런대로 괜찮다.
탁구도 일주일에 저녁 먹고 두 번씩 정기적으로 치고, 무료로 중국 본과생에게 한국어 과외도 하며 번역에 도움도 좀 받고 있다. 그리고 무리한 계획을 조정, 주말에 집안 일과 잡일을 모두 처리하도록 정리하니 생활이 많이 규칙적이 되었다. 물론 이게 얼마나 갈까 싶은 노파심은 늘 들지만, 꽤 오랜시간 망각하고 지냈던 열망들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좋다. 이런 거 진즉 깨달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번역에 논문에 한꺼번에 두 개를 다 해야 하니 오는 강박증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여튼 공부하는 맛이 살아나는 건 무척 반가운 일이다. 인터넷으로 뉴스보고, 정보 찾고 남들 살아가는 거 살피면서 참고도 하는 시간을 제하고, 하루에 6-8시간씩 순공부에만 몰두하는 건 좋은 일이다.
종전에는 연구자보다는 교육자로서의 삶에 더 관심이 많았는데, 요즘은 연구자로서의 삶에도 더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둘 다 잘하는 것이 매우 힘든 일이겠거니와, 아직 부족한 점들이 많아 가야 할 길이 멀다. 가다 보면 내가 잘 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겠지. 역시 공부는 몸으로 하는 것이 '진리'다. 근데 술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밖에 못 마시고, 이제 많이도 안 마시니 좀 괴롭고, 애청하는 드라마도 밀리니 짜증이 좀 나긴 한다. -.-; 에이. 모든 걸 만족시킬 순 없으니... 논문만 더 이상 막히고 밀리지 않는다면 내 모든 걸 양보하리.
아래는 요즘 유행하는 어플이라길래 지난 주말에 한 번 도전해봤다. 참고로 등장인물은 강소성 우시에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대학 1년후배의 딸내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