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27.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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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보선의 시집 한 권과 소설 한 권, 그리고 전공관련서 두 권을 인편을 통해 오늘 받았다. 저녁약속이 있어 나갔다 방금 들어와 가장 먼저 심보선의 시집을 펼쳤다. 새 책을 받아들 때면 늘 설렌다. 여기 있는 책이나 꼬박꼬박 다 읽으면 더 좋겠지만... 간단히 훑어보니 詩 두 편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내 현실의 역설을, 마음 한 켠의 적요를 잘 드러내기 때문이리라.
첫 줄
첫 줄을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써진다면
첫눈처럼 기쁠 것이다.
미래의 열광을 상상 임신한
둥근 침묵으로부터
첫 줄은 태어나리라.
연서의 첫 줄과
선언문의 첫 줄.
어떤 불로도 녹일 수 없는
얼음의 첫 줄.
그것이 써진다면
첫 아이처럼 기쁠 것이다.
그것이 써진다면
죽음의 반만 고심하리라.
나머지 반으로는
어떤 얼음으로도 식힐 수 없는
불의 화환을 엮으리라.
심보선, 『눈앞에 없는 사람』,(서울: 문학과지성사, 2011), p.62.
이 별의 일
너와의 이별은 도무지 이 별의 일이 아닌 것 같다.
멸망을 기다리고 있다.
그다음에 이별하자.
어디쯤 왔는가, 멸망이여.
심보선, 『눈앞에 없는 사람』,(서울: 문학과지성사, 2011), p.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