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604)
우리의 체온과 사색 (61)
성처리가 지은 詩 (23)
일상의 BGM (293)
復旦大學 生活과 工夫 (77)
上海의 外國 人民 이야기 (2)
주소없는 사서함 (0)
Diary (81)
Kommentar (27)
Idea Bank (2)
11년 루구후 독서여행 (8)
09년 전남여행 (3)
Coffee break (27)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2012. 6. 13. 04:53

1. 무엇을 먹어야 하나가 자취할 때보다 더 걱정인 유학생활이 계속되고 있다. 여름이 되면 늘 어머니가 해주시는 열무김치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쓱쓱 비벼먹는 열무비빔밥이 무척이나 땡긴다. 올해도 순식간에 두 번의 계절이 바뀌어 가만히 실내에만 있어도 덥다는 생각이 드는 계절에 서 있다. 산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수용 가능한 '정도(程度)'의 눈금에 있는 건 아닐까. 큰 폭의 수용범위 안에 있으면 삶에 대한 큰 불행이 없다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정확하지 못한 눈금으로 인한 소소한 불만과 따분함은 자연스레 터져 나온다. 기숙사 내에서 홀로 지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가끔 혼자 산책을 하거나 늦은 저녁 학교역사관 인근 잔디밭으로 조깅을 가기도 하지만, 정말 가물기 그지 없다. 답답함에 1층 매점에 가서 음료수를 산다던가, 그 음료수를 들고 남측 혹은 북측 출입구에 가서 담배를 피우며 오가는 유학생들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랄까.) 이제 수업도 나가지 않으니 더욱 그렇다. 성격상 아는 사람 많아도 정작 친한 사람은 별로 없어 먼저 약속을 잡는 경우도 흔치 않다. 다만 잡히는 약속은 거절하지 않는 편이니 가끔 그렇게 조금 아는 사람들과 밥을 먹거나 별다른 내밀함이 느껴지지 않는 수다를 떨고 오는 정도이다. 그나마 6, 7월에는 한국에서 오랜 인연이나  손님들이 있어 이 곳에서 해갈할 수 없는 부분을 약간이나마 덜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2. 아울러 논문집필과 관련한 스트레스는 점차 커지고 있다. 진도는 계속 지지부진하고 지도교수에게 어줍잖게 해 놓은 큰소리가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21일 넘어서는 이종민 선생님이 학생들 인솔하러 올 겸 상해대 왕샤오밍과 스터디 한다고 해서 한 일주일 가까이 술만 마시며 보낼 것 같아, 이번 달은 부득이 열흘 정도 밖에 시간이 없게 되었다. 그동안 예전에 해뒀던 것에서 좀 더 진전이 있어야 하는데... 정말 에휴~이다.



3. 아주 멀리 살면서 가까이 살고, 가까이 살면서 멀리 사는 그가 있다. 매우 직접적으로 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사실 내 일이 바빠 길게 혹은 자주 그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단편적으로 혹은 편린처럼 생각하고는 한다. 쉽게 말해서 우리 관계는 불편하다. 일차적 동기는 명백히 내가 부여했지만, 이차적 동기는 책임의 소재가 불분명하다. 관점에 따라 여전히 나에게서 발생하는 것이기도 하고, 그에게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사실 책임소재의 대상이 누구인지는 매우 부차적인 문제다. 현재에 있어서 단언하기는 참 어려운 문제인데 나는 그에게 조금씩 나의 욕심을 버려 나가고 있는 중이다. (정말인지는 나도 가끔 헷갈릴 때가 있지만...) 가장 큰 나의 고민은 그가 나를 마주칠 때마다 '불편해 한다는 사실'에 있다. 실로 나는 그런 상황을 바라지는 않았다. 그도 그랬을 것이다. 그렇다고 현 시점에서 "너 왜 그렇게 불편해 하는거니?"라고 물을 수도 없는 상황이고, 그저 내가 알아서 추측하고 헤아려 행동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처음에는 이런 것들이 답답하기 그지 없었는데, 그리고 그 사람의 입장에 서서 사고한다는 것이 참 어려웠는데 요즘은 이해가 된다. 난 그가 아니라서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나에 대한 '미안함' 혹은 그 어떤 무엇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어쩌면 더 복합적인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내가 그가 아닌 이상은, 내 수준과 단위에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수 밖엔 없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내 이런 노력들이 그를 더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리적이지 않다고 해서 폭력이 아니라고 얘기할 수는 없기에 말이다. 그에게 얼마 전 이메일로 이렇게 토로한 적이 있었다. '사실은 내 자신에게 화가 나는 것이라고...' 그가 내가 보낸 이메일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는 몰라도 진심이었다. 그 친구는 내가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내가 타고 가는 자전거 뒤에서 천천히 배회하며 내가 먼저 어서 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본 것이 수 차례다. 이런 장면이 반복될 때마다 점차 내 자신에 대한 불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 조차도 내가 감싸 안았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든다. 그것은 그 어떤 것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정지'해 있는 것.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인지 쯤은 사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종종 '헛발질'을 하는 것일까. 최근의 쓴 이메일에서는 "불편한데 불편해 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일종의 강요일 수 도 있겠으니, 마음 가는대로 하라"고 내 발언을 수정하기도 했었다.  난 당초 그에게 했던 원론적인 이야기 가운데 하나인 "이제 많은 것을 가슴에 묻고, 오롯이 현실 속에 우리를 맡기겠다."고 했던 것에 얼마나 충실했던가. 무거운 진심만이 능사는 아니다. 가볍고 헤퍼보여도, 혹은 더없이 조악할지는 몰라도 그게 지금으로서 가야 할 길이라면...   

요즘 읽거나 예정인 책들
예스24 | 애드온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