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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 22. 07:18
수요일 저녁 수업을 다녀온 이후 기숙사에서 만난 한국 친구들과 자정이 넘은 시간에 잠시 나가 술 한잔 마시고, 어제 점심에도 동일한 친구들과 삼겹살을 먹으로 다녀온 이후 내내 방에서 처박혀 있다. 다음 주에 지도교수에게 레퍼런스를 보내려면 준비를 좀 해야 하는데 계속 맴도는 생각들 때문에 그냥 잉여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가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스스로를 감옥형에 처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걷는 일도 거의 없으며, 눕거나 책상에 앉아 그저 소일거리를 찾아 하릴없이 그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지치면 오래 잔다. 그리고 다시 반복. 아마도 월, 수요일에 아르바이트와 수업이 없었다면 몇 날 몇 일이고 이렇게 보낼지도 모른다. 어제는 집에 전화를 해서 어머니의 아픈 다리에 대한 안부를 물었고, 앞으로의 내 계획에 대해 잠시 누설을 했다. 부모님은 언제나 자식 걱정 뿐이란 것과 난 내 생각에 갇혀 있을 뿐이라는 것을 재차 확인하고는, 고등학교 친구들 가운데 한 명에게 잇달아 전화를 했다. 회식중에 술을 마시다 나온 듯 싶었는데 술이 이미 살짝 들어간 듯했다. 루구후에서 연락을 하고는 연락이 없어 죽은 줄 알았단다. 서로의 삶이 끈질기게 숨이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이내 안부를 물었다. 내 졸업 이후의 이야기 조금과 지금 내가 가진 생각을 토해냈다. 평소에도 고등학교 친구들은 이쪽 분야의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일단 내 얘기가 화제에 오르면 빨리 졸업해서 교수되어야지 한다. 어제도 내 근황을 좀 언급했더니 다시 똑같은 얘기다. 물론 내가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게 전화기 너머로 느껴진다. 그건 현재 친구가 갖지 못한 현재와 미래에 대한 투영이기도 하다. 그 친구도 같이 어울리는 11명의 고등학교 친구들 가운데 결혼을 하지 못한 3인 가운데 하나이다. 나 역시 그 중 하나이고. 그래서 이내 화살을 그 친구에게 돌렸다. 요즘 만나는 여자가 있다고 하는데 그 나이 정도면 대출없이 전셋집 하나 쯤은 마련 해놓았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 시대 평범한 여성이라 한다. 친구는 만남을 지속하고는 있지만 답답하다고 한다. "그럴거면 때려쳐, 뭐 하러 만나냐?"라고 말했지만 부질없는 소리다. 여튼 우리 고등학교 출신 3인방은 독신주의자도 아니면서 독신주의자로 몰리는 길에서 계속 엉덩이를 차이며 뒤뚱뒤뚱 걷고 있다. 주말에 심심하면 070으로 전화나 때리란 말을 하고는 끊었다. 한편, 기숙사로 들어오면서 알게 된 한국사람들의 수는 많이 늘었는데 정작 대화할 사람이 없다. 그들도 마찬가지일테지만. 이럴 때는 중국친구들이나 다른 외국유학생들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말도 하기 싫어지기 때문이다. 어제 새벽에는 혼자 맥주 세 병을 빨리 마시고 급히 잠들었다. 긴 잠에서 깨어난 오늘 초저녁에는 좀 움직여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어 한국인 후배 한 명에게 문자를 틱하고 보냈다. 밥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好的。呵呵。”란 말로 답장을 하고 말았다. 또 밥 한번 먹어야지 줄곧 말해왔던 다른 전공의 학생에게 메신저로 말을 걸어보니 그네도 바쁜 듯 싶다. 누군가를 만나려는 계획은 이내 수포로 돌아갔다. 이렇듯 정작 누군가 필요할 때 만날 사람도 없는데, 졸업을 앞둔 박사선배는 내가 엄청난 인기남인 줄 착각하고 계시다. 나 정도 나이와 외모, 성격이면 마음만 고쳐 먹으면 어느 처자와도 시작할 수 있다고 여기신다. 서로에 대한 접근을 의식적으로 차단하지만 쉽게 외로움을 타는 유학생활 특성상 어렵지 않단다. 또 유학생사회의 비좁음으로 인한 소문확산을 두려워해서는 안되고, 여기 있을 때 누군가 만들어 두지 않으면 자기 짝 난다고 술을 같이 마실 때마다 감정이입을 시키고는 한다. 마흔 넘은 노총각 선배의 허술하게 흘릴 수 없는 조언이다. 허나 지금은 연애도 별로 흥이 나지 않는 대목이라는 게 문제다. 이 대목이 해묵은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해결책은 언제나 간단하다. 내 마음을 돌려먹으면 그 뿐이고, 적절한 것을 취하면 된다. 회피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이 모든 잉여의 시간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시간들은 독특한 내 오래된 해소 방법이기도 하다. 핀치로 스스로를 코너로 몰았다가 다시 링 안으로 자발적으로 돌려보내는 잉여의 게임. 머릿 속으로는 오늘은 좀 움직이기도 하고, 밀린 일들도 해야겠다 하지만 어떨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포스팅을 어제부터 하고 싶었는데 나의 게으름이란 정말이지 대단하다. 랭킹을 만든다면 박사과정 중에 절정의 반열에 능히 오를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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