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604)
우리의 체온과 사색 (61)
성처리가 지은 詩 (23)
일상의 BGM (293)
復旦大學 生活과 工夫 (77)
上海의 外國 人民 이야기 (2)
주소없는 사서함 (0)
Diary (81)
Kommentar (27)
Idea Bank (2)
11년 루구후 독서여행 (8)
09년 전남여행 (3)
Coffee break (27)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2011. 6. 2. 01:24

1. 지난 주가 어머니 칠순이셨다. 한 명은 호주에, 한 명은 중국에, 한 명은 서울에 있지만 부모님에게 딸린 자식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외가친지들끼리 모여 간단하게 식사하고 끝마쳤다는 부모님의 전언을 간단히 들었다. 마침 여기 일정에 잠시 숨을 돌리던 참이라 그랬는지 마음이 내내 편치는 않았다. 가족을 생각하면 해서는 안되는 공부였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철저하게 가족의 울타리 속에서만큼은 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수가 없다. 그럼에도 자주 가족을 잊으려고 한다. 이런 점에서는 난 매우 이기적이다. 다른 형태의 도피라 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효도란 미덕도 요원한 편이다. 그나마 가장 빠른 것이 3년 안의 학위 취득이겠고, 다음은 결혼과 손주를 안겨드리는 것 정도인데 두 번째와 세 번째는 현재의 시점에서는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부모와 나의 관계가 참으로 일방적이라 깨달은 이후로는 난 그 일방성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기도 했다. 결국 그 일방성에 대한 그 어떤 답도 난 현실에서 부모에게 할 수 없을 것이다.
 

2. 좀 지난 이야기지만, 여기에서는 '고급한어'라는 과목에서 복단대 재학중인 같은 학번의 모든 박사 유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 석사는 이보다 훨씬 많은 숫자일테지만, 내가 입학한 해의 한국인 박사생은 모두 14명이다. 그 중 올해 서른이 된 중문과 친구가 한 학기를 마친 지난 겨울 뇌수막염에 걸려 한국에 귀국한 바가 있었다. 후유증으로는 어느 시기 이후의 기억을 잃어 중국어까지 잃었다는 후문을 겨울방학에 들은 바 있다. 그 친구 얘기를 9개월이 지나는 동안 몇 번 들은 적이 있었는데, 대체로 그네를 하나의 신화로 조작되는 것과 관련되었다. 유학생 기숙사의 석사생들 사이에서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굉장히 똑똑하다", "천재이다."라는 것에서 병을 앓고 귀국을 한 이후에는 "아.역시나..." 범인과는 다르다는 뭐 이런 감탄사 등이다. 난 그 친구와 딱 세 번 여럿이서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마주친 정도에 불과하다. 내 경우 사람을 잘 못알아보는 것인지는 몰라도 그에 대해 남들과 다르다는 인상을 받지는 못했고, 그저 열심히 공부는 하는 것 같다란 인상을 받기는 했었다. 내가 좀 못내 마음에 걸렸던 것은 그는 사라지고, 이미지만 남았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좁은 유학생 사회의 쓸데 없는 입담과 고독, 한국 여성동지들의 수다에서 비롯된 조작된 동의라 본다. 일상의 변화가 없으니 무엇인가 필요했었는데, 그가 하나의 희생양이 된 셈이다. 역으로 그와 교류했던 일본 아줌마 박사가 귀국한 지 4~5달이 지난 사람과 메일 교환을 통해 최근 소식을 오늘 전해왔다. 오히려 이런 경우에는 외국인 친구가 좀 더 순수한 것이다. 물론 발병 후 귀국과정에서 한국유학생회나 주변 지인들이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다만 그네의 공부에 대한 애정, 발병에 따른 귀국에 대한 애석함은 뒤로 밀린 채 이 곳의 한국인들 대다수는 변죽만 울린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이다. 한국인 사회의 정서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이해되기도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본질이 호도되는 것을 보면 어이가 없다. 그렇게도 피해 다니다가도 어쩌다 기회가 되어 만났다 하면 외로움의 정서를 쏟아 내려는 재중유학생의 자화상이다. 


3. 강의 나가는 2공업대학은 2주 정도 있으면 학기를 끝내고, 복단대는 4주가 있어야 학기가 끝난다. 물론 뒤에 텀페이퍼 몇 개 내야 하기도 하지만... 논문 주제도 곧 확정해야 하는데 아직 학기 중이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몇 가지 생각의 물꼬를 트다 학기가 바빠 그냥 방기하고 있는데, 곧 지도교수의 따뜻한 채근(?)이 이어질 것 같다. 다음 학기에는 이른바 '카이티'라 불리우는 학위논문 프리젠테이션이 있고, 4학기에는 종합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은 꽤나 들은 편이지만, 3, 4학기에 각 한 과목씩 석사 비동일전공 보충과목을 들어야 하고, 박사과정에서 전공 3학점 한 과목도 들어야 한다. 이번 달은 쉽지 않은 일본어와의 일전으로 신체가 고뇌할 것 같다. 국제관계학 전공이 아닌, 다국어 전공으로서의 한 학기에도 다행히 석양이 지고 있다.
요즘 읽거나 예정인 책들
예스24 | 애드온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