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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4. 6. 02:10

토요일 이후 지독히도 누워 있었던 관계로 이제는 출타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내일이 기다려지는 한편, 기다려지지 않는다. 네 시간 가량은 책을 읽었고, 영화를 이십 여 분 보다 말았다. 빨래를 개었고, 세탁한 운동화의 끈을 매었다. 내일의 끈을 매기 위함은 아니었고, 단순한 가사의 사소함이었다. 냉동실에 얼려 두었던 밥을 전자렌지에 돌려 두 끼니를 먹었는데, 침대에 앉아 김치찌게와 어묵볶음을 차례로 먹으면서 렌지에 돌린 밥알의 일부가 굳어 버리는 현상에 궁금증이 일었으나 더 이상의 추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좀 쉬었다는 결과로 밀린 일에 대한 적지 않은 압력을 스스로에게 주고 받고 있다. 아프던 다리에 파스를 두 번 붙였다가 떼었는데 오히려 가려움증 때문에 지금은 벌겋게 일어난 상태이다. 어쩔까 고민을 하다 걷지 않으니 통증이 사라져 다시 일 주일 정도 경과를 보기로 했다.

담배를 한 대 물어 피웠다. 그제부터 삼분의 일 정도 흡연량을 줄였다. 담배 몇 대 줄이는 것도 은근히 금연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냥 이미지에 불과한 것이지만,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 더 흡연하고 싶다는 자가최면이다. 현관 밖에 나가 담배를 피우게 되면 1층 현관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종종 목도하게 된다. 젊은 남녀인데 옷차림이나 얼굴의 생김새 등을 보고는 중국 사람일까 한국 사람일까 의미없는 유추 놀이를 하였다. 결론음 금세 나기 마련이지만, 담배를 피우는 짧은 시간 동안에 내가 곧잘 하는 놀이가 되었음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순간 공간적 혼동이 다시금 나를 흔들어 깨운다. 집안이라는 아주 작은 공간이라던가 학교라는 단층적 공간에 있을 적에는 나의 공간의식은 비교적 선명한 편이다. 그런데 간혹 이 밖의 공간에 있을 때 가끔 이 곳이 어디인가 하는 혼란이 발생하고는 한다. 며칠 전 3호선 지하철 역에 오래된 일본 친구를 바래다 주고 그 밑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우적우적 입 안에 넣던 그 시각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고, 또 그 전에도 몇 차례 이런 경험들이 있었다. 과연 공간적인 문제일까. 아니면 어느 미묘한 시간적 교차가 만들어 내는 환상인지도 모르겠다.

은희경의 『새의 선물』을 보면 이런 문장이 나온다. "삶도 그런 것이다. 어이없고 하찮은 우연이 삶을 이끌어간다. 그러니 뜻을 캐내려고 애쓰지 마라. 삶은 농담인 것이다."(405쪽.) 이 표현에 꽤나 공감을 표했지만, 오늘은 그러기 싫다. 난 오늘을 우연도 미필적 고의도 아닌 필연적인 생활을 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냉소적인 사람은 삶에 성실하다. 삶에 집착하는 사람일수록 언제나 자기 삶에 불평을 품으며 불성실하다."(251쪽)란 문장에도 반박을 하고 싶다. 삶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목에 가득 힘을 주며 살아가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란 생각에 이르자 내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내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다시 머리를 쳐든다. '왜'라는 것, '무엇 때문에', '설명을 하는 이유' 에 대한 모든 것들이 사실 현실적 결과를 위해서이다. 삶이 이렇게 현실적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 살아야 하는 것인가란 의문이 들자 나오는 얕은 한숨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때로는 심상한 하루가 심상치 않은 모든 것을 생산하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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