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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2. 15. 00:50

'가을, 잠시 빛났던 30대 고백'은 아래의 시 네 편의 제목을 조합한 것이다. 근래 시크릿가든이란 드라마를 보니 작가가 이와같은 작법으로 여러 소설집과 시집의 제목들을 모아 조금은 감성적인 글을 만들어 낸 것이 장안의 화제(?)라고 한단다. 글쎄, 내 생각에는 반댈세~라고 말하고 싶지만은 시크릿가든을 옹호하는 수많은 여성동지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싶지는 않다.

알바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시집을 뒤적거리다 문득 이 생각에 이르자 기존에 알고 있던 시 가운데 세 편을 골라내고 마침 가지고 있던 시집 가운데 하나의 제목을 조합하니 상기와 같은 문장이 만들어진다. 뭐 자료들과 약간의 감수성 정도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조합해 낼 수 있는 형태이다. 뭐 이런 조합방법에 대한 주절주절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뭐랄까. 일련의 갈피들이 결국 사람 사이의 '사랑'이란 단어로 귀결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칼끝을 내 자신에게 돌려 복기한다. 시들의 내용을 다시 더듬고 나니 더 알 수 없게 되어버린 사랑. 30대에 접어 들어 했던 사랑의 대상에 대한 그리움에는 얼만큼의 진정성을 띠고 있었을까. 나이에 쫓겨 혹은 외로움에 쫒기듯 고의적으로 찾았던 사랑은 아니었는지. 쉬임없이 흘러가는 하루의 무료함 속에 단지 '달콤함'으로 포장된 사랑이란 허상이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한 때는 사랑에 대해 이론적으로나 실천적 측면에 있어 무지막지한 자신감(?)을 보유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 지금 여러 단편들을 꺼내어 재차 꿰맞추어 보고 나니 자신감의 상실 정도가 아니라 내가 이제 진정성을 가진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조차 의심스러워진다. 삼십대의 사랑이 아니, 머리가 굵어지고 하는 사랑이 대개 그런 것임을 머리로는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아직은 가슴은 받아들일 수 없다. 몸은 형편없이 낡아 버렸지만, 아직 한 가닥 청춘만은 남아 있다는 믿지못할 믿음의 발로 때문이다.

아직은 그리움의 전깃줄에 감전된 나를 원한다. 중층적 이미지로 승화된 완전한 시크릿가든식 사랑이 아니라 어리숙하지만 신열에 들뜬 사랑을. 무모한 감전을 꿈꾼다.


1. 가을

         -함민복-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2. 잠시 빛났던

              - 최승자-


(잠시 빛났던 어느 외재적 불빛

아스라하다)


쉬임없이 하루하루가 흘러간다

詩도 담배도 맛이 없다

세월아 하 짧아

詩 한 편, 담배 한 대에

한 인생이 흘러간다


(공허여, 허공이여)


3. 삼십대

        -심보선-


나 다 자랐다, 삼십대, 청춘은 껌처럼 씹고 버렸다. 가끔 눈물이 흘렀으나 그것을 기적이라 믿지 않았다.

다만 깜짝 놀라 친구들에게 전화질이나 해댈 뿐, 뭐 하고 사니, 산책은 나의 종교, 하품은 나의 기도문,

귀의할 곳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 공원에 나가 사진도 찍고 김밥도 먹었다, 평화로웠으나, 삼십대,

평화가 그리 믿을 만한 것이겠나, 비행운에 할퀴운 하늘이 순식간에 아무는 것을 잔디밭에 누워 바라보았다,

내 속 어딘가에 고여 있는 하얀 피, 꿈속에, 니가 나타났다, 다음 날 꿈에도, 같은 자리에 니가 서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너랑 닮은 새였다(제발 날아가지 마), 삼십대, 다 자랐는데 왜 사나, 사랑은 여전히 오는가,

여전히 아픈가, 여전히 신열에 몸 들뜨나, 산책에서 돌아오면 이 텅 빈 방, 누군가 잠시 들러 침만 뱉고 떠나도,

한 계절 따뜻하리, 음악을 고르고, 차를 끓이고, 책장을 넘기고, 화분에 물을 주고, 이것을 아늑한 휴일이라 부른다면,

뭐, 그렇다 치자, 창밖, 가을비 내린다, 삼십대, 나 흐르는 빗물 오래오래 바라보며, 사는 둥, 마는 둥, 살아간다

 

4. 고백

      -고정희-


너에게로 가는

그리움의 전깃줄에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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