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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7. 4. 04:28

곧 세차게 내릴 것 같은 날씨임에도 장마기간은 그답지 못하고 소강상태에 있다. '기후변화'라는 말이 한창 각광을 받는 중이다. 알 수 없는 것이 날씨라고 하지만, 그동안 인간들의 꽤나 오랜 관찰 속에서 기후는 결국 일정한 법칙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목하 심각한 변환의 상황에 처해 있지만, 사람 마음처럼 그 파고의 고저가 심할까 싶다.

만 하루 넘게 심하게 너울치던 내 마음도 일시 소강상태에 접어 들었다. 가족과 내 일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는 주위의 관심 때문이다. 한없이 벼랑 밑으로 내던져진 기분도 별다른 말없이 식사를 챙겨주는 어머니와 몇 통의 전화를 통해 날 위무해 주었던 인생 선후배들의 몇 마디 덕에 한결 나아졌다.

인간이란 본디 고독한 존재임을 다시금 상기한다면 이는 물론 거짓으로 점철된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역할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정보다 다소 이른 목요일 오전에 중국 상해 복단대학으로부터 정식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3분의 1의 성공이란 말 밖에 할 수 없지만, 유학생활에 필수적인 학비, 거주비, 생활비 가운데 학비를 면제해 주겠다는 자그마한 문구는 불안 반, 희망 반의 하루를 보내게 해주었다. 다음 날 오후 늦게, 한국정부 국비유학생 합격자 발표가 있었던 탓이다. 허둥지둥 면접을 보고 난 직후에는 솔직히 많은 기대를 품었다. 그런 다음 짧지 않은 대기기간동안 점차 깊은 불안감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었지만 말이다. '탈락!' 기대가 컸던 만큼 상처도 급속도로 밀려 들었다.

자조 섞인, 그리고 애달픈 하루 반을 보냈다. 이 시각에 얼마의 사람들이 기쁜 일이 있었겠고, 얼마의 사람들은 또 좌절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사실 거짓말이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못했고, 온전히 나 하나를 간수하지 못했다. 마치 침 흘리는 어린아이의 해맑은 미소와 같았다면 혹시 모를 일이다. 허나 그런 것을 기대하기에는 내 자존이 참으로 영글지 못했다. 무참하고, 여러 가지 기시감에 시달렸다.

몇 단계를 거쳐 이내 소강상태. 이런 소강상태 끝에 잠시나마의 휴식기간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제 내가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을 하고 보니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좀 더 독립적인 여건을 조성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스스로의 원망이 다시 치솟는다. 그러나 거기 까지다.  또 내가 좀 더 잘 준비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자책으로 이어진다.

주위를 둘러본다. 결국 사람의 삶이란 것이 별다른 것이 있을까 싶다. 이제 30 후반을 바라보는 나이라 한다 해도 넘어지고 깨지는 일은 허다하다. 나로 인해 상처받고, 타인에 의해 더 깊어지고 치유받음을 반복한다. 꽤나 인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순 없다. 늘 착각하고 지내는 것에 불과하니까.

번민의 터널에 다시 진입하든, 혹은 소강상태가 한동안 지속된다 해도 마찬가지이다. 난 곧 하나의 선택을 하게 될 것이고, 그 길을 갈 것이다. 그 와중에 잠시 돌아갈 수도 있고, 많이 번거롭더라도 헤쳐 나갈 수도 있다. 언제나 결정적인 것은 '내가 걷던 길'에 대한 후회와 기쁨 뿐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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