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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8. 25. 13:20

내가 사는 건물에 유기견이란 새로운 식구가 들어온 지 열흘 정도 되었다. 지난 주 수요일 무렵 집에 올라가려고 대문을 들어서는 순간 102호 창문 쪽 빈 공간에 강아지 한 마리가 이리저리 경계의 눈빛을 날리면서 우리의 만남은 시작된 것이다. 처음엔 저 녀석이 어디서 왔을까 하는 호기심에 말 좀 걸어보려고 다가갔지만 사람의 접근을 피하며 도망다니는 모습을 보며 서로 알지 못함에서 오는 호기심보다는 얄팍한 관계의 시작에서 오는 아린 마음이 더 물씬 느껴졌던 까닭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 날부터 나와 강아지의 엷은 관계의 근육을 키우기 위한 나의 노력이 시작되었다. 한 3~4일간은 천하장사 쏘세지 등을 사서 먹기 좋게 잘게 썰어주며 잘 보이려고 노력했고, 치킨을 시켜 먹었을 때도 고기를 잘게 찢어 주고는 했지만 이 녀석은 도통 마음을 주려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 것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었다면 난 아마도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다행인 것은 나 말고도 다른 층 사람들도 신경을 써주고 부동산 아주머니도 수시로 오가며 사료도 넣어주고 했던 탓인지 일주일이 지나면서 요 녀석의 태도는 약간씩 친근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 3일 전부터는 아침저녁으로 내가 드나들 때 여전히 내빼기 일쑤이지만 좀 거리를 유지한다면 먼저 달라드는 것이다. 그러다 다시 돌아서면 영락없이 줄행랑을 놓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막다른 곳에서는 이제 쓰다듬을 허용하기까지 하는 관대함을 보여준다.


그래서 오늘은 낮에 출장준비를 위해 사무실에 나가기 전에 우리 건물을 관리하는 부동산에 들러 다른 층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모두 동의한다면 내가 한 번 주사도 맞히고 미용도 시켜보겠다는 말을 하고는 사무실에서 워드 한 장을 작성해 밤에 돌아와 101호부터 301호까지 다섯 집의 문 앞에 A4 한 장씩 붙여두곤 들어왔다. 즉 유기견에 대한 사연과 공동으로 키우는 것에 동의한다면 연락처로 문자를 보내주십사 하는 내용인 셈이다.


사실 어렸을 때 집을 나간 녀석 이후로 강아지를 제대로 키워본 적도 없어 강아지와의 관계쌓기에 무지할 정도인데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또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특히나 유기견의 경우 아껴줄 수 없다면 애초에 키우지 않는게 좋다고 하던데 말이다. 아침에 나가 저녁 늦게나 돌아오는 편인데 다른 학생 등이 같이 잘 돌봐주겠다고 동의해주었으면 더할나위없이 좋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건강을 되찾게 하고 예쁘게 만들어서 가끔 학교에 가서 산책도 같이 할까 한다.      


이제 날이 밝으면 근래 SBS미니시리즈 온에어에서 한참 보여주고 있는 대만으로 일주일간 출장을 다녀올 예정이다. 이번에는 타이베이 뿐만 아니라 타이중의 근방 난터우까지 여정에 잡혔다. 좀 피곤함이 예상되긴 하지만 새로운 곳에 가 본다는 것, 그리고 고 녀석이 잘 지내고 있을까 하는 아릿한 그리움으로 피곤함을 좀 달래보려 한다.


※ 휴대폰으로 찍은 그 녀석의 사진을 좀 올려볼까 하다 sky드라이버 설치가 말썽을 부려 30분 넘게 헤매다 포기한다. -_-; 시간날 때 다시 도전하리라.

요즘 읽거나 예정인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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