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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8. 25. 05:39

 **님.
메일 꼬리에 살짝 달아놓으셨길래
뭔가해서 들어왔다가 히히 웃고 가요_
휴.
막 어렵고.
특히 저같이 쉽게쉽게 웃으며 살고싶은 사람한텐. 정말 어려워요. 진짜.
맘껏 질책하셔도 돼요_ :D

출처: http://oktimes.cafe24.com/ 방명록에서.


얼마 전 선배 홈피에 마실을 갔다가 위의 방명록 글을 보았다. 몇 일이 흐르는 동안 최근의 내 심리적 상황과 맞물린 탓인지 이 글귀가 뇌리에서 내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출처의 선배와 금요일 저녁 콜로키움 첫모임의 연회 마지막3차에 새롭게 재발견하게 된 소중한 동네 실내포장마차(모든 안주 5,000원, 서비스 안주 당근, 계란말이, 국물)에서 이 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 방명록 글을 보고 정말로 퍼니하게 사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인데... 왜 언젠가부터 이렇게 재미있지 못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마음으로 인지하게 되었다. 내 삶이 얼마나 고리타분하고 어렵게 되버렸는지에 대해... 나도 저렇게 쉽게쉽게 웃으며 살았던 시절이 분명 존재했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점차 그런 경계에서 멀어지더니만 이제는 그 곳은 머나 먼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본다. '살면서 누군가의 마음을 은결들게 한 탓일까.', '아니면 세상의 좀 더 복잡하게 얽힌 속내를 들여다보기 시작했기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넓게 보려하는 것이 결국 벗겨보니 강요와 폭력으로 얼룩진 가식에 불과하다는 것이 쪽팔려서였을까.' 그러나 사연은 많고 해답은 없다.

 

진심을 가지고 삶을 대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진심이란 것도 때로는 아무 것에도 쓸 데 없는 것임을 알겠다. 그리고 그 역시 나를 보호하기 위한 알량한 무기로 둔갑하기도 한다. '너'를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 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지금의 이 무료하고 재미없음은 그 노력하지 않음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아무리 가리려 해도 얄팍한 내 자신은 가릴 수 없기 때문에...

 

모종의 자기합리화란 것을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이제 지난 날을 잡을 수도 또 회귀할 수도 없다면 과거의 그 날의 즐거움들을 간직하면서 이 고리타분함 역시 상존시킬 수는 없을까. 그것은 기실 요원한 일은 아닐 듯 싶다. 다만 누군가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하릴없이 내 자신의 사랑만을 채색하는 모순적인 짓 따위만 범하지 않는다면야...

 

올해도 아련하게 짧게 피어나는 봄을 알리는 비가 내리지만 겨우내 켜켜이 쌓인 내 마음의 먼지는 쓸어가지 않는다. 나에게 새푸른 초록을 관조하고 훈풍을 쐬며 이 봄을 누릴 자격은 그 먼지를 스스로 털어내지 않고서는 오지 않을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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