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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 12. 04:09

2009년 1월 11일 밤 9시 29분, 옥수역 플랫폼으로 국수행 열차가 들어온다. 나는 대전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다. 2월이면 곧 홍콩 링난대학으로 안식년을 가는 스승의 얼굴을 볼 겸 해서 다녀온 것이었다. 지난 밤 마신 폭탄주 다섯 잔의 기운이 남아 있어 그다지 좋지 못한 몸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어제보다 더 차디 찬 날씨는 오히려 온몸에 송곳같은 긴장감을 준다. 따뜻한 열차 안으로 들어가 빈자리를 찾아 앉고서는 MP3를 켜고 음악을 들으며, 평소와 같이 주위를 살펴본다. 앞에 여행용가방을 끌고 들어와 서 있는 처자들은 나처럼 고향에 다녀오는 길인가 보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 폴더를 열었다. 그러고보니 1월 11일, 새해가 밝은지도 열흘하고도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MP3의 볼륨을 조금 높이고 1월 11일이란 단순한 숫자로부터 기인한 잡다한 생각에 잠긴다.

아마도 2년 전부터는 새해계획을 구체적으로 어딘가에 기입을 해 가며 세우지 않았던 듯 싶다. 아무리 계획을 세워봐야 낭비되는 잉크와 A4용지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올해는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 당장 다음 학기 강의계획서를 전폭적으로 수정해야 하고, 최근 몇 년간 가장 관심을 가져왔던 일의 기간이 두어 달밖에 남지 않아 그와 관련된 준비와 부가적인 일들을 처리하려면 여러 선생님들도 만나야 하고 관련서류도 준비해야 한다. 회사도 이제 청산작업에 들어가 종합보고서에서 맡은 보고서 한 꼭지도 슬슬 준비해야 한다. 읽기 위해 사두었던 책들이 책장에서 먼지만 켜켜이 쌓여간다는 대목에 이르자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러면서 마음은 바쁜데 시간적 안배는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몸의 게으름만 자책하고는 이내 다음 생각으로 넘어간다. 봄이 오는 학창시절(?)의 마지막 학기에는 형편상 한 과목 이외에는 제대로 수강할 수 없는 터라 두 과목을 처리해야 하는 문제도 역시 잘 처리될 수 있을까도 걱정이다. 그리고 집에 가면 밀린 빨래와 청소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고 있다. 이럴 때면 이런저런 마음에 담아둔 내 계획들을 털어놓으면 다정하게 들어 줄 여자친구도 절실히 필요하다. 다시 부질없다는 생각이 고개를 쳐 든다. 이래저래 떠오르는 해야 할 많은 일들 때문에 마음의 데시벨은 점차 커져만 간다. 


조안나 왕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이어폰 바깥으로 열차는 이미 회기역에 들어서고 있다는 안내가 나오고 있다. 이제 내려서 환승해야 한다. 가까운 서울역을 두고 강남터미널에서 오는 까닭은 순전히 집에서 대전역보다 유성금호고속이 가깝다는 이유이다. 한 정거장만 더 가면 되는데 이럴 때면 늘 버스를 타고 오지 말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역시 나는 잡다한 생각의 대마왕이란 생각을 뒤로 하고 오늘은 전철이 아니라 두 정거장에 불과한 버스를 타기 위해 역사 밖으로 나선다. 다시 칼같은 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목도리는 바람에 들날린다. '겁내 춥네'라는 고향 말이 조곤하게 튀어 나온다. 코트 주머니에 양 손을 찔러 넣고 가까운 버스정류장으로 총총히 발걸음을 옮겼다. 아주 늦지 않은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일요일이란 사실과 매서운 추위 탓인지 거리는 비교적 한산하다. 추위가 온몸에 파고 들면서부터는 여러가지 잡다한 사념들도 모두 도주해 버렸고, 무념의 세계가 펼쳐진다. 오로지 따뜻한 보금자리가 그리운 순간이다. 그러고보면 따뜻한 계절에는 아무도 없는 집이 그다지 그립지 않았는데 이렇게 추운 날이면 넓지 않은 집이 그립기만 한 건 참으로 이율배반적이다. 어제 보일러를 끄지 않고 약간 낮춘 상태에서 나왔으니 실내온도가 크게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예측에 속으로 환호했다.


버스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해 내달았다. 집앞에 이르러 편지함에 있던 DM을 챙겨 나의 집 401호를 향해 뛰어 올라간다. 재빠르게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갔지만 바깥 날씨와 큰 차이가 없는 실내가 이상해 가장 먼저 보일러를 확인해 보니 '물보충' 램프에 불이 깜빡이면서 일렁이고 있다. 나의 순진한 예측이 산산히 부서지면서 "젠장"이란 소리를 내뱉게 된다. 하필이면 오늘같은 날 이럴 게 뭐람. 창문 밖으로 넘어가 깜깜한 보일러 앞에서 촛불을 켜들고 물보충 버튼을 돌려 물이 쏟아져 내릴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나의 투정은 계속된다. 보일러를 점검하고 다시 실내로 도둑놈처럼 창문을 타고 넘어와 보일러를 재가동한다. 실내온도 10도. 어느 세월에 이 집이 따뜻해질 것인가란 생각에 아득해진다.


그래도 다시 일주일이 시작될테고, 또 한해를 보낼 것이다. 어느덧 나에게 어떠한 해가 될 것인지란 벅찬 기대보다는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지 걱정이 먼저 앞서는 나이가 된 것이다. 2009년 1월 11일도 소소하게 지나간다.

1. Daniel Powter(다니엘 파우터) - Fly Away
2. Paris Match(파리스 매치) - Stay With Me (English ver.)
3. Jarvis Cocker(자비스 코커) - From Auschwitz To Ipswich

2008. 11. 29. 08:18


'한국의 케이트모스'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모델 장윤주. 그녀가 모델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은 책까지 냈던 베스트작가였는 줄은 몰랐었고, 또 직접 모든 것을 작사,작곡하고 프로듀싱까지 참여하여 음반까지 내는 싱어송라이터가 될 것이란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한국의 카를라 부르니가 될려는 야심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대통령의 아내가 되어야 한다는 필요조건이 붙어야겠지만 말이다.) 여튼 보사노보풍에 어쿠스틱이 기본적으로 깔린 그녀의 음악이 썩 괜찮다는 생각을 해 본다. 몇 일전 얘기를 듣고 음반을 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난 밤에는 러브레터가 끝난 뒤 새로 하는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던데, 당연한 얘기겠지만 티비에서 들리는 음악보다는 역시 cd나 엠피삼이 훨씬 좋게 들린다.
개인적으로는 앨범의 타이틀이기도 한 Dream의 기타 버젼이 가장 좋다. 피아노 버젼도 괜찮은데 정재형이 참여했다고 하는 소식이다. 그리고 그녀의 올해 나이이기도 한 앨범의 첫 트랙, '29'과 'April'과 아울러 타이틀곡이면서 그녀가 가장 아낀다는 '파리에 부친 편지'란 곡까지 들어보자.
참고적으로 그녀의 앨범에는 '사계절이 계절별로 녹아 들어가 있다'
주말의 상큼한 BGM이 될 것이라 믿는다.
※ 그래도 난 Priscilla Ahn과 같은 스타일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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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윤주 - 29
2. 장윤주 - Dream(Guitar ver.)
3. 장윤주 - 파리에 부친 편지
4. 장윤주 - Ap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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