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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에 해당되는 글 1건
2009. 7. 10. 02:26

이 땅의 왜곡된 열기를 식혀주기라도 하듯 여름비는 세차게도 대지를 때렸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던 아침 넓다란 창문 밖으로 전해져 오던 그 빗소리는 왜 그리도 좋았던 것일까. 사무실 비상구 계단 창문 너머로 보이는 청계천의 잠수는 비가 내리는 현실을 방증하였지만 강화유리 안에서도 들릴만큼의 강렬한 비였다. 20대에는 비가 오는 것이 마냥 싫기만 했다. 비가 온 뒤의 수증기가 얼마나 좋은 것인지. 또 내리는 빗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채 알지 못했던 시기였다. 그런 것을 지금에서야 느끼는 것을 보면 오히려 20대의 내가 더 보수적이고 현실적이었던 것은 아닐까란 되물음. 빗소리가 좋아졌다는 사실은 단순히 '나이가 듦'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집 창문에 서린 김과 맺힌 빗방울은 지난 날의 비의 흔적은 마치도 우리가 지나 온 궤적을 비웃기라도 하듯 당당하다. 오늘같은 날에 듣는 음악은 귓전을 유난히도 때렸고, 또 일손이 전혀 잡히지 않는 오후에는 문득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던 그에게는 웨스에이치큐의 "친애하는 재연씨"에게란 노래선물을 전자우편으로 띄우기도 했다. 그리고 시원하고 그지없던 저녁에는 조금만 자고 일어나야지 했던 다짐도 무색하게끔 너무 많이 자 버리고 말았다. 또 출근을 위해 소주 한 잔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집앞 슈퍼도 문을 닫은 시각, 배달광고지에서 어렵지 않게 선택한 호호곱창에 "아주 맵게 해주세요."라 얘기하고 기다리는 중이다.

혼자 듣는 빗소리 혹은 비가 갠 후의 밤시간을 누리는 것에는 역시나 '사람'만큼 좋은 것이 없다. 글을 쓰는 지금 문득문득 대화를 나누는 친구든 띄엄띄엄 연상해 나가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우리. 오늘 들었던 여러 노래 가운데 무엇을 선곡할까 고민했다. 앞에서 언급했던 그 음악을 할까 하다가 포스트에 맞는 노래제목으로 하기로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다. 아니다. 두 곡을 모두 올리면 되지. 이런 바보같은. 곱창이 도착하고 소주를 꺼낼 생각을 하니 갑자기 두뇌가 기민하게 돌아간다. 비가 고인 아스팔트 위로 떠오르는 배달 스쿠터들의 소음 조차 좋게 들리는 밤이다. 아무래도 내가 오늘은 미쳤나보다.

비가 내리는 날에도 세상은 힘을 좇는 사람들의 모습은 여실하게 드러난다. 신문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여러 사람들과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의 그들도 아마 그 자신들도 채 인식은 못하는가 보다. 좀 더 가지려고 하는 것이, 또 힘을 악용하여 행사하는 것이 그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허위와 가식도 '진정성'과 '진실'로 둔갑하는 세상. 여기서 난 또 '모르겠다'란 말을 되풀이 할 수 밖에 없다. 도착한 곱창을 소주와 함께 하여 알콜기운이 올라와도 채 모를 일이다. 34살의 '웨스에이치큐'와 25살의 '1984'년생들의 그녀들은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1. 1984- 우산
2. 웨스에이치큐 - 친애하는 재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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