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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에 해당되는 글 1건
2008. 8. 25.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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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나는 떠나가는 관계에 대한 공포때문이었는지 새롭게 맺게 되는 옅은 관계에 대해서도 하릴없는 집착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만 생각해보면 이는 두 가지 측면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듯 싶다. 하나는 새로운 관계에 산뜻한 칠을 하고 윤기를 더해 유지,발전하고 싶어하는 이 세상 누구나 갖는 희망의 측면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나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 관계의 대상과 진정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욕심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나에게 긍정적으로 다가왔던 사람이 떠나가는 그 순간을 몹시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 되었고 또한 새로운 관계가 채 무르익기도 전에 관계의 줄이 허무하게 끊어지는 것은 더이상 두고보지 않는 삶의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내가 상처받기 싫어하는 것은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내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아니 외우지 못한 낯익지 않은 상대를 배려하는 것은 어느 정도의 힘으로 미세하게 임계점을 조절해야 하는 것인지 난 여전히 모르겠다. 우리가 관계의 근육을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앞길에 불쑥 튀어나오는 작은 오해의 송곳들을 요리조리 지혜롭게 피해 공을 피해 나가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혼자 힘으로 아무리 애를 써도 할 수가 없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영원히 평행선을 달린다.'란 말을 종종 언급하는데 이는 그것이 사랑 혹은 따뜻한 우정의 종착점에 안착하기 위한 삶속에서의 치열한 투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영원히 평행선을 달리는 것이 인간들일 수 밖에 없는 까닭에 우리의 생에서는 '사랑'과 '우정'이라 불리워지는 것들이 비로소 아름답게 느껴지고 투명하게 반짝이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삶을 살면서 누구나 평행선을 한 번쯤 달려본 경험이 있다. 그렇기에 이 평행선을 달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체험적으로 인식하고 있고 그 평행선을 다시는 대면하지 않으려 편히 안착할 수 있는 지점을 모색하고는 한다. 그러나 이것은 보이지 않는 타인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역으로는 희생도 하지 않으면서 출발점에도 서 있지 않은 상대로 하여금 같이 달리자고 하는 것 역시 매우 무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정한 판단과 결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모두 같은 곳에서 출발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 누구에게도 상처는 공유될 수 없는 것이기에 공유하자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의 관계가 평행선을 달리기 위한 여건과 환경이 저절로 주어지는 것도 아님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그 끝없는 평행선 속에서도 부단한 수신호를 주고 받아야 충돌하지 않고 교차할 수 있는 법인데 하물며 출발하기도 전에 그 머나먼 여정을 위한 준비가 소홀해서야 되겠는가. '너'는 '나'를 '나'는 '너'를 손질하고 닦는 작업이 충실해야 우리는 그제서야 가장 기본적인 관계의 출발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뒤에는 전후좌우 모두 살펴가며 가속을 하면서 평행선을 달려 나가야 한다. 전후좌우는 '나'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평행선을 같이 달리고 있는 상대도 출발하기 전과 마찬가지로 맞대야 한다. 나보다 속도가 느린가 너보다 내가 속도가 빠른 것인가란 것도 점검해야 한다.


출발하기 전후 모두 우리는 평행선을 다시금 달릴 수 밖에 없음도 깊이 인식해야 한다. 평행선을 달리지도 않고 '사랑' 혹은 '우정'이 싹트는 것은 애당초 글른 일이 아닐 수 없다.


허나 나는 지금 평행선을 달리지 않고 있으면서 거짓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달리지 않는 평행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행선 열차는 지금부터라도 관계를 싣고 다시 힘찬 기관소리를 뿜어야 한다.

.'죄스럽다. 내가 함께 달리지 않는 '너'와 '너희'에게...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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