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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3. 9. 17:48

1. "안토니오 그람시는 비록 강력한 이념(패권)이 몇몇 계급의 사람들을 종속시킬지라도 이에 저항하는 반패권 세력이 항상 존재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와 유사하게 학문적 세계에서도 현실세계와 마찬가지로 주류이론에 도전하는 저항학문의 출현은 피할 수 없는 일인 듯 싶다. 그렇다면 수성(守城)하는 쪽에 설 것인가, 공성(攻城)하는 쪽에 설 것인가. 공격은 곧 저항이고, 저항은 또다른 의미의 공격이다.


2. 대안적 접근법론자들의 주장하는 바와 같이 근래 드는 생각은 가까이 존재한다고 믿었던 '진리'는 사실 존재하지 않으며, 연구자들이란 결국 자신의 마음에 드는 패러다임에 손쉽게 줄을 서는(물론 수없는 이론적 검토 또는 실증을 거친다고 주장하기는 하지만은) 것은 아닐까. 이런 맥락에서 역사사회학 분야의 찰스 틸리가 언급했던 "국가는 전쟁을 만들었지만, 전쟁은 국가를 만들었다."의 논리를 끌어와 주류이론의 패권은 저항에 가담하는 연구자들과의 일전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고 해도 무방하겠다. 그 끝없는 공방전은 어쩌면 "권력이 지식을 만들어 낸다"던 푸코의 말처럼 '권력관계'에 다름없을지 모른다. 과연 이러한 권력관계는 사회를 위한 생산적인 행위라 말할 수 있는가 묻고 싶다.


3. 몇몇의 권위적 연구자 모델(베버, 칸트, 마르크스, 월츠, 커헤인, 웬트, 월러스틴 등등등)의 논문 내 잦은 등판은 어떤 경우 글의 논리적 조직보다는 연구자 자신이 권위에 의존할 뿐만 아니라 가짜(?) 권위를 창출해 가는 것에 관심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단면은 아닐까. 보편적 서구의 담론은 차치하더라도, 한국의 담론은 무엇이 있는가. 정작 우리의 방법론도 없는데 서구의 담론을 가져와 논하는 것은 때로는 무의미하고 공허하게 보인다. "가진 것이 없으니 베끼기라도 해야지"모드도 좋다. 그러나 그동안 많이 묵었다 아이가. 커가는 햇병아리들이야 더 묵어도 된다 하더라도,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한국의 연구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단순히 안정적인 잡을 위한 소위 '스펙 쌓기'인가, 아니면 그럼에도 부족하니 더 공부해야겠다는 '헝그리정신'인가. 권력을 향한 간접적 의지의 향연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4. 무릇 보이는 틈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고, 빈 틈을 메우는 것은 창조적인 작업이라 결코 쉽지 않다는 것에 일정하게 동의한다. 허나 그동안 그만큼 일방적으로 주어진 학문적 수단들을 그대로 가져다 썼으면, 이제는 수단을 제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때가 한참이나 지나지 않았나 싶다. 우격다짐인 감은 있어도 자존감을 지켜가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애쓰는 중국의 모습이나 이미 자신들의 것을 많이 만들어 낸 일본의 사례는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권위있는 외국잡지에 영어로 글 싣는 것이 큰 학문적 성과가 되고, 그것이 내실있는 학문적 권위자인 양 비춰지게 만드는 한국 학계의 모순 등은 십분 이해하지만은 아닌 것 아닌 것이다. 아무도 그 많은 오물들을 치울 생각을 하지 않으며, 대충 같이 살자고 말한다. 자본주의처럼 팽창하는 한국의 가짜학문들을 생각하면 가끔 이 길 가야하나 싶다.     

2009.3.9. zzacn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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