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604)
우리의 체온과 사색 (61)
성처리가 지은 詩 (23)
일상의 BGM (293)
復旦大學 生活과 工夫 (77)
上海의 外國 人民 이야기 (2)
주소없는 사서함 (0)
Diary (81)
Kommentar (27)
Idea Bank (2)
11년 루구후 독서여행 (8)
09년 전남여행 (3)
Coffee break (27)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영화 박쥐'에 해당되는 글 1건
2009. 5. 14. 01:48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 머리도 식힐 겸 해서 7급 공무원을 간단하게 보고, 바로 이어 박쥐를 봤습니다. 좀 늦게 끝난데다 화장실 들렀다 가느라 한 7분 가량 처음을 보지 못해서 좀 아쉬웠는데요. 11시 무렵에 극장에서 나왔는데 그 잔영이 아직도 남아 있네요. 영화는 각자가 해석하기 나름이기도 하지만, 박찬욱은 어떤 의도를 가졌던 것이었을까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어쩌면 간략한 영화평이 될 수도 있겠네요.

전 이 영화가 쾌락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신념'따위는 내던질 수 있는 인간 군상의 추잡한 모습을 그렸던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에서 신념이란 것은 신앙으로 치환이 되고 있지만, 신념이나 신앙, 그리고 작게는 각 개인의 소박한 믿음까지 이 모든 것을 포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영화 속의 캐릭터들이 대체로 불편하게 다가오는 것이 박찬욱 영화의 특성이겠지만, 전 이것이 일탈하지 않은 인간들의 모습도 크게 다를 것이라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곱게 포장되어 있다고 할까. 결국 일상에서 다소 벗어난 인물들을 통해 정상사회의 인간들을 겨냥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환언하여, 살아온 배경이 달랐던 신부 상현(송강호 분)은 기존의 신앙자였다는 굴레에서 끝까지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저는 이제 모든 쾌락을 갈구합니다."란 대사로 철저히 자신의 행동이 모순임을 극적으로 반증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고, 반대로 "이 지옥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나가고 싶어서요."란 대사를 날렸던 태주(김옥빈 분)는 송강호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뱀파이어로 환생하면서부터는 좀 더 적극적인 형태의 행위를 추구합니다. 어찌 보면 송강호는 포장된 형태, 김옥빈은 날 것 그대로의 형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둘의 최후는 태주의 폭주를 견디다 못한 상현에 의해 제어되면서 한줌 재로 산화하게 되지요. 이 라스트 씬 역시 '신념'에 대한 이중적인 관점을 교차시켜주는 듯 했습니다.

한편 조연들을 간단히 살펴보면 상현의 비밀을 공유했던 상현의 시각장애 스승 노신부(박인환)는 사실을 알게 되고, 처음에는 자신의 손목을 그어 피를 내주는 등 희생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나, 결국 뱀파이어의 힘을 빌어 시각장애에서 벗어나 밝은 세상을 보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란 것을 보여주게 됩니다. 그리고 상현에게 간접적인 살인(?)을 당하고 말지요.

상현의 친구이자 태주의 남편으로 나오는 강우(신하균)는 뱀파이어로 변한 이들의 폭주 속에서 이들의 정신을 혼란시키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두 주인공의 쾌락 사이에서도 끼어 들면서 이들에게 원죄라는 굴레를 씌우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매주 수요일마다 강우의 집에서 강우의 엄마 라여사(김해숙 분)와 함께 마작을 하며 어울리는 오아시스 멤버(오달수 분, 송영창 분)는 강우의 죽음이 상현과 태주에 의한 것이란 것을 침묵의 라여사를 통해 알게 되면서 바로 태주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되죠. 이들이 영화 속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무시할 수 없을 듯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끝까지 이들 뱀파이어 커플을 따라 다니는(?) 라여사의 존재. 침묵하는 타인을 의미하는 듯 했습니다. 아들의 죽음이 이들에게서 비롯된 것을 알면서도 또 움직일 수 있으면서도 죽임을 당할까 두려워 침묵합니다. 뱀파이어 커플의 최종을 지켜보는 라여사 역시 영화를 관통합니다.

마지막에는 상현이 밤에 뛰쳐나와 거리를 헤매곤 하던 태주에게 처음 신겨줬던 상현의 신발만이 산화한 재 속에서 남겨집니다. 이 신발의 의미도 생각해 본다면 영화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잔인한 장면에 대박흥행은 하지 못할 것 같지만, 7급공무원을 보면서 '하하하'하면서 아무 생각없이 보는 영화도 필요한 법이지만, "이 영화 뭐가 이러냐." 하면서 짜증내며 영화가 던져주는 화두에 대한 생각을 서둘러 갈무리하는 것도 피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란 결국 삶을 투영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중적인 영화나 매니아적인 영화나 결국 궁극적인 귀결은 유사할 것입니다.  

prev"" #1 next
요즘 읽거나 예정인 책들
예스24 | 애드온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