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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지침서'에 해당되는 글 1건
2008. 7. 15. 20:36

한 주가 또 지나간다. 날씨도 꾸물꾸물하고 해서 저녁에 반주 한 잔하고 일찍 들어왔다. 책을 읽을까 했는데 오후부터 증상이 있던 두통이 쉬이 가라앉지 않아 그만두기로 했다. 요즘은 몸의 기능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건 같지 않다. 아무래도 담배를 잠시(?) 끊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여튼 쉬는 겸  오늘 보기로 예정했던 일본영화 '녹차의 맛'을 보기 전에 예전에 잠깐 생각을 정리해두었던 것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그야말로 '나쁜 남자(여자포함, 이하 통칭 남자)와 연애지침서의 시대'라 할 만하다.  삶을 살아가다보면 사실 남녀간의 연애이야기만큼 알콩달콩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거리가 없다. 학교, 직장 등 모든 곳에서 미혼남녀들을 대할 때는 이 얘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물론 나이먹어가는 나같은 사람들은 스트레스이지만 나 역시 연애상담 혹은 연애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특히나 요즘같이 관심이 넘쳐나는 때는 말할 필요도 없겠다.


인터넷상에는 늘 연애와 관련된 정보들이 넘쳐난다. 물론 정말 진지한 이야기들은 오프라인을 통해 공유되고는 하지만 익명을 바탕으로 한 인터넷상에서도 연애 관련 이야기들은 흥미있는 서핑거리이기도 하다.  특히 현대의 한국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 남녀들에게 가장 화두가 되는 것을 꼽자면 '나쁜남자(여자)'가 되자'라는 것과 각종 '연애지침서'라고 할 수 있겠다. 


나쁜남자는 곧 연애에도 소위 신비함과 쿨함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으로 압축되는데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절대적 '이성'이 아닐까 싶다. 상대방에게 나를 너무 드러내서도 안되고, 감정표현도 쉽사리 하지 않는다. 그리고 흔히들 말하는 잘난 남자로서의 조건도 갖추는 것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자신의 생활중심을 절대 벗어나지 않고 한 사람에게만 매달리지도 않는듯한 여유로운 쿨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이성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빠진 사람들은 반면 지극히 감정적이고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모습으로 흔히 묘사되곤 한다. 아마도 이런 양태들은 구질구질한 감정보다는 번뜩이는 이성이 연애에서도 상부구조를 차지해야 연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또한 홍수를 이루고 있는 각종 연애관련 지침과 정보들은 어떠한가? 동시에 사랑이 시작되거나 사랑에 갈등요소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런 정보들은 사실 세상에 나올 이유가 없다. 그러나 동시에 스파크가 튀는 사랑이 어디 흔한가? 특히 나이가 먹을수록 상대방을 경계하고 나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은 극히 자연스런 현상으로 자리잡는다. 그렇기에 먼저 사랑하게 되거나 혹은 연애과정 속에서 각종 문제가 불거져 나올 때 더 사랑하는 사람들은 오늘도 술병을 부여잡고 친구 혹은 선후배들을 괴롭히는 만행을 저질러대고 있을테고, 혹은 지금 이순간 열나게 자판을 튕겨가며 온갖 감상에 젖어 절절한 호소를 불특정 다수들에게 하고 있을게 틀림없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


살다보면 진심을 다해도 이루지 못하는 헛된 짝사랑들이 수없이 일어나고 사귀는 사이에도 둘만의 각종 심각한 문제들로 갈등을 겪다가 급기야 이별하는 일까지 허다하게 발생한다.   게다가 과거의 애잔한 상처들을 보유하고 있는 남녀들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마음 주지 않아도 만날 수 있고 외로움을 해결할 수 있는 일회성 만남들이 점점 더 판을 치고 있다. 소위 데이트메이트 뭐 이딴 것들도 다 그런 현상의 아류작들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연애는 어려운 것일까?  나도 이 시대를 같이 부여잡고 살아가는 미혼으로 이 문제에 대해 적지않은 고민과 갈등으로 수많은 밤을 새며 강소주를 들이킨 바 있고, 또 되풀이할 것이라 생각된다. 내가 핵심을 잘 집어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핵심은 '손해보기 싫어하는 마음'이다. '나쁜 남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도 또 우리들이 낮이면 낮, 밤이면 밤마다 각종 연애지침서들을 찾아 헤매는 것도 결국 '내가 좀 더 손해보는 것은 싫다'는 것 때문이다. 이 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의 과정을 좀 더 수월하게 통과하려는 마음인 것이다. 사실 연애당사자가 되거나 짝사랑의 고통을 한 번쯤 겪어 본 이들이라면야 이런 과정을 다시 겪는다는 것이 싫을 수 밖에 없다. 좀 더 편히 가고 싶은 인간의 마음 나도 심히 동감한다. (나도 편히 가고 싶다.ㅜ.ㅜ)


난 서른 세해를 살아오면서 적지않은 여자를 만나왔지만 아직 제대로 된 '나쁜 남자'의 테크닉도 섭렵(?)하지도 못한 쑥맥이다. 그야말로 시대정신에 부응하지 못하는 한심한 부류중의 한 사람인 것이다. 그리고 각종 연애지침서들을 안 찾아봤다고 할 수도 없다. -.- (실은 많이  봤다.;;) 때로는 나도 '나쁜남자'가 되고 싶고 각종 연애지침들을 온몸으로 승화하여 그야말로 '바람'같은 남자가 되고 싶다.  그러기엔 너무 늙었다.


어쨌든 반은 진심 반은 농담이고....


그러나 난 단연코 '나쁜남자'와 '연애지침서'를 따라 시대에 편승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결코 다시는 겪고싶지 않은 오장육부가 끊어지는 실연의 고통, 또는 짝사랑의 고통, 갈등의 고통이 재현된다 하더라도 난 그 길을 당당히 걸어갈 것이다. 사랑은 좁게는 한 개인, 넓게는 두 개인에게 있어 항상 새롭고 특수한 상황의 발생일 뿐이다. 열 번을 연애를 하든, 백 번을 연애를 하든지 간에 이 세상 모든 연애 당사자들에게는 언제나 같은 상황과 같은 해결책은 존재할 수 없다. 보편적인 것은 그래도 존재한다라고 주장들은 하지만 연애에서는 절대보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연애 혹은 사랑에서 절대적 진리로 삼는 것이 있다면   '믿음', '양보', '정체성(주체성)' 이 세 가지이다. 상대방과 자신에 대한 '믿음', 먼저 손해볼 수 없다는 마음의 타파과정인 '양보', 그리고 자기 사랑에 대한 굳건한 정체성(집착과는 다른 것)만 있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나 이 중에서 내가 가장 으뜸으로 치는 것은 믿음이나 양보보다는 정체성이다. 자신의 사랑에 대한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확고한 신념체계가 없다면 그 어려운 '우리'의 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그래서 난 내가 사랑을 접을 때 이 점을 가장 깊이 고민하는 편이다. 큰 믿음은 약속을 하지 않는 법이다. 특히나 자신과의 약속은 더더욱 그렇다. 사랑을 시작할 때 마음 먹었던 자신에 대한 일관성을 지키지 못하고 시류에 편승하는 행태는 더이상 '아름다운 사랑'일 수 없다. 나는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없다면 차라리 내가 먼저 내 사랑에 비수를 꽂겠다. 난 사랑하는데도 바쁜 시간에 '나쁜남자'나 '연애지침서'에 솔깃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항상  능력부족이다.-_-;)


길게 씨부렁댔지만 나의 요점은 단 하나이다. "연애에도 역시 왕도는 없다. 나의 길을 가자." 라는 것이다. 나를 잃지 않고 너를 잃지 않게 하는 미덕을 사랑에서도 발휘한다면 언젠가 나에게도 "난 착한 당신이 좋아."라고 얘기해 주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까?


그리고 늘 하고 싶었던 이야기인데  자신이 능동적으로 사랑을 시작했다면 끝났을 때에는 젠장맞을 그 넘의 원망과 미움따위는 좀 날려버리자. 이별의 슬픔 그딴 거 결국 잊기 위해서는 나보다는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라는 것 나도 안다. 근본적으로 증오의 대상과 감정을 잘못 상정한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그게  자기 상처 치유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되었던가 묻고 싶다. 요컨대 자기 사랑에 누워서 침뱉는 행위는 하지 말자라는 것이다.  


바뜨...오늘 밤 자고 나면 나도 여지없는 변덕쟁이가 될 예정이다. 왜냐면 오늘은 비가 온 날이니까...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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