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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에 해당되는 글 1건
2008. 12. 8. 05:11


(작품명: 꽃이 필 때, 송기원 시, 이인 그림. 협찬: 블로그 이웃 레이라 양)


출근 좀 제대로 해보자고 12시도 안 되어 잠자리에 들었던 게 실책이었다. 새벽 2시경, 깨어나 TV를 켜 좀 보다가 이어 컴퓨터를 켜고 pajaro sungrise, priscilla ahn, 오지은(예약), 브로콜리 너마저(예약), 장세용 2집을 질렀다. 잠이 오진 않지만 실로 오랜만에 일상에 대한 포스팅을 하고 억지로라도 자야겠단 생각을 해 본다. 주말 내내 청소를 하고 밥을 먹은 것 이외에는 생산적인 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티비를 보고 인터넷질을 하면서 담배를 연신 피워대는 소모적인 일 밖에는 없었다. 이 모든 것이 한파가 몰아닥쳤기 때문이라 자위한다. 난 겨울이 오면 이른바 '동면'에 들어간다. 곰도 아니고 뱀도 아닌 것이 왜 동면에 들어가는 것일까. 뭐 까짓 것 이유와 상관없이 동면 속에서도 나름(?) 건질 것이 있으리라 믿어 본다.

12월 8일 월요일, 다소 이른 연말 정리를 해볼까 한다.
1월에는 모처럼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공간으로 이사를 했다. 이게 다 안정적인 벌이가 있기 때문일테지만 살면서 돌아보니 좀 더 깨끗하고 신축의 집으로 이사하면 더 좋겠다라는 생각을 안 해봤다고 한다면 거짓일테다. 지금으로서는 매달 지출되는 월세가 부담스러워서라도 좀 더 돈이 있어 전세로 갔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데 확정할 수 없지만 언젠가 전세를 살게 되면 또 집을 사고 싶은 마음이 들진 않을까. 물론 집에 대해 큰 욕심은 없으니 그럴 확률은 그리 높지 않을 것 같다.

3월에는 모교로 첫 강의를 나가게 되었다. 전공 4학년의 '인터넷과 중국어'란 과목을 가르치게 되었는데 버벅대는 컴퓨터와 더불어 버벅대는 한 학기 강의였다. 나에게는 그리고 소위 나의 가르침을 받은 그들에게는 무엇이 남은 한 학기였을까 싶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누군가를 대한다는 것은 늘 어려운 일임을 절감한다.

봄은 촛불의 계절이었다. 꽤 많은 초를 허비했음에도 불구하고 MB치하는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다. 무엇을 바꾸기에는 촛불이 너무나 약했던 것은 아닐까. 한 가지 그때 기억나는 것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나의 정치적 성향이 표출되고 메인에도 올라가면서 정들었던 이웃 한 명이 떠났다는 것이다. 정치적 성향이 이토록 사람 사이의 간극을 벌어지게 하는구나란 안타까움보다는 그 대상이 '여성'이었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이걸 지금 농담이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어느 날, 촛불과 같았던 그녀를 만 1년 몇 개월 만에 보게 되었다. 어색했다. 내 마음이 많이 나아졌음도 알게 되었고, 또 여전히 아련함이 있음도 깨닫게 되었다. (무엇이 더 큰 것인지는 확답을 못하겠지만...) 그 후 어쩌다 가끔 문자를 주고받기는 하는데 그 뿐이다. 그것도 어느새 두 달이 넘었다. 그리고 최근엔 손지연의 앨범 1,2,3집을 모두 구매하여 그녀에게 보내는 뻘짓도 실행했다. 올해 그녀에 관한 모든 사건의 전말이다.

여름엔 무엇을 했는가. 무지하게 더웠다란 생각 밖에 나질 않는다. 별로 기억나는 것이 없던 여름이라 하더라도 지금의 겨울보다는 나았으리라 생각한다.

가을에는 독서의 계절임을 방증이라도 하기 위해서 1년 반의 휴학을 끝내고 '복학'을 단행. 여전히 공부하는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덕목인 '독서'는 전혀 하지 않았지만 좋았다. 역시 난 학교에서 빈둥대는 것이 체질에 맞는다. 물론 종합시험 준비에, 오랜만에 해 보는 발제들과 앉아서 들어야 하는 수업이 못내 지루했지만 말이다. 빈둥거리면서 공부는 안 하고 불량학기였다. 그래도 이제 일주일이면 불량학기도 해방이다.
 
그리고, 12월. 여전히 난 지긋지긋하게 회사에 다닌다. 이제는 밀려있는 카드값 때문이라도 꾸준히 다녀야 할 판이다. 357일이면 회사를 자연스레 그만둘 수 있으니(사실 대안이 없어서다.) 버텨 볼 생각이다.

지난 금요일, 내심 기다렸던 다음 학기 강의를(위에 언급했던 동일 강의) 맡긴다는 연락이 왔다. 일단 앞뒤 안 가리고 수락한다고 했지만은 회사를 다니면서 시간을 뺄 수 있는 것은 하루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음 학기는 개인적으로 수료도 해야함에 따라 수강하는 세 과목 중 두 과목 정도는 자가학습을 통한 방안으로 가야 강의도 하고 수료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본인이 다니는 학과가 2년 전 폐과가 되어 학생이 거의 없기에 나를 위해 개설되는 한 과목 정도는 자가학습이 가능할 듯 싶지만 한 과목이 문제다. 1월 중에 다음 학기 시간표가 나와봐야 알겠지만은 오승렬 선생님의 수업을 충실히 듣고 강의를 하면서 다른 두 과목은 팽겨치기 전략을 꼭 실현시켜야 한다. 이렇게 설렁설렁 가도 되나 싶지만 뭐 선택은 늘 이렇게 쉽다.

공부는 꾸준하지 않은데, 심심함과 외로움은 꾸준하다. 동면의 계절이라지만 이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겨울엔 책을 좀 읽어볼까도 심각히 고민 중이다. (내가 얼마나 심심해하는 지 이해할 것이다.) 언제나 책을 가까이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건데 참 생산적인 방향이라고 스스로 감탄하는 현실이 웃기다.

올해가 간다. 그리고 내년에는. 일상을 소소하게 그리고 유치한 얘기도 진지하게 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내가 가지고 있는 여러 계획 중에 가장 어려운 일이지 않을까 싶다. (학위 취득보다 어려운 것이 아닐까?) 그래서 실행과정이 없는 희망사항으로만 남겨 둔다.      

나에게는 꽃이 아니었음에도 꽃이라고 생각했던 한 해였는데, 여러분에게는 어떤 한해였던가요.

연말정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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