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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사태'에 해당되는 글 1건
2009. 8. 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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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마땅한 대책도 없이(연출: 구태환)'
- 노동자와 서민에게서 일을 빼앗는 것은 지뢰밭길을 걸어가라는 것. -


대학로에서 오늘부터 시작한 연극이다. 택규형의 도움으로 초대권을 받아 컬처클럽 몇몇 귀여운 일원들과 관람하게 되었다. 초대를 받았다 하더라도 연극의 질이 적당히 유지가 되지 않았다면 관람후기같은 것은 쓰지 않았을테지만 이건 뭐 너무나도 시의성이 짙은 극이었다. 극의 전반부는 마치 최근 "쌍용차 사태"에서 위기에 몰린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듯 했다. 아내와 딸을 둔 강만석과 김정만은  공장 노동자인데(계약직인지 파견노동자인지는 확실치 않다.) 회사의 구조조정과 파업 등으로 인해 대기발령이라는 허울 뿐인 정리해고를 당한다. 당장 밥벌이가 곤궁해진 그들은 가족들을 위해 또는 자신을 위해 일자리를 찾아 전국을 떠돌게 된다. 하다못해 극심한 추위를 무릅쓰고 민통선에 몰래 들어가 지뢰를 밟을 수 있는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나무를 불법 벌목하는 일에까지 방글라데시에서 온 외국인노동자와 함께 가담한다. 그러나 그것도 여의치 않게 되자 결국 대한민국 공단의 심장 울산까지 떠밀려 오게 된다.


그곳에서 다시 우연치 않게 조우하게 된 극렬노동운동가인 후배노동자 봉기. 서글픈 재회를 자축하기 위해 그들은 한 막걸리집에서 밤새워 술을 마시게 된다. 가진 건 '기술'하나 뿐인 만석의 노동력은 막걸리집 노파의 수리 요청에 다시금 빛나게 된다. 결코 별 볼일 없는 그의 기술을 높이 산 막걸리집 주인 할머니는 기꺼이 수리비를 지불하고 그들을 술집 방 하나를 내준다. 이어지는 술자리에서 서울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미 노정된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예리하게(?) 파고 드는 버릇을 가지고 있는 봉기가 만석과 정만에게 폭설로 무너진 하우스를 고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들에게 희망을 제시하였다. 그들은 그 장밋빛 계획에 취해 모처럼 달콤한 잠에 빠지게 된다. 다음날, 집을 떠날 때 아내가 챙겨 준 만석의 비상금까지 믿었던 봉기가 가지고 자취를 감추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만석에게는 산타 할아버지의 휴대폰 번호를 아냐고 물어보며 말했던 딸내미의 소원 하나가 스쳐 지나간다. "내 소원은 아빠와 함께 집에서 사는 것이야."


황지우 시인이 "삶이란 어느 정도의 굴욕을 지불해야 지나갈 수 있는 길"이라고 했던가. 이 연극 속에서 몇 차례  언급되었던 '행복'과 "18"이라는 욕설. 노동자와 서민에게 있어 현대사회는 도처에 묻혀 있는 지뢰밭길을 건너가는 것과 같다. 다행히 지뢰를 밟지 않게 된다면 적어도 행복은 꿈꿀 수 있는 권리 정도야 누릴 수 있지만 그러나 그럴 확률은 지극히 낮기에 결국 언제나 되뇌이는 것은 '씨팔'뿐이다. 역시 어떤 관점에서는 그 정도에서라도 끝날 수 있는 것도 그들에게는 다행일 따름이다.  


극중 초반에 등장하는 '고용안정센터'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는 여전히 한국사회가 얼마나 고용이 불안정하고 그 속에 많은 모순들을 내포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타인들의 무관심과 방관. 늘 하는 생각이지만 일자리를 빼앗기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타인들의 어정쩡함과 무지일지도 모르겠다. 점차 나아질 것이다라는 희망어림도,  파이를 키워야 우리 모두가 잘 살 수 있다라는 사탕발림도 모두 거짓일 뿐이란 생각이 강해진다. 그들은 정작 사태를 개선할 의지도 또한 파이를 키울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시의적절하여 관심깊게 보았고, 또 배우들의 연기도 꽤 괜찮았지만 좀 무딘 결말과 현장의 느낌이 제대로 살지 않는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낀다. 그래도 적지 않은 대중들이 그들의 연기와 극을 사랑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쌍용차 정리해고 대상자 974명의 투쟁이 헛되이 되지 않기를, 아울러 도장공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에 강력히 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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