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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6. 26. 02:25

아직 성적은 받지 못했지만 무리없이 진행 된다면 이제 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는 일은 하지 않는 흔한 말로 '수료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2000년 가을, 석사과정에 들어갔으니 만 9년 여에 가까운 세월을 대학원과 주변을 맴돌며 보낸 셈이다. 석사 2년 6개월, 박사 1년 6개월의 휴학기간과 과정입학 준비기간 6개월을 제하고 남는 시간은 4년 반이다. 그러고 보니 딱 절반의 시간은 학교에서 그리고 나머지는 학업을 유지하기 위해 뛰어다녔던 시간이다. 그런데 엄밀하게 따지자면 철저하게 학업만을 위해 모든 것을 투자할 수 있었던 시간은 석사 1학기와 석사논문을 쓰던 4학기를 합쳐 고작 1년에 불과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때마다 학업유지를 위하여 두 번의 취직을 단행했었고.


살다보니 어떤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공부할 수 없는 환경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전히 난 절대적인 시간을 갈망한다. 이제 온전한 학생으로서의 시간도 마감하였으니 다시는 그런 세월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곧 강의 등의 일을 하며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형태로 내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자유'를 쟁취하게 된다. 그 길지 않은 쟁취의 시간 자체는 나의 청년(?)시절을 마감하는 양상으로, 또 이후 남은 반평생의 세월을 보낼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하는 시간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조직에 매여있던 지난 4년 간은 정말 물질적인 큰 걱정없이 살았던 터이고, 꽤나 관성이 생기기도 하여 향후 예상되는 경제적 어려움 정도는 무난히 돌파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다만 좀 걱정이 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우선 하나는 어설픈 신분에서 파생되는 어려움이다. 예컨대 강의를 구한다거나 하는 것인데 석사과정 때만 하더라도 상급과정에 진학하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강의 구하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막상 그런 상황에 오니 녹록한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원인을 따져 보면 아직은 직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환경과 좁다란 근본적 인맥의 한계를 지적할 수 있겠다. 물론 좁은 인맥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행동을 취한다면 구하기 어려운 것도 아닌 듯 싶다. 그런데 선생들이 먼저 배려해 주지 않는 이상 그 얘기를 먼저 꺼내는 것이 금기처럼 되어 있는 현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대체로 이런 문제는 학위취득 후 인사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당이 되고는 하는데 난 학위취득자도 아니고 또 간접적이나 혹은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사회성도 가지고 있질 못하다. 어쩌면 빚을 남기고 싶지 않다는 알량한 강박관념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 하기는 하지만 직장을 그만 둘 시간이 다가오니 좀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듯 싶다. 그렇다고 아무 강의나 덥썩 받는 일도 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1년 간의 경험상 내가 흥미를 갖고 열심히 할 수 있는 영역이거나 철저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강의를 하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 민폐라는 것 역시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현재 계획하고 있는 내년의 일정 이후 문제다. 논문을 집필해야 하는 시기라 할 수 있는데 내년의 일정을 진행한 다음에 오는 불가피한 현실을 감내할 수 있느냐가 핵심인데 작금의 생각으로는 '인생 뭐 별거 있어. 결정을 내린 이상 추진하고 보자'는 약간의 무대포정신으로 무장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가서 쉴 수도 없는 상황이겠지만 일단은 지난 9년 간 방출되었던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긴 하다. 차분히 앉아 책을 읽거나 한 두가지 일에만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서 결정한 것이니 차후의 문제야 그 때 가서 감당을 하더라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 여기기로 했다.


뭐 내 주위를 둘러 싼 여러 환경적 문제들을 차치한다면 가장 큰 문제는 '스스로의 마음에 대한 적의'이다. 상반기에 약간의 실패(?)를 맛 봤던 경험에다, 이런저런 외로움으로부터 길게 늘어 선 무료함은 올해 들어 내 자신을 부단히 괴롭히고 있다. 차츰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은 미흡하기 짝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근자에는 책을 조금이라도 읽거나 음악을 듣고 기타를 치거나 하는 소일거리를 찾으면서 탈피하고자 하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 

점차 더워지고 있다...  

 


한희정 - 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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