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체온과 사색

나만의 인생

비디아 2012. 5. 26. 19:10

나만의 인생 

                                                        -하재연

내 눈동자는 나의 것
눈썹을 깜박이는 것도 나의 의지입니다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보는 것도 나의 의지
내 손의 나의 것
담배를 피우거나
비벼 끄는 것은 나의 의지입니다
연기가 피어올라 공중으로 사라져가듯,
나의 말은 나에게서 나와
당신에게로 흘러들어갑니다
당신이 나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면
그것은 내 뜻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어느 날 당신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거리에 불이 켜지면
나는 거리로 나갑니다
어느 날 가로등들이 꺼졌다 켜졌다 하듯이
당신은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나는 쏟아지는 불빛을 거리에서 맞습니다

나의 의지는 나만의 것이지만,



요즘 종종 마실가는 어느 커뮤니티에서 발견한 시다. 글을 쓴 사람은 '소통'의 슬픈 실패를 용기있게 담아낸 시라고 표현하였다. 이에 매우 동의한다. 내가 살아온 20대와 30대 전체를 관통하는 서사는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지금 어느 지점에 위태롭게 서 있을까란 생각에 이르자 순간 또 먹먹해지고 만다. 


위의 시를 아래처럼 바꿔보면 어떨까. 다른 느낌이 물씬하다.


당신만의 인생 



당신의 눈동자는 당신의 것
눈썹을 깜박이는 것도 당신의 의지입니다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것도 당신의 의지
당신 손의 당신의 것
담배를 피우거나
비벼 끄는 것은 당신의 의지입니다
연기가 피어올라 공중으로 사라져가듯,
당신의 말은 당신에게서 나와
나에게로 흘러들어옵니다
내가 당신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면
그것은 당신의 뜻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어느 날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거리에 불이 켜지면
당신은 거리로 나갑니다
어느 날 가로등들이 꺼졌다 켜졌다 하듯이
나는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당신은 쏟아지는 불빛을 거리에서 맞습니다

당신의 의지는 당신만의 것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