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욕망과 결핍

비디아 2011. 6. 23. 04:11

이 새벽에 창을 열자 이내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겨울에는 그리도 혹독했던 바람이 비가 내린 뒤 지금은 축복이나 다름없다. 어제는 장마기간에 어울리지 않는 쾌청한 하늘을 보았고, 오늘 밤에는 반달도 볼 수 있고 총총히 박힌 별의 무리들도 헤아릴 수 있다. 처음에는 가장 밝은 하나의 별만이 시야에 들어왔지만, 내 좁은 시야를 비웃기라도 하듯 곧 다른 별들도 내 눈에 쏟아졌다.

지금 이 시간, 나에게는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 창을 닫자 다시 현실의 창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수없이 많은 욕망들과 결핍의 곧달음. 내가 어떤 것들을 욕망하고 무엇에 결핍되어 있는 지 모르지 않는다. 그네들이 내 앙상한 심신을 수없이 자극하지만, 나는 지금 욕망도 결핍에 대해 아무런 것도 갈구하지 않는다. 단지 도란대며 저 하늘에 대해 바람의 향방에 관하여 가벼운 농을 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할 뿐이다. 

현실은 우리에게 진심어린 친구가 되지 못하도록 온갖 덫을 던져 놓는다. 난 그 덫에 진심을 던져 놓겠다. 그리고 머뭇거리지 않고 욕망과 결핍의 현실로 돌아가리라.





장나라 - 마녀, 여행을 떠나다. (드라마 동안미녀 中: 원곡- 코나의 마녀 여행을 떠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