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친다는 것은 또 한 번 배우는 일임을 알겠다. (2008/03/11 03:55... at naver)
아직은 확연히 잡히는 것이 없지만 지난 주 강의소개 이후 강의계획서에 근거한 구체적인 계획을 부랴부랴 준비하느라 이제껏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이놈의 벼락치기는 아마도 평생을 하려나보다. 어제 낮에 발표를 정하고 과제를 배분해야 하는 문제로 수강정정기간에 변동이 생겼나 과사무실에 전화를 했더니 담당한 주,야간 중에서 주간 인원이 약 5명가량 빠져 나갔다고 한다. 전해 듣자니 강의소개에서 언급한 두 개의 과제와 1인당 1~2건의 발제가 부담이 된 모양이다. 그 얘기를 듣고 집에 오면서 생각해 보니 학생들의 심사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나야 한 과목이지만 졸업을 앞둔 4학년들은 이런 과목이 5~7과목이 될테고 그 모든 과목이 적당한 과제와 발표가 있다면 부담이 될 것임은 틀림 없겠다. 하긴 강의를 하는 우리들도 여러 과목을 맡게 되면 평가에 있어 도저히 교정을 봐줄 수 없는 관계로 텀페이퍼 등은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한다. 우리도 강의 이외에도 스스로 해야 할 연구란 것이 있으니 말이다. 과거를 돌이켜봐도 텀페이퍼를 내게 되면 코멘트를 해주는 선생이 존경스러울 정도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우선 신참강사로서 학생들을 위한 교육원칙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 것일까? 평가방법에 대해 스스로 고민도 해보고 주위에 문의도 구해본 바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막상 저어되기 그지없다. 상대들은 중고등학생도 아닌 성인인 대학생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학생들의 원하는 모든 것을 모두 들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귀를 쫑긋하고 언제나 열어둬야 함도 사실이다.
그리고 강의를 진행하면서 내가 가진 여건으로 인한 강의준비의 충실도도 다소 걱정이 된다. 초보강사인데다 어디 한 곳 참고할 곳 없는 새로운 유형의 교과목을 맡은 이상 보통 3학점짜리 한 과목의 1주 준비를 하는데 적어도 9시간 이상은 투여해야 하는데 그것이 녹록치만은 않다. 지금이야 6학점 한 과목에 불과하지만 전업강사로 나서게 될 경우에는 더 그런 시간조정이 빠듯해 내 공부는 뒷전이 될 수 밖에 없다라는 항상 듣던 얘기들을 목전에 둔 느낌이다. 이러니 강사들 각자가 가진 여건에서 강의준비가 부실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고 그래서 강사들 사이에서도 스스로 학생들에게 '사기'친다는 자조가 생겨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는 여전히 나아질 기미는 보이질 않는다. 생계문제 때문에 취직을 했고 학업을 위해 돈을 벌고 있다. 강의를 나가면 시간당 4만원인데 지금은 겸직상태가 될 수 밖에 없어 시간당 2만 8천원을 지급받는다. 지금이야 정규적으로 받는 적지않은 월급이란 것이 있으니 금전에 상관없이 강의를 할 열정이 있지만 일을 그만둔 뒤 학교로 돌아가서 전업으로 공부를 하고 강의를 하게되면 그 열정은 어떻게 될 것인지. 그동안 스스로의 앞날에 대해 수없이 고민하면서 이 모순과 역설의 삶을 꿋꿋이 견지해 나갈 것이라 생각해왔고 재차 다짐해 보지만 간간히 한숨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저 자위할 수 있는 것은 일생을 공부할 수 있고 또 가르침을 통해 두 번 배울 수 있는 길을 갈 수 있다는 두 가지 사실이 모든 것을 메꿀 수 있을만큼 크나큰 의미란 것 뿐이다.
앞으로 많은 것을 지키겠다 말하고 싶지는 않다. 가감없이 지금 가지고 있는 삶의 70%에서 단 30%의 진실만 간직할 수 있다면 그로 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