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근황과 '새해'의 의미 (2008/01/09 03:22... at naver)

비디아 2008. 8. 25. 13:16

1. 새해를 시작하면서 이사를 마무리하였다.

2. 회사일은 마지막 3기(1937~1945) 조사에 접어 들었지만, 잦아들었던 업무불만족도가 높아져 간다.

3. 휴학을 한 지 만1년이 되었고, 강의 준비를 열심히 해야 한다.

4. 뭔가를 계획중인데 자칫하면 1년이 늦춰질 수도 있고, 휴학하는 기간을 이용하여 절차탁마해야 하는데 초조해지기 시작하다.

5. 나는 포퓰리스트인가.

6. 내게 새해의 의미는 무엇인가.




1. 지난 주 목요일 이사를 마무리했다. 몇 년을 그냥 그렇게 살다가 그나마 사람답게 넓혀온 원룸이사에 만족하고 있다. 예전에 살던 집보다 넓은 방이 있고, 작지만 거실과 싱크대가 있는 소중한 공간이 생겼다. 다소 무리는 했지만 이 공간이 내게 발전적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다들 연애나 결혼을 해야 한다고 얘기들은 하지만 그리고 나도 그래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은 하지만 아직 현실은 머나 멀고 또 그럴만한 대상도 없다. 타인의 눈에는 그저 그래 보일지라도 지금의 서식공간은 지극히 만족할 만하고, 연애와 결혼에 대해서는 뭐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혼자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미뤄두기로 하자.


2. 회사 일은 마지막 3기 조사에 들어갔다. 예정대로라면 1년 5개월, 연장을 결정한다면 1년 11개월이란 시한이 남았지만 그 시한에 관계없이 내년 여름이 되면 미련없이 회사를 떠나 배고파도 즐거운 학교로 돌아갈 것이다. 전반적으로 폐지다, 통폐합이다란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국회의 의결을 거치는 이상 4월 총선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고, 이런저런 현실적 여건을 감안한다면 조직이 올해안에 공중분해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인다. 그러다 보면 회사 일은 마무리되는 시점이 자연스레 도래할테고 다만 특별법에 임기가 보장된 정무직이 바뀌는 상황은 다소 우려가 된다. 대외적으로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지만 내부적으로도 언제나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었으므로 그저 처한 일을 묵묵히 수행하면 될 듯 싶다.

  그리고 1년 1개월 전 조직개편 직후 팀을 옮기면서 한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업무 불만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다시 나를 옥죄고 있다. 가만 생각하니 작년의 일이 도돌이표될테고 그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나 싫다. 그만두면 모든 것이 해방이지만 그럴 상황도 아니고, 유일한 방법은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달라는 것이다. 지금 있는 팀은 조사를 직접 지원하는 부서이고 연차보고서를 펴내는 등 적잖은 일을 하지만 팀내 여사무원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사학전공자도 아닌데다 여사무원 이외에 가장 막내가 된 탓에 이런저런 전문성이 떨어지는 잡다한 일을 해왔다. 팀을 다시 옮기면 원래 있던 팀의 파트는 직접 조서를 작성하는 곳이라 비전공자가 견딜만한데다가 비슷한 또래나 나보다 나이 적은 사람들도 있어 여러모로 형편이 좀 나아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생각하기에 따라 어차피 평생 직업할 것 아니라면 적당히 일하면서 향후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일에 힘쓰는 것도 좋겠지만 직급에 맞지 않는 일을 주로 하면서 꽤 되는 월급을 축내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조직에 누가 될 뿐이다.

  그래서 다음 주 수요일 1년 중 유일하게 업무다운(비전공자로서는 내공이 딸리지만) 기초연구를 마무리짓고 집들이까지 치르고 난 뒤 원래 있던 팀 파트의 현상황을 체크하고 공식적으로 팀장에게 요구할 생각이다. 일단 그쪽 파트에서 내 도움이 필요해야 하는 조건이 맞아야 할테고, 두 번째는 우리 팀장이 나를 놔줘야 하는데 맞트레이드도 아닌 상황에서 그리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혹여 팀장이 놔준다 해도 자칫 사람이 정말 많이 부족하다는 파트로 가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그건 바라지 않는 바이고, 일단 이 시도는 실패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크게 나쁠 것 같지는 않다. 좀 어색해진다 하더라도 하지 못하고 1년을 또 보내는 것보다는 낫겠다.


3. 계획에 따라 휴학을 한 지 만 1년이 되어간다. 시작하는 강의가 어떻게 이어지냐와 따로 계획하고 있는 일이 진행되는 방향을 지켜보면서 복학여부와 시기를 저울질해야 한다. 빠르면 내년 1학기가 될 수 있겠고, 아무래도 35살을 넘기기 전에 일단 수료는 해야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강의계획서를 초고만 작성해놓고 정작 이런저런 일에 치여 세부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강의준비가 충실히 되어야 내 개인공부와 독서로 넘어갈 수 있을텐데 이래저래 세월을 헛되이 보내는 것 같아 안타깝다.


4. 모종의 일을 계획중인데, 설렁설렁 준비를 했던 탓인지 또 어학시험에 턱걸이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제 3월 중순 시험에서 합격하지 못하면 1년이 늦춰져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올해와 내년 모두 응시할 생각이라 올해와 내년 중 최종합격한다면 어쨌든 몇 년전 세웠던 중요목표 가운데 하나는 확실히 달성하게 되는 셈이지만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생각이 나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현실을 충실히 살지 못하면서 애닳아 하는 것이 못내 못마땅하다. 그래도 한 번에 여러가지 일을 못한다는 핑계로 천천히 하나씩 처리해가자는 내 모토를 잠시 버리고 순환적이고 동시다발적인 실천과 실현을 일구어야 할 때임은 분명하다.


5. 지난 연말 표창을 받기로 결정되면서 부상으로 받았던 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드디어 결정을 내려 단행하였다. 55권 가량의 시집을 사서 일군의 그룹에게 돌리기로 한 것이 그것인데 나 혼자만이 받아야 할 상도 아니고 상을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람도 아니라 자평하기 때문에 그 부상은 다른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 생각이 정말 일련의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의심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례를 준거로 삼지 않더라도 나는 가끔 포퓰리스트적인 행태를 보이는데..(문제는 그 일을 하고 난 뒤의 반응 등까지 상상하고 있는 나.) 알량한 포퓰리즘을 다량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나라는 사람인지 아니면 정신연령이 아직 20대 초반이라 그런 것인지, 그도 아니면 내게 그나마 아직 순수한 마음이 존재하는 것인지 심히 헷갈린다. 나의 행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즐거울 수 있다면 좋은 일이지만 그 의도가 정말 좋은 것인지는 계속 의심해봐야 한다. 나는 뭔가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즐거울 수 있는 건수를 만들고 싶어하는 것인지 얼치기 치밀함을 가진 사기꾼인가.      


6. 새해 첫 달이 벌써 구일째에 접어들었다. 별반 계획을 세운 바도 없고 그나마 단기계획으로 지속되고 있는 요즘이다. 결과적으로 인생의 장기로드맵은 가동이 되고 있는 셈이지만 그 로드맵의 구체적 반영여부는 수시로 점검해봐야 할 것 같다. 새해임에도 계획이란 것을 별로 세우고 싶지 않은 까닭도 지난해 무수히 다짐했던 일들이 일부는 올해로 넘어오고 일부는 공중분해되었던 사실을 스스로 충분히 목격한 연유일 것이다.

  지난 연말 한 살 더 먹게 된다는 생각이 들면서 스쳐가는 것이 있었다. 이제 '청춘'이란 것에서 점차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러나 '외면의 청춘'은 지나갔겠지만 '내면의 청춘'은 가슴에서 '열정'을 내려놓지 않는 한 영원한 것임을 알겠다. 영원히 식지 않는 열정의 또다른 이름은 '청춘'일 것이다. 그리고 '열정'은 부단한 의식과 행위의 혼연일체로부터 나와야 할테다.


올 한해는 이 내면의 청춘을 보다 많이 간직한 사람들에게서 더 많이 배우고, 또 내가 어설프게 축적해 온 이 불민한 청춘이 누군가에게는 타산지석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