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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에 해당되는 글 3건
2013. 10. 22. 14:14

올해 72세의 어머니가 길을 걷다 잎이 빨갛게 물든 이름모를 나무를 보고 "아휴... 예쁘다."라며 연신 감탄사를 날리신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조만간 이모들이랑 놀러가는데 입을만한 점퍼가 없다고 툴툴 불평을 늘어놓는다. 이 소리를 듣고 내가 "점퍼 사줄까?"라고 말했다. 이내 어머니 얼굴에 화색이 돈다. 엄마가 엄마가 아니라 한 여자임을 깨닫는 요즘이다. 노총각이 나쁘지 않은 건 이럴 때가 아닌가 싶다.

2013. 10. 15. 17:02

이번 학기에 중국의 사회와 문화(2) 주야간반을 맡아 58명의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고 있다. 다음주가 중간고사 기간이긴 한데, 한 주 당겨서 이번 주에 휴강하기로 했다. 중간고사를 치르지 않는 대신 휴강하고 다른 과목 시험준비 등을 하라는 취지이다. 

어제 야간반 휴강을 하면서 겸사겸사 시간되는 주야간반의 친구들과 저녁도 먹고 술도 마셨다. 수업듣는 학생들이 14명 정도 왔고, 수업을 듣지 않지만 온 친구들이 대여섯 됐는데 3차까지 같이 놀았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렇게 중간고사 때 날을 정해 술을 마시면서 알아가는 것보다는, 틈틈이 그룹별로 밥 한끼씩 같이 먹고 시간되면 커피 한 잔 마시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왜냐면 술이야 내가 좋아서 날짜 정해 마시는 거니 내 편의대로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서다.

기왕이면 학식이나 도시락가게를 벗어나 삼겹살이나 좀 더 맛있는 찌개백반이면 좋겠다. 나도 돈이 없어 집에서 가져오라는 생활비도 이번 달에는 눈을 감아야겠지만, 학생들은 더 돈이 없다. 그리고 선생들과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것이 처음이라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주 '중국음식에는 계급이 있다'는 다큐를 보여주었더니 여태 수업시간 가운데 학생들이 가장 집중력 있게 보더라. 한국음식에는 적어도 세대별로 계급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심청아 배고파'에서 먹는 5,200원짜리 '대패삼겹살' 보다는 '삼거리식당'에서 먹는 10,000원짜리 '생삼겹살' 사줄 수 있을 정도로는 돈 더 벌고 싶다. 강사 중에 그나마 젤 부르주아계급이니 할 수 있는 소리다.

2013. 10. 1. 15:14

언제인가부터 베스트셀러 10위권 안에 드는 책은 구매해서 보는 일은 하지 않았다. 왜냐면 실제보다 과장된 책이 많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조정래의 신작 '정글만리'의 경우는 전공인 중국과 관련돼 있다고 하길래 안 볼 수 없어 보긴 했다. 하지만 내심 조정래의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의 대하 시리즈물을 좋아했던 사람으로 어느 정도는 기대심리도 있었다. 하지만 읽고 나서 '소설 특유의 재미'에 있어서 전작 한국경제를 다룬 '허수아비춤'과 유사하게 망가진 작품이다는 생각을 했다. 이 소설에 대해 장황하게 언급할 가치까지 느끼지 못하지만, 그래도 두 달 사이에 50만 권이나 팔렸고, 60만 권의 판매 부수는 무난히 넘기리라 생각되는 소설에 대해 짧게라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고, 또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글을 남긴다. 


1. 20세기적 글쓰기:

문학창작에 있어서 문외한이라 그의 작품특성을 전문적으로 어찌 평가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의 소설은 이제 유효기간을 넘겼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는 바로 '20세기적 글쓰기'에 있었다. 시대의 변화를 외면하고 그의 글쓰기는 1980년대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를테면 '~해서 좋소','~말이오'등의 문체가 과연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이것은 전적으로 작가 자신 선택의 문제이지만, 이런 문체들이 소설 안에서의 남성적 성향을 지닌 인물들과 조합되면서 무대는 2010년 이후이나 여전히 구시대적 느낌을 물씬 풍겼다. 그야말로 21세기에 20세기적 글쓰기가 아닐 수 없다. 


2. 서사의 부재:

사실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서사가 없다는 것이다. 개혁개방의 정글만리 중국에서 활동하는 5개국의 비즈니스맨들과 그들의 주변인물들을 통해 나타내려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아마 작가는 그들의 입을 통해 중국과 중국인을 말하고자 했겠지만, 3권의 책 안에 너무 많은 중국이야기를 담으려다 보니 소설에서 요구되는 인물 간의 갈등과 인간적 고뇌와 번민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야기를 관통하는 서사도 부재한다. 그래서 중국이야기는 존재하지만, 흥미진진함과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하는 매력적 요소는 거의 없었다. 그저 중국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하는 마음에서 끝까지 본 것에 불과했다. 


3. 정보의 부정확함:

 조정래는 이 소설을 쓴 동기가 한국사람들이 중국을 몰라도 너무 몰라서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때 중국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사람은 조정래이다. 그가 2년간 취재하면서 중국을 드나들었다고 하는데 내 생각에는 그 기간 다 합쳐봐야 얼마 되지도 않을 것 같다. 물론 중국연구자들도 새로 접하는 일부 짧은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 정리했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고, 그걸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의의를 두고 있었다면 그럭저럭 수긍할만할 것도 같지만, 만약 그랬다면 제공하는 정보에 최대한 오류가 존재하지 않도록 노력했어야 했다. 그가 제공하는 수많은 중국정보 가운데 틀린 것들이 많다. 특히 2010년 이후의 무대를 보여주면서 각종 수치는 예전의 것을 언급하는 경우가 꽤 보였고, 심지어 잘못된 정보도 더러 있었다. 이런 점에 있어 조정래 작가는 꼼꼼하지 못했다. 


4.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오해에 대한 기여:

조정래는 이 책에서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 여러 면에 있어 단정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 그리고 주된 인물 가운데 중국인은 이른바 '푸얼다이' 혹은 '빠오파후'로 불리는 부자계층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들의 모습을 통해 중국의 폭발적인 경제성장으로 인한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자 했을 테지만, 오히려 이런 점만을 부각한 나머지 수많은 중국의 서민층과 중산층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 있다. 비즈니스맨이 주제다 보니, 작가 자신이 이런 사람들만 만나러 다니면서 부정적인 이야기만 듣고, 또 중국에서의 비즈니스는 돈이 된다는 얘기만 주로 듣고 다녔을 테니 이런 식의 글쓰기밖에 되지 않았다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조정래는 정말 얼마나 다양한 중국인을 만나봤을까. 아마 언어적 한계로 인해 단 한 번의 제대로 된 인터뷰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개혁개방의 공로가 오로지 중국인민에게 있고, 당은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했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결론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 또 IMF 등의 예측 등을 기반으로 2016-2018년이면 중국이 G1이 될 것이라는 확고한 견해는 지극히 단정적이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G1이 되는데 그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할지 모르지만, 총체적인 G1으로서의 중국은 아직 요원하다. 아마 조정래 작가는 G1의 개념조차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듯싶다. 

게다가 중국여자는 정조관념도 없다는 막연한 결론 도출에 이르면 정말 할 말이 없어진다. 조정래의 여성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5. 작품 전체에 흐르는 계몽주의와 민족주의:

조정래의 스탠스가 딱 여기까지라는 건 모르는 바가 아니었지만, 넘쳐나는 계몽주의와 민족주의는 내내 불편했다. 팔은 안으로 굽어서 그랬던 건지는 몰라도 부상하는 중국과 침체하는 일본 사이에서 활약하는 한국 비즈니스맨들의 진취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을 강조하고, 일본인은 중국에 와서도 중국어도 못하고 통역만 앞세운다는 비하는 시대착오적이다. 한때 한국유학생보다 더 많던 일본인 유학생은 집에서 살림하거나 국내에서만 일하고 있을까. 물론 발음이나 회화에서 한국인을 쫓아오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독해나 작문실력 등에 있어서는 일본인이 한국인보다 나은 경우가 더 많다. 작품에 나오는 전대광을 비롯한 한국인은 지나치게 이성적이고, 이토 히데오를 비롯한 일본인 주재원들은 과도하게 비교양적인 인물로 묘사되는 것 역시 유치해서 봐줄 수가 없었다. 조정래의 시대적 사명감은 딱 거기까지인가.


6. 요약:

조정래는 아마도 이 작품을 통해 중국 특색의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고자 했다면 좀 더 신중하고 오랜 공부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중국을 모르는 한국인을 위해 썼다는 책이 오히려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한다면 차라리 세상에 나오지 않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작품과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조정래는 '중국 특색의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정작 본인은 '중국 특색의 자본주의'를 빌어와 '한국 특색의 자본주의'의 커다란 수혜자가 된 것 같다. 2권이면 충분할 책을 3권으로 늘리고, 불황인 이 시대에 TV 선전까지 감행하는 한국식 자본주의에는 정작 눈을 감은 셈이 아니던가. 그 자신에게는 경제적으로 큰 보탬이 되는 책이 될 테지만, 동시에 그가 가져왔던 작가적 신망과 존경은 날려버리는 작품이 될 듯싶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개인적으로 시간도 없어 두서없는 글 여기에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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