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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에 해당되는 글 3건
2012. 8. 27.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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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보선의 시집 한 권과 소설 한 권, 그리고 전공관련서 두 권을 인편을 통해 오늘 받았다. 저녁약속이 있어 나갔다 방금 들어와 가장 먼저 심보선의 시집을  펼쳤다. 새 책을 받아들 때면 늘 설렌다. 여기 있는 책이나 꼬박꼬박 다 읽으면 더 좋겠지만...  간단히 훑어보니 詩 두 편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현실의 역설을, 마음
 한 켠의 적요를 잘 드러내기 때문이리라.




첫 줄

첫 줄을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써진다면
첫눈처럼 기쁠 것이다.
미래의 열광을 상상 임신한
둥근 침묵으로부터
첫 줄은 태어나리라.
연서의 첫 줄과
선언문의 첫 줄.
어떤 불로도 녹일 수 없는
얼음의 첫 줄.
그것이 써진다면 
첫 아이처럼 기쁠 것이다.
그것이 써진다면
죽음의 반만 고심하리라.
나머지 반으로는
어떤 얼음으로도 식힐 수 없는
불의 화환을 엮으리라.



심보선, 『눈앞에 없는 사람』,(서울: 문학과지성사, 2011), p.62.



이 별의 일

너와의 이별은 도무지 이 별의 일이 아닌 것 같다.
멸망을 기다리고 있다.
그다음에 이별하자.
어디쯤 왔는가, 멸망이여.



심보선, 『눈앞에 없는 사람』,(서울: 문학과지성사, 2011), p.65. 


2012. 8. 19. 18:13

한국보다 위도가 좀 더 낮은 곳에서 살고 있는 내가 여름에게 작별을 고한다는 것은 사실 너무나 이르다. 두 개의 태풍이 지나간 다음, 이 곳은 언제 그랬냐 싶을 정도로 다시 무더워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돌아가고 소수의 인원만이 남은 기숙사는 더운 날씨 덕분인지 사람 구경하기 더 힘든 요즘이다. 억지로 하루에 한 두 번은 1층 매점에 간다든지, 혹은 땀을 한 차례 흠뻑 흘릴 것을 각오하고는 산책 겸 물건을 사러 다녀오고는 한다. 이제 한 두 주 정도 있으면 돌아올 사람들도 돌아오고, 새로 입학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대화에 대한 갈증은 어느 정도 풀릴 것이다. 사람이란 참 요망한 것이 연락이 많이 올 때는 차분히 혼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고, 결국 그런 시간이 찾아오고 나면 오히려 누군가를 찾게 된다. 070전화가 있어서 가끔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통화도 하고 간간히 이 곳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만나면서 어느새 한 달 반 넘게 방학을 심심치 않게 보내고 난 지금은 그냥 그렇다.




이제 헛되이 보낸 시간에 대한 아쉬움같은 감정은 느끼지 않는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한다.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거지 하며 어느덧 체념적 통달의 지경에 매몰되어 있다. 한 살, 두 살 더 나이 들어가며 생기는 장점들이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목전의 시기를 어떤 단어로 굳이 설명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나이 먹으며 생기는 좋은 점들보다는 나도 모르게 나에게 '안녕'을 고하는 이전의 장점들이, 오히려 소멸하고 있는 까닭이다. 며칠 전에는 혼자 한국 티비를 보다가 혼자 주절대는 것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 무섭게 아버지를 닮아감에 소스라치게 놀랐는데, 지금은 온전히 인정하고 수용하기로 했다.




썸머씨! 세상의 기준과 온갖 시선에서 나의 여름은 손가락질 받아야 할 정도로 참 나태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내년의 여름을 감히 기약해도 좋을까. 이 자리에서 눈을 치켜 뜬 채, 내가 가는 길을 감내하고 기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어. 이의 반사작용으로 내 어깨에 놓인 현실의 짐들을 뫼비우스의 띠와 같이 좀 더 메고 간다 할지라도, 난 내가 그동안 애써 끌고 온 것들을 여기에 버려두고 갈 수는 없을 것 같아. 그래서 당신이 가는 걸 미처 보지 못하고, 가을을 맞게 될 지도 모르겠어서 미리 인사를 건네는거야. 




잘 가! 나도 이 자리에서 잘 지낼게. 

2012. 8. 5. 07:56

해외에서 올림픽 시청이 가능한 곳(www.mytimon.com)을 알게 되어, 이러면 안되는데 올림픽 경기를 종종 아주 잘 보고 있다. 오늘도 축구 8강 경기보느라 밤을 새었다는;;; 며칠 전에는 뒤늦게 런던올림픽 개막식을 보게 되었는데, 어느 정도 스토리가 있고 위트가 살아 있는 개막식이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대니보일의 연출력도 가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런던올림픽에 대해서는 굉장히 관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지난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대해서는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편견에 따라 단순히 시각적이고 규모만 큰 개막식이었다고 폄훼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물론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그런 부분이 없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내가 제기하고 싶은 것은 비판을 할거면 동등한 선상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런던올림픽 개막식도 따지고 보면 지난 최강대국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개막식 주제 자체가 '경이로운 영국'아니던가. 스토리텔링이 좋든, 시각화가 좋든 개막식의 연출은 온전히 개최국에 있는 것이고, 시청자들은 물론 그와 관련한 논평을 얼마든지 할 수 있기도 하다. 재미있는 것은 재미있는 것이고, 재미없는 것은 재미없다고 말할 수는 있다. 


그런데 인터넷을 살펴 보다 보면, 이 런던올림픽 개막식을 둘러싸고 좌우파 진영 모두 아전인수격인 해석을 내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보수당에서 중국보다 더 좌파적인 개막식이었다고 혹평하였지만, 아동복지에 대해 언급하고 좌파적인 개막식과 좌파적 그룹의 공연이 있다고 해서 마냥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모순이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것은 개막식의 일부였을 뿐이고, 개막식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영국이 산업사회의 시발점이 된 곳이라는 것과 산업화가 세계를 변화시켰다는 것이었다. 일부 그 산업화에 따른 현대 영국사회의 폐단을 드러내는 부분도 있었지만, 사실 그보다는 과거 대영제국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잃어버린 영화에 대한 그리움이 더 강했던 개막식 모습이었다. 


개막식에서 각 국가 선수단의 입장 당시 함성소리를 자세히 들어본 사람이 있던가. 한국을 비롯한 영미 유럽세계에 익숙하지 않은 제3세계 국가들이 등장할 때는 응원의 소리는 거의 듣지를 못했다. 역으로 영국령이었던 국가들이나 영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강대국들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환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유일하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선수단이 입장할 때만 이례적으로 환호성이 상당히 컸다. 


대중문화라는 것은 굉장히 무서운 것이다. 비틀즈의 음악을 듣고 자라나고, 영국 아동문학의 영향을 받은 세계인들은 그 안에 감춰진 영국문화에 대한 우월감은 읽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아마 역으로 베이징올림픽도 그랬을 것이다. 서구인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이질적이지만 매력적인 개막식이었을 것이다. 다만 한국이나 일본 등의 입장에서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중국의 부상이 막연히 두려웠던 것일테고, 영국의 모습은 그저 대중문화의 익숙함에 가려 그 저변에 깔린 함의를 읽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대니보일의 연출력이나 장이머우의 연출력 가운데 누가 더 나았던가 평가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저 각자 자신의 국가에서 열리는 축제에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념은 한 국가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던 개막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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